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또는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잊을 만하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시세가 급등했다는 소식이 올라오며 재차 불을 지피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도 역시 암호화폐는 뜨거운 감자다. 상황만 보면 지금 당장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해도 충분히 이익을 거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6개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한 가장 표준적인 형태의 채굴 PC의 모습. / 최용석 기자
6개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한 가장 표준적인 형태의 채굴 PC의 모습. / 최용석 기자
암호화폐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일단 '채굴 PC'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현재 대다수 암호화폐가 '채굴 PC'를 통해 생성되고 있는 만큼, '채굴 PC'에 대해 알고 있어야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굴용 PC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장비를 생각하기 쉽다. 실상 채굴 PC는 우리가 평상시 사용하는 일반 PC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품도 일부를 제외하면 똑같은 것을 사용한다. 다만 '채굴'이라는 용도에 맞춰 약간 변형된 PC의 일종일 뿐이다.

그럼 채굴용 PC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구성이 끝난 채굴용 PC를 보면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는 PC와 상당히 다른 이질적인 형태인 것을 볼 수 있다. 메인보드와 주요 부품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뼈대만 있는 특수 케이스에는 다수의 그래픽카드가 주렁주렁 매달린 형태다.

채굴용 PC에서는 CPU의 역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코어 i3, 펜티엄, 셀러론 등 저가 보급형 CPU를 주로 사용한다. / 최용석 기자
채굴용 PC에서는 CPU의 역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코어 i3, 펜티엄, 셀러론 등 저가 보급형 CPU를 주로 사용한다. / 최용석 기자
일반적인 PC에서는 CPU가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요청하는 각종 명령어와 복잡한 계산 및 처리 등을 CPU에서 다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굴용 PC에서 CPU가 하는 일이라고는 운영체제를 가동하고 채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역할 뿐이다. 실질적인 채굴 작업은 CPU가 아닌 그래픽카드에서 하므로 고성능의 CPU가 필요 없다.

샘플로 준비한 채굴용 PC에는 코어 i3-6100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2017년 11월 기준 12만원대인 보급형 프로세서 제품이다. 이 보다 더 낮은 등급인 '펜티엄' 프로세서로도 충분하다.

채굴 PC의 메인보드는 다수의 그래픽카드를 연결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디자인된 채굴 전용 보드를 사용한다. / 최용석 기자
채굴 PC의 메인보드는 다수의 그래픽카드를 연결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디자인된 채굴 전용 보드를 사용한다. / 최용석 기자
메인보드는 상당히 중요하다. 얼마나 그래픽카드를 많이 연결할 수 있느냐에 따라 채굴 효율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샘플 채굴 PC에는 채굴 특화 메인보드인 기가바이트의 'GA-H110-D3A'를 사용했다. CPU와 마찬가지로 성능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보급형 메인보드에 사용되는 H110 칩셋을 채택했으며, 총 6개의 PCI익스프레스 슬롯을 제공해 그래픽카드를 6개까지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가격도 8만원대로 준수한 수준이다.

암호화폐를 채굴하는데 있어 그래픽카드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그래픽카드의 수와 사양, 성능에 따라 채굴 효율이 달라진다. / 최용석 기자
암호화폐를 채굴하는데 있어 그래픽카드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그래픽카드의 수와 사양, 성능에 따라 채굴 효율이 달라진다. / 최용석 기자
그래픽카드는 채굴 PC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실제로 '채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그래픽카드의 핵심 부품인 GPU(그래픽 프로세서 유닛)이기 때문이다.

현대 대다수 암호화폐는 일정한 규칙으로 생성된 고도의 암호화 문제를 풀면 생성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CPU로 암호화 문제를 푸는 것이 빠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작은 연산 코어를 수십 개에서 수백 개까지 탑재한 GPU가 더 효율이 높다.

게다가 GPU는 여러 개를 동시에 병렬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즉 그래픽카드를 많이 장착할수록 채굴 성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카드 여러 개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용 메인보드가 탄생한 이유도 채굴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서다.

