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이 하나의 칩으로 복수의 인공신경망을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용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했다. 사람의 표정을 넘어 감정까지 인식하는 스마트폰의 등장이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반도체 스타트업 유엑스팩토리와 공동으로 가변 인공신경망 기술을 적용해 딥 러닝을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모바일 기기용 AI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가변 인공신경망이란 반도체 내부에서 인공신경망의 무게 정밀도를 조절함으로써 에너지 효율과 정확도를 조절하는 기술을 말한다.

가변 인공신경망 기술을 적용한 AI 반도체 구조.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가변 인공신경망 기술을 적용한 AI 반도체 구조.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모바일 기기에서 AI 지원 기술을 구현하려면 저전력으로 고속 연산을 처리해야 하지만, 현재는 연산 속도가 느리고 전력 소모가 큰 소프트웨어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AI 가속 프로세서 개발이 필수인 이유다.

연구팀은 하나의 칩으로 이미지 내 객체 분류와 객체 탐지 등에 쓰이는 회선 신경망(CNN)과 영상 인식, 음성 인식, 단어 의미 판단 등에 쓰이는 재귀 신경망(RNN)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 AI 반도체는 1.1V 전압, 200㎒ 동작 주파수에서 297㎽의 전력을 소모하며 작동한다. 전압과 동작 주파수가 각각 0.63V, 5㎒인 환경에서는 3.2㎽의 낮은 전력 소모로 동작할 수 있다. 1비트 정밀도를 사용했을 때 1W 전력 소모당 50.6테라 연산을 수행할 수 있고, 16비트 정밀도를 사용해 계산했을 때는 1W당 3.08테라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표정을 인식해 행복·슬픔·놀람·공포·무표정 등 7가지 감정 상태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감정인식 시스템도 개발했다.

연구팀은 2017년 8월 IT 업체가 개발한 반도체 칩을 발표하는 '핫칩스(HotChips)' 학회에서 이 기술의 초기 버전을 발표했는데, 당시 구글이 알파고에 사용한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보다 최대 4배 높은 에너지 효율을 보여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유회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모바일에서 AI를 구현하기 위해 저전력으로 가속하는 반도체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물체 인식, 감정 인식, 동작 인식, 자동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