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TV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8’에서 가전 시장의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제히 8K TV를 공개했다.
8K는 현재 프리미엄 TV의 주력인 4K UHD의 해상도 3840×2160보다 가로와 세로 각각 두 배씩 세밀한 7680×4320 해상도를 말한다. UHD TV가 829만4400개의 화소로 영상을 표출한다면, 8K는 이보다 4배 많은 3317만7600개의 화소로 더 선명하게 영상을 표출한다.
문제는 8K TV가 있어도 재생할 콘텐츠가 8K보다 품질이 떨어지면 소용 없다는 점이다. 이는 흑백으로 제작한 영상을 컬러 TV에서 재생한다고 해서 컬러 영상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오디오에서 128Kbps MP3 파일을 재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8K 콘텐츠가 있어도 이를 풀 HD(1920X1080) TV에서 재생해봐야 풀 HD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저해상도 영상을 대화면에서 재생하면 소위 말하는 ‘깍두기 현상'만 도드라지게 나타날 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8K TV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저해상도 콘텐츠를 고해상도로 개선해주는 ‘AI 레졸루션(해상도)’ 기능을 적용했다. 통상 이러한 기능을 ‘업스케일링'이라고 하는데, 삼성전자는 여기에 AI 기술을 더해 AI 레졸루션 기능을 구현했다.
4K 영상을 4배 넓은 면적의 8K TV에서 재생한다고 하면 영상을 강제로 늘리면서 인접한 네 개 화소로 하나의 점을 표현하게 된다. 이 네 개 화소를 적절히 잘 쪼개 낭비되는 화소 없는 영상을 만들되 최대한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업스케일링이다. 즉, 업스케일링 기술의 관건은 기존 저해상도 영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빈 화소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달려 있다. 이후 색상, 명암, 노이즈 등을 개선해 보다 깨끗한 영상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AI 기술은 업스케일링 과정에서 어떻게 화소를 쪼개야 자연스러운 영상이 될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의 AI 레졸루션 기능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기반으로 수만 가지 영상을 미리 학습하고 분석해 최적의 판단을 내린다. 엄밀히는 머신러닝 기반 고효율 고해상도 복원(MLSR)이라는 기술이 사용되는데, 이는 학습을 통해 고화질 영상과 저화질 영상 간의 상관관계를 추론해 디테일을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MLSR에는 ▲디테일 크리에이션 ▲엣지 리스토레이션 ▲노이즈 리덕션과 같은 세부 기술이 포함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AI 레졸루션 기술은 화질뿐 아니라 사운드에도 적용됐다. 사용자가 별도 기능을 설정하지 않아도 스포츠 경기에서는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배경의 관중 소리를 높여주거나, 콘서트 장면 등 음악이 나오는 영상에서는 저음역대 소리를 강조해 더욱 풍부한 음질을 구현하는 식이다.
TV에서 8K 수준의 고해상도 영상을 실시간으로 업스케일링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못지않은 데이터 처리성능이 요구된다. 최근 프리미엄 TV는 대부분 화질 개선을 위한 전용 칩을 탑재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8K 영상 업스케일링을 위해 자체 개발한 신경망 모델 적용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