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정부에 블록체인·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 제도 공백을 해소해 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대표 법조인 단체로 모든 변호사가 가입하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령 정비를 촉구할 경우, 11월 암호화폐공개(ICO) 관련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7일 "정부가 암호화폐공개(ICO) 전면 금지 방침을 발표했을 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와 관련한 구체적인 법은 없는 상태"라며 "제도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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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는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설립 및 운영, ICO 등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와 관련한 사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자 창업가들이 범법자로 낙인찍힐까 하는 두려움에 외국으로 이동하거나, 블록체인 사업을 포기하는 상황을 지적할 예정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부정적 인식과 유보적 입장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제안을 발표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암호화폐 광풍이 불어닥치자 큰 폭의 가격 변동을 이유로 암호화폐 투자를 사실상 제한하는 정책을 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올해 초 "우리나라 암호화폐 거래는 사실상 투기, 도박과 같은 양상"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검토한다"고 구두로 압박했다. 여기다 금융위원회가 ICO를 금지하면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시장이 위축된 상태다.

다만, 대한변호사협회는 암호화폐 산업을 무조건 지지하는 입법을 요구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암호화폐가 가격 변동성이 높고 사기, 유사수신행위에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선 적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입법을 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변호사협회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해 자격 요건과 자전거래 등을 내부 거래를 막기 위한 규제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한, 증권형 토큰(시큐리티 토큰, 자산형 토큰)을 이용한 ICO는 기존 자본시장법을 적용하자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암호화폐 산업을 규제할 부분은 하고 풀어줄 부분은 풀어줘야 한다"며 "관련 법령이 있는데도 오해하는 부분이나 불명확한 부분을 해소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11월 중으로 ICO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10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가 ICO 일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다음 달에는 정부 입장을 어느 정도 형성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