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도심과 고속도로, 그리고 이 둘을 합한 복합연비를 표시해야 합니다. 그전까지 표시연비와 실제연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렇게 나눈 것인데요. 미국에서 활용하는 5-사이클 방식을 도입한 것입니다. 5-사이클 방식은 도심, 고속도로 뿐아니라 고속 및 급가속, 저온(-7도), 에어컨 가동 등 다섯가지의 주행조건을 고려해 연료효율을 계산합니다.

따라서 보통의 자동차는 모두 도심, 고속도로 연비를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도심연비는 고속도로에 비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지정체나 신호등에 의해 가다서다 하는 일이 많아 연료소모가 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주행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엔진 사용 정도가 불규칙하고, 정지했다가 출발할 때 상대적으로 힘이 더 들어 연비가 하락합니다. 반면 고속도로는 일정 속도로 주행할 수 있어 엔진 사용 정도가 규칙적입니다. 따라서 연료소모가 도심 주행에 비해 적고, 연비는 자연스럽게 오릅니다.

기아차 하이브리드카 니로의 표시연비. 도심효율이 더 높다. / 에너지관리공단 갈무리
기아차 하이브리드카 니로의 표시연비. 도심효율이 더 높다. / 에너지관리공단 갈무리
재미있는 것은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이 모든게 반대로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도심 연비는 높고, 고속도로 연비는 이보다 낮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진실은 하이브리드카의 독특한 동력 구조에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엔진)과 전기모터로 동력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전기모터는 내연기관의 힘을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100의 힘을 내는 자동차가 있다면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이 모든 힘을 담당해야 합니다만 하이브리드카는 엔진이 70의 힘을 내고, 나머지 30은 전기모터가 보조합니다. 동력 비중은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고, 엔진 없이 전기모터가 100의 힘을 내는 차는 전기차로 부릅니다. 엔진이 100의 힘을 내야하는 내연기관차와 70의 힘만 내도 되는 하이브리드카의 연료소모는 후자가 당연히 적습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카에 장착되는 전기모터는 낮은 속도에서 혼자 움직이기도 합니다. 저속에서 필요한 동력은 전기모터로도 충당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전기모터로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면 엔진은 돌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엔진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맞습니다. 연료도 소비하지 않는 것이죠.

도심의 도로환경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도심에서의 주행은 가다서다가 계속 반복되고, 최고속도도 보통 시속 60㎞로 제한됩니다. 이 정도의 조건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 얼마든지 주행이 가능하고, 이 때 엔진 사용은 최대한 자제됩니다. 물론 전기모터를 돌리는 배터리의 전력이 남아 있지 않다면 엔진이 연료를 소비하며 다시 돌아야 합니다. 그러나 배터리 전력이 넉넉하다면 이론상 전혀 연료를 쓰지않고도 달릴 수 있습니다.

도요타 프리우스 C의 하이브리드 동력계. / 도요타 제공
도요타 프리우스 C의 하이브리드 동력계. / 도요타 제공
고속도로에서는 엔진이 무조건 돌아갑니다. 전기모터가 동력의 일정 부분을 보조한다고는 하나 전기 단독주행은 불가능하고, 엔진 동력 비중이 높아집니다. 이에 따라 연료소모는 증가하며, 연비는 전기모터 비중이 큰 도심과 비교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국내 하이브리드카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기아차 니로 하이브리드의 경우 16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연비는 도심이 20.1㎞/ℓ, 고속도로가 18.7㎞/ℓ 입니다. 최근 출시된 도요타 프리우스 C의 연비는 도심이 19.4㎞/ℓ, 고속도로가 17.7㎞/ℓ 입니다.

도심효율이 좋다고 고속도로 효율이 형편없이 낮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니로의 18.7㎞/ℓ이나 프리우스 C의 17.7㎞/ℓ이라는 숫자는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하이브리드카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본인의 평소 주행환경을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도심에 거주 중이라면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겠지만 시 외곽에서 고속화 도로를 통해 출퇴근을 해야 한다면 하이브리드는 반드시 높은 효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