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올해로 20번째 연례 서한을 주주에게 보냈다. 베저스가 1997년부터 올해까지 보낸 편지의 양은 총 70페이지 정도다. 책보다 적은 분량이지만, 미국 비즈니스 업계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글', '영감을 주는 베스트셀러'라는 평가를 받는다.

베저스의 20번째 연례 서한이 18일(현지시각) 공개됐다. 벤처캐피털 IVP의 투자자인 파르사 살주히안은 연례 서한에 대해 "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최고의 책이다"라고 평가했다. 벤처캐피털 소셜캐피탈의 CEO인 샤마스 필리하피티야는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는 책이다"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베저스의 경험이 녹아있으며 장기적인 사고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비즈니스 필독서로 꼽힌 제프 베저스의 연례 서한

베저스는 2018년도 연례 서한에서 '높은 기준'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높은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장기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저스는 우선 아마존이 미국 고객 만족 지수 조사 결과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까지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움직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스톤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개 '스폿미니(SpotMini)'와 걷고 있는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 / 트위터 갈무리
보스톤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개 '스폿미니(SpotMini)'와 걷고 있는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 / 트위터 갈무리
베저스는 "수십억 달러의 실패를 경험했다"며 기업이 높은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공개하려고 기업을 농구팀에 비유했다.

그는 "농구팀에 들어가면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지만, 키가 크지는 않는다"며 "높은 기준을 가진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직원에게) 높은 기준을 가르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또 "높은 기준은 전염성이 있고, 새로운 사람이 높은 수준을 가진 팀에 들어가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며 "높은 기준을 가진 집단에 (직원을) 노출하는 횟수를 늘릴수록 높은 수준을 가르치기 쉽다"고 말했다.

베저스는 "어제는 놀랐던 사실이 오늘은 평범한 것이 돼버릴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두 번 누르기만 해도 리뷰를 읽을 수 있고, 여러 소매 업체의 가격을 비교하고, 재고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아마존의 사업 분야는 빠르게 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높아지는 고객의 기대보다 앞서나가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며 "광범위하고 세부적으로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베저스는 회사 전반이 높은 기준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 설립 초기 고객 관리, 고용에는 높은 기준을 적용했지만, 운영 프로세서에는 높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더니 문제가 발생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을 낮추고 높은 기준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베저스, '높은 기준' 설정 중요성 강조

베저스는 물구나무서기를 배우려 했던 친구의 일화를 예로 들며 높은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선 장기적 사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베저스의 친구는 벽에 기대지 않고 물구나무를 설 방법을 배우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요가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거듭했지만, 완벽한 물구나무를 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베저스의 친구는 물구나무 강사를 고용했다.

15일(현지시각)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가 자녀의 팬더 인형에 기대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최종 수정하고 있는 모습을 트위터에 올린 사진. / 트위터 갈무리
15일(현지시각)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가 자녀의 팬더 인형에 기대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최종 수정하고 있는 모습을 트위터에 올린 사진. / 트위터 갈무리
하지만 물구나무 강사는 첫 번째 수업에서 베저스의 친구에게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열심히 하면 2주 만에 물구나무를 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매일 6개월 정도 연습해야 한다"며 "2주 안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포기만 거듭할 거다"고 말했다. 목표를 짧은 시간 안에 달성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믿음이 높은 기준 달성을 막는다는 것이다.

베저스는 "자신이나 팀의 일원이 높은 기준을 달성하려면, 그만큼 힘들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아마존은 직원이 6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회사 내부에 강조하고 있다. 아마존 직원은 파워포인트 대신 서술형으로 작성한 보고서로 보고한다.

하지만 보고서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베저스는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직원은 높은 기준이 갖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하루 이틀 안에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며 "요점은 간단한 행동이라도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해야 좋은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베저스는 "높은 기준을 조직 문화로 구축하면 고객을 위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며 "높은 기준을 달성하고 나면 다시는 뒤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베저스는 이외에 아마존 유료 회원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수, 아마존웹서비스(AWS),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알렉사', 아마존의 자체 제작 콘텐츠 '프라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뮤직', 지난해 인수한 '홀푸드',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에 대한 실적을 공개했다. 또한, 매해 그랬듯 1997년에 보낸 첫 번째 연례 서한을 첨부하면서 2018년도 연례 서한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