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전자투표 주총서 박정호 사장 '진땀'…도입 이유는?

이광영 기자
입력 2018.03.21 18:05
21일 열린 SK텔레콤 정기주주총회가 전자투표제 첫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를 겪으며 2시간을 넘겨 마무리됐다. 의장을 맡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17년과 달리 시끌벅적한 주총장 분위기에 진땀을 뺐다. SK텔레콤은 전자투표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 논란에도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도입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전자투표제를 활용하면 공간의 제약 없이 소액 주주도 주총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박 사장은 왜 진땀을 뺐을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제 3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21일 오전 9시 열릴 예정이던 SK텔레콤 주총은 시작 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전자투표제 첫 도입에 따라 총 주식수 및 출석주주 파악이 늦어져 소란이 일었다. 일부 소액 주주는 전자투표를 한 주주의 신원 확인이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처음 도입된 만큼 위임과 전자투표, 현장 출석 인원을 나눠 발표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박정호 의장의 발언권을 위임받은 법률 자문 변호사는 "주총 직접 참여나 의결권 위임, 전자투표 모두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며 "다양한 요구가 있었지만, 법적으로 (위임과 전자투표, 현장 출석 인원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박정호 사장은 21일 주총에서 소액 주주의 발언을 제한하는 대신, 주주의 비판 의견 개진에 적극적으로 해명·설득했고, 예정 시간이 30분쯤 지난 후 개회를 선언했다.

그동안 대기업은 전자투표제 도입을 꺼려왔다. SK텔레콤 주총장 풍경처럼 집계 오류나 일부 주주 반발 등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소액주주 결집에도 부담을 느낀 탓이다.

외국인 주주 비율이 높은 일부 대기업은 국외 자본의 경영권 침탈에 대해 우려한다. 해킹이나 명의 도용 등 보안 리스크도 있어 미국 등 국외에는 자율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또 찬반 또는 기권 외에 토론이나 질문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한계다. PC나 모바일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이나 저학력층은 접근하기 어렵다는 평등권 논란도 있다.

◆ 전자투표제 도입은 최태원 회장 의지?

SK텔레콤의 전자투표제 도입은 SK그룹의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SK그룹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 도입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 화두 '딥체인지'의 주주친화 버전이다. 사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동시에 주주가치를 끌어올려 고객과 주주,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개념이다.

SK그룹은 5대그룹 내에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대기업 집단 지주사 가운데 최초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그룹 정유화학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이 2017년 11월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주총에서 주주 권익 보호 및 책임 경영 의지를 담은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을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헌장은 주주의 권리,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권한과 책임 등을 명문화한 규범이다.

전자투표제는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이통3사 소액주주 지분율은 2017년 기준 ▲SK텔레콤은 41.72% ▲KT 59.08% ▲LG유플러스 47.27%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소액주주가 많은 이통업계에 제도가 모두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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