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와의 세번째 회담을 국내에서 갖는 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황창규 KT 회장의 갑작스런 골절 부상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갖기로 한 이통3사 CEO 회동에 차질이 발생했다. KT 수장인 황 회장이 CEO 간담회에 빠질 경우 회동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6일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이 빠지더라도 간담회는 MWC 일정은 그대로 진행된다"며 "황 회장이 불참하기 때문에 간담회 성격이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의미한 간담회가 되려면 (5G 관로 등 이슈의 중심에 있는) KT가 포함돼야 한다"며 "MWC 2018 일정이 끝난 후 황 회장의 참석 여부 등을 검토해 CEO 간담회 일정을 재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월 5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통신사 CEO 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유진상 기자
1월 5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통신사 CEO 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유진상 기자
과기정통부 및 이통업계에 따르면 유영민 장관은 27일(현지시각) 황창규 KT 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통3사 CEO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기간에 이통3사 CEO를 비롯, 유영민 장관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26일 '5G로의 전환 지원'을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이통3사 CEO도 나란히 참석해 5G 신사업 발굴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황창규 회장이 25일 산책 중 넘어져 손가락 골절을 입으면서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MWC 출장과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등 대외 일정을 모두 취소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KT에서는 황 회장 대신 윤경림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부사장)이 참석한다. CEO 간담회의 성격이 바뀔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과기정통부는 MWC CEO 회동에서 전시회 핵심 주제로 꼽히는 5G 상용화 협력 방안과 함께 6월 진행되는 5G 주파수 경매 등 관련 의견을 나눌 계획이었다.

특히 2018년 들어 두 번째 추진되는 이통3사 CEO 간담회에서는 KT가 보유한 전주와 관로 등 필수설비 공용화에 대한 협의와 관련해 보다 심도깊은 의견을 나눌 것으로 관측됐다. 황창규 회장은 1차 회동에서 적정한 대가와 가이드라인을 전제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통 업계 일각에서는 황창규 회장이 키를 쥐고 있는 사안이 많은 만큼 황 회장이 불참한 자리에서 주요 현안 논의는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통사 한 고위 관계자는 "관로 이슈 등 핵심에는 황창규 KT 회장이 있다"며 "MWC CEO 회동에서 황 회장이 빠진 만큼 한국에서 별도 회동이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전주, 관로, 광케이블 등 전기통신회선 필수설비를 이통3사 중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5G 조기 상용화와 국민 통신비 절감을 위해 이미 설치된 필수설비의 공용화로 중복 투자를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KT는 난색을 표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