채굴용 그래픽카드는 주로 20만원~3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라데온 RX580 또는 지포스 GTX 1060급을 사용한다. 더 싼 보급형 그래픽카드도 있고, 비싸지만 성능이 월등히 좋은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도 있지만 20만원~30만원대의 '퍼포먼스급'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가격 대비 효율'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6개의 그래픽카드를 모두 연결하기 위해서는 특수 제작된 전용 케이스와 더불어 보드와 그래픽카드를 연결하는 ‘라이저카드(사진)’라는 부품이 필요하다. / 최용석 기자
6개의 그래픽카드를 모두 연결하기 위해서는 특수 제작된 전용 케이스와 더불어 보드와 그래픽카드를 연결하는 ‘라이저카드(사진)’라는 부품이 필요하다. / 최용석 기자
샘플 채굴 PC에는 MSI의 지포스 GTX 1060 3GB 그래픽카드가 6개 장착됐다. 개당 약 25만원대로, 여기서만 총 150만원 가량이 들어간다. 최근에는 채굴에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가격을 낮춘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도 출시됐지만, 업자 전용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그래픽카드 하나의 크기는 약 2개의 슬롯을 차지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6개의 그래픽카드를 메인보드에 그대로 꽂을 수 없다. 그 때문에 그래픽카드를 따로 거치할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케이스와 메인보드에서 멀리 떨어진 그래픽카드를 연결하기 위한 '라이저 카드'가 필요하다. 특수 케이스는 약 2만원대면 구매할 수 있으며, 라이저 카드는 개당 5000원 내외다.

채굴용 PC는 매우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최근에는 가격 대비 출력을 고려해 700W급 파워서플라이 2개를 병렬로 사용한다. / 최용석 기자
채굴용 PC는 매우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최근에는 가격 대비 출력을 고려해 700W급 파워서플라이 2개를 병렬로 사용한다. / 최용석 기자
파워서플라이는 정격 700W 출력의 제품이 2개가 사용됐다. 전력 소비가 심한 그래픽카드를 6개나 장착했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넉넉한 전원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일 제품으로 1000W가 넘는 대용량 파워서플라이도 있지만 가격이 20만원대 이상으로 껑충 뛴다. 보통 상대적으로 저렴한 700W급 파워서플라이(8만원대 내외)를 2개 장착하는 방법을 쓴다.

메모리나 저장장치 역시 운영체제를 부팅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샘플 채굴 PC에는 4GB 메모리 모듈 1개(약 4만원)와 64GB 용량의 SSD 1개만 장착됐다.

2017년 11월 기준 IT조선 샘플 채굴 PC의 가격표.
2017년 11월 기준 IT조선 샘플 채굴 PC의 가격표.
2017년 11월 현재 온라인 최저가 기준으로 채굴 PC를 구성해 보면 약 200만원대에 구성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를 채굴 효율이 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진 지포스 GTX 1060 6GB 모델로 바꾸면 개당 약 10만원씩이 추가되어 총액은 약 260만원대가 된다.

그나마 이 가격도 저렴해진 것으로, 채굴 열풍으로 인해 그래픽카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던 지난 2분기 경에는 위의 동일한 구성으로 구매비용이 300만원에서 400만원대가 요구됐다.

가정에 한두 대 정도 구성해서 조금씩 암호화폐를 채굴해볼까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암호화폐로 인한 수익보다 전기요금이 더 나오기 때문에 100% 적자를 면치 못한다. 1대당 거실용 에어컨 1대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데, 에어컨과 달리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해야 하는 데다, 누진세까지 더해지면 실제 전기요금은 하늘로 치솟는다.

따라서 본격적인 채굴 사업을 하려면 이런 구성의 채굴 PC를 적어도 수십 대는 갖춰야 한다. 전기요금 등 관리 비용을 고려하면 그 정도 규모로 구성해야 수지타산이 맞고, 투자 비용을 최대한 빨리 회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