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가 사모투자 합자회사인 그레이스 홀딩스를 통해 한진칼의 지분 9%를 보유한다고 공시한 2018년 11월 15일 이후 국내 자본시장에서 한진칼은 뜨거운 감자다.

그레이스 홀딩스는 2018년 12월 27일 공시를 통해 한진칼의 지분 1.81%를 추가로 취득했다고 밝히면서 조양호 회장 등 이른바 ‘오너 일가’에 이은 2대 주주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됐다. 오는 3월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등 1대 주주와 그레이스 홀딩스를 비롯한 다른 주주들이 주요 안건에 대해 어떠한 표대결을 펼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주주들의 이익 내지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고, 그 주주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만큼 주식회사의 주인이다. 하지만 회사 경영진에 의해 주요한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면서 주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주주행동주의의 본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는 우리나라에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상장회사 중에는 창업주가 기업을 일군 후 상장한 경우가 많아 ‘대주주 = 오너 일가 = 경영진’의 관념이 강해서 경영진이 기업경영에 관련된 많은 정보를 소수주주들에게는 공개하지 아니한 채 독단적으로 운영해온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주 이후 세대를 거치면서 기존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지고, 1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한 ‘회장’ 또는 ‘대표이사’가 순환출자 등의 구조를 통해서 여러 기업을 지배하는 왜곡된 소유구조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결과 소위 오너 일가는 기업에 대한 지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기업경영의 성과물인 이익을 ‘배당’의 형태로 가져가지 않는 대신, 회장, 대표이사 또는 이사 등의 직함을 갖고 터무니없이 많은 연봉을 받아가는 형태로 기업경영의 성과물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경영진은 주주들에게 환원할 이익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부동산 등 자산을 취득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을 사내에 유보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부(富)의 세습을 위해 정상적인 상속이나 증여가 아닌 일감 몰아주기라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만 특이한 거래구조도 등장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KCGI가 한진칼의 2대 주주로 등극해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시도는 주주가 그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기업활동을 독려하는 계기가 된다고 보인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한진칼의 3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Stewardship)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인지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된 것을 보면, KCGI에 의해 촉발된 한국형 주주행동주의가 그 자체로 국내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KCGI 및 그레이스 홀딩스의 한진칼 지분 취득이 단기간의 주가 상승이나 하락에도 불구하고, 단기 시세차익에 연연하지 않은 채 기업가치 상승 및 재평가를 촉발하게 된다면, 비슷한 경우에 놓인 국내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이번 3월에 열릴 정기주주총회부터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었으면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재훈 리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