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펄펄 나는데…끊이지 않는 '반도체 고점' 논란

노동균 기자
입력 2018.08.23 06:00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매출 고공행진을 기록 중인 가운데, 업황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이미 고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향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여전히 제품이 없어 못 파는 등 일각의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2세대 10나노급 D램. / 삼성전자 제공
◇ 투자업계 우려 전망에도 반도체 업계 매출은 지속 성장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주로 투자업계의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비롯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SK하이닉스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에서 내년을 기점으로 D램 호황이 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1월에도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춘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올들어서도 반도체 사업에서 50%가 넘는 영업이익률도 탄탄한 실적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에도 기여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전 세계 반도체 업계 상위 15개 업체의 매출은 총 1823억3300만달러(204조21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71억1800만달러(164조7220억원)보다 24% 증가했다.

성장의 주역은 단연 한국 업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어난 397억8500만달러(44조5590억원)의 매출로 선두자리를 지켰다. 2위 인텔은 상반기 매출 325억8500만달러(36조4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했다. 인텔은 지난해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올들어 격차가 더 벌어졌다.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들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를 꺾고 3위에 올라선 점도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56%나 늘어난 177억5400만달러(19조8840억원) 매출로 3위에 올라섰다. SK하이닉스의 매출 증가율은 상위 15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치다.

TSMC는 SK하이닉스에 이어 상반기 매출 163억1200만달러(18조2690억원)로 4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D램 시장 3강을 형성 중인 마이크론이 상반기 매출 154억600만달러(17조2550억원)로 5위에 올랐다.

IC인사이츠는 보고서에서 "15개 업체 중 4곳을 제외하고는 올 상반기 일제히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특히 글로벌 3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모두 매출이 35% 이날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 성장률 완만해도 단숨에 공급 상황 나아지기는 힘들어

반도체 업계는 시장 호황 국면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올해만큼은 아니더라도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발간한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지난해보다 15.7% 증가한 4771억달러(534조5900억원)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이보다 5.2% 늘어난 5020억달러(562조491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WSTS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018년 반도체 매출이 2.7% 늘어나는 데 그치고, 2019년에는 오히려 0.2% 감소할 것이란 부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 말쯤 2018년 반도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7.0%로 상향 조정했고, 이 숫자는 올해 6월 12.4%, 최신 보고서에서 15.7%로 수정됐다. 2019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4.4%에서 5%내로 높여 잡았다.

일각에서는 D램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이유로 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데, 이 역시 아직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하는 D램 현물 가격은 한때 8.55달러(9580원)까지 치솟았다가 8월 들어 7.85달러(88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대부분 대량 계약 형태로 납품되는 반도체의 경우 변동성이 심한 현물 가격보다는 고정 거래 가격을 따르기 때문에 단기적인 현물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 업계 중론이다. 현물 가격 등락에 따라 고정 거래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이 또한 그동안의 높은 상승률에 못 미치는 것일뿐 단숨에 이익률이 반토막이 날 정도로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시각도 아직은 시기상조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메모리 생산라인 100%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고, SK하이닉스도 2014년 이후 하루도 생산라인을 멈추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18년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보면, 두 업체 모두 2018년 상반기 생산라인 누적 가동일은 181일로, 100% 가동률을 기록했다. 두 업체가 4조 3교대로 24시간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찍어내도 시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2층 생산라인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고,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 공장 증설을 완료하면 D램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공급 과잉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업계 전반적으로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 초반대 미세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정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5G 등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반도체 업황 호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에도 상반기에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있겠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숨에 업황이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도 점유율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지금의 타이트한 공급 상황을 바꾸려 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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