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캠리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요타 모델로, 오랫동안 북미에서 중형 세단의 기준을 세우며 선두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다만 성능면에서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진보적인 젊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보다는 안정과 무난함을 원하는 보수적인 중장년 소비자의 버킷 리스트를 채워왔다.

. / 도요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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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캠리가 변했다. 8세대 신형에 들어 역동성을 심은 것. 도요타의 새로운 플랫폼 시스템 TNGA(캠리는 TNGA 중에서 K플랫폼을 적용한다) 위에 모든 것을 쌓아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치밀하다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한단계 발전했다. 서스펜션 조정으로 핸들링 감각을 끌어 올리고, 승차감도 이전보다 단단해졌다. 안정적인 차체 구조는 든든함을 준다.

마치 특유의 공격성으로 골도 잘넣고, 그런데 수비까지 잘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연상시킨다.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 자체의 몸값고 세계 최고 수준이다. 축구계와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 포르투갈 축구국가대표팀을 호날두가 상징하는 것처럼 캠리 역시 도요타 그 자체이면서 중형 세단을 대표하고,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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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호날두와 캠리의 단점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호날두는 패션감각이 실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가 많은데 캠리도 좀 비슷하다. 외관 디자인에서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 전면에 도요타 디자인 기조 '킨룩(Keen Look)'을 더욱 과감하게 적용했으나,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경기에 존재감을 낼 수 있는 가장 주효한 방법은 화려한 디자인을 채택하는 것이라는 자동차 업계의 오랜 공식이 적용된 셈이다. 어쨌든 디자인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것으로 디자인이 빼어나다는 생각을 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호날두도 본인의 패션감각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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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측면을 살펴보면 도요타가 이 차의 역동적인 모습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를 알게 된다. 특히 새 플랫폼에 의한 저중심 설계로 전체적인 자세가 낮아진 점은 칭찬할만하다. 루프 라인이 말끔하게 뒤로 빠진다. 사이드미러의 위치를 조정해 공기역학 구조를 확보하고, 운전자 시야를 개선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후면 역시 재미없는 중형 세단을 탈피하려고 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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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이전보다 크게 개선됐다. 도요타 라인업 중에 소재질감이나 감성품질 수준이 가장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 도요타 차는 수입차임에도 국산차만 못한 실내 디자인이 단점으로 꼽혔는데, 간극을 충분히 메꿨다는 생각이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노력이 느껴진다. 시트 높이는 이전에 비해 낮아졌다. 저중심 설계가 이뤄진 덕분이다. 그러나 루프 라인도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에 앉은 느낌은 이전 세대나 현 세대나 비슷하다. 헤어스타일에 따라, 또 시트 등받이 각도에 따라 머리가 천정에 살짝 닿는다. 뒷좌석도 밑으로 내리고 뒤로 당겼다. 하이브리드 차종의 경우 배터리 때문에 실내 공간에 피해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TNGA 적용으로 단점을 많이 줄였다.

캠리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 두종류로 판매된다. 시승차는 170마력을 내는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시스템 총 출력은 211마력으로, 도요타가 경쟁차로 삼은 그랜저 하이브리드보다 엔진 출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전용 무단변속기를 채용했다. 연비는 복합기준 리터당 16.7㎞, 역시 그랜저 하이브리드보다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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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캠리 그대로다. 아니, 더 좋아졌다. 아주 편안하게 차를 떠받친다. 여유로운 주행이 이어지며, 도로 노면 충격과 이로 인한 진동을 잘 잡아냈다. 엔진과 모터는 끊임없이 힘을 교환하고, 더하며 차를 안정적으로 밀어낸다.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는 확실하게 달려 나간다. 역동적으로 변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엔진의 힘을 충분히 써가며 전기모터가 동력을 보조한다. 신형 캠리는 엔진 출력을 높이고, 동력 비중을 이전 세대보다 늘렸는데, 효율이 중요한 하이브리드 차종에서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엔진 자체의 효율이 향상된 덕분이다. 실제 도요타 캠리에 장착된 2.5리터 가솔린 포스 엔진의 열효율은 40%로, 세계 최고의 효율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크기와 무게를 줄여 두 개의 동력계를 장착한데서 오는 부담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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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모드는 총 세가지로 에코, 일반, 스포츠 모드를 지원한다. 애초에 애코와 일반 모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효율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궁금했던 것은 스포츠 모드다. 센터 콘솔의 스위치를 이용해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 해보니 스티어링 휠이 금방 묵직해진다. 엔진 반응도 묘하게 빨라진다.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리는 차가 따라오는 감각이 재미있다. 여전히 편안하지만 둔하지 않고, 재빠르게 반응한다.

차가 달릴 때 차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소리도 크게 줄였다. 공기역학 디자인이 적용된 덕분이다. 공기역학은 연료효율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들어가는 구조여서 무게가 무거운 단점이 있고,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캠리는 더욱 공기역학적인 구조를 채택했다. 후쿠시마 토루 도요타 중형차종 상품기획 주임에 따르면 신형 캠리의 공기저항은 이전 세대보다 약 4% 개선됐다. 이정도면 수십킬로그램을 감량한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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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신형 캠리는 디자인 외에는 특별한 흠을 잡을 곳이 없었다. 그만큼 자동차 만들기에 있어 도요타의 노하우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그들이 어떤 제품을 철학 갖고, 어떻게 자동차를 대하는지를 신형 캠리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일본 제조사들이 품질 부분에서 실책을 드러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젤 게이트 이후 하이브리드가 이득을 얻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도요타 하이브리드가 갖고 있는 자질은 이미 뛰어나다는 것이 정설이다. 모두가 디젤 엔진의 효율성과 성능을 이야기 할 때도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갈고 닦아왔다. 캠리는 더이상 '아저씨 차'가 아니었다. 높은 주행질감과 효율, 여기에 합리적인 이미지까지 캠리를 선택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2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