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연구소(KIMS)는 정호상 표면기술연구본부 박사 연구팀이 부산대, 한양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와 함께 농식품 내 잔류 농약을 선택적으로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농식품 내 극미량의 유해 물질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료를 화학 분석실로 가져와 장시간의 전처리 공정을 거쳐 고성능 질량 분석기를 이용해 검출해야 하므로 많은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섬유 가닥처럼 생긴 바이러스의 일종인 'M13 박테리오파지' 수용체를 은 나노선 표면에 적용한 후 유리섬유 필터에 진공 여과 방식으로 걸러내 고밀도로 집적된 금속 나노 구조체를 만들었다. 이후 휴대용 라만 분석기를 이용해 농식품 표면에서 수 분 내 잔류농약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 수용체와 은 나노선을 이용해 잔류 농약을 선택적으로 검출하는 과정을 도식화한 그림. / 재료연구소 제공
바이오 수용체와 은 나노선을 이용해 잔류 농약을 선택적으로 검출하는 과정을 도식화한 그림. / 재료연구소 제공
빛을 이용한 물질 검출법 중 라만 신호 증폭(SERS) 기술은 고감도 분자 검출에 이용되지만, 복잡한 혼합물 속에서 선택적으로 분자를 검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기술은 M13 박테리오파지 수용체를 SERS에 도입해 선택적 분자 검출의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선택적 분자 검출 기판을 휴대용 라만 분석기에 접목할 경우 농식품에 포함된 극미량의 유해 물질을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검출할 수 있다. 농식품 외에도 혈액, 소변, 땀 등에 포함된 질병 인자를 조기 검출할 수 있는 기술로 활용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정호상 선임연구원은 "살충제 계란 파동 등으로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유해 물질에 오염된 농식품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을 현장에서 조기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