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과 특별검사팀이 마필 소유권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 사주라" 발언의 진의에 대해 엇갈린 해석을 내놓으며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19일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1차 독대 중 나온 박 전 대통령의 "(정유라에게) 말을 사주라"는 발언에 대해 액면 그대로 사주라는 지시로 해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말을 사주라고 한 대상이 승마단 소속 선수가 아닌 정씨를 특정한 것이고 임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 조선일보DB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 조선일보DB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1심 재판 당시 법정에서 "최순실로부터 '삼성이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점과 삼성이 말 매수 과정에서 어떠한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특검은 아울러 "삼성이 아테네올림픽에 4년간 60억원을 지원했고 마필도 사전구입이 아니라 용역 회사의 임대로 이뤄졌다"며 "삼성이 최순실씨 측과 용역 계약에 따라 213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부분도 뇌물이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특검은 2014년 9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처음부터 말을 사주기로 합의가 됐다는 결론을 내놨다. 2015년 8월 체결된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도 뇌물 제공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과도한 해석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이 말 소유권까지 넘긴 게 아니라 훈련 용도로 임대해준 개념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일반인이기 때문에 '말을 사준다'는 통상적인 의미를 모르고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사주라는 발언은 소유권을 넘기라는 의미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승마계에서는 승마지원을 위해 '말을 사준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소유권 이전이 아닌 말을 제공해 훈련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변호인단 측은 1심에서 나온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팀 감독과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진술도 덧붙였다.

박 전 승마팀 감독은 당시 증인 신문에서 '삼성 승마단 당시 마필을 삼성에서 사줬냐'는 질문에 "네"라고 하면서 '말을 타고 훈련하게 해주는 것을 말하냐'고 물으니 "네"라고 답했다. 김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도 '말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 말을 사준다고 한 게 아니지 않나'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바 있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말을 사주라는) 지시를 한 이유가 최씨의 요구로 공모가 이뤄진 것이라고 하는데 최씨는 사실상 승마계 인사다"라며 "최씨가 말 소유권을 넘겨받으려 했다면 오해 소지가 없도록 명백히 소유권을 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에 대해서는 계약서상 말과 차량이 삼성의 완전한 소유로 명시돼 있어 오히려 특검이 허위 과장하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계약서에 논바인딩(non-binding·법적 구속력 없음) 표시를 한 점은 뇌물 공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라며 "뇌물 목적이라면 굳이 계약서에 '삼성전자 소유'라는 문구를 넣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