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2년작 로봇 애니메이션 ‘기갑함대 다이라가 피프틴(機甲艦隊ダイラガーXV)’은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많은 합체 수를 기록한 작품이다.
로봇 ‘다이라가’는 무려 15대의 기체가 합체해 거대 로봇으로 완성된다. 각 기체는 5대가 한 팀으로 구성된다. 팀은 육·해·공 3팀으로 나뉘어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겟타로보의 3단 합체는 1976작 ‘초전자로보 콤바트라 브이(超電磁ロボ コン・バトラーV)’에 의해 5단 합체로 합체 단수를 늘리게 된다.
전투기와 전차 등 서로 다른 다섯 대의 기체가 하늘로 날아올라 서로 합체하는 콤바트라 브이의 합체 메카니즘은 1970~1980년대 변신·합체 로봇의 기초가 됐다.
1981년작 ‘육신합체 갓마즈(六神合体ゴッドマーズ)'는 기존 5단에 그친 로봇의 합체 단수를 ‘6단'으로 끌어올렸다. 1982년에 등장한 ‘기갑함대 다이라가 피프틴’은 15단 합체를 선보이며 변신·합체 로봇의 정점을 찍었다.
기갑함대 다이라가 피프틴 애니메이션 오프닝. / 유튜브 제공
애니메이션 다이라가 피프틴은 일본보다 미국에서 더 높은 인기를 기록했다. 다이라가의 고향 일본에서는 TV시청률 기록도 남아있지 않을만큼 찬밥신세다. 15단이라는 최다 합체로봇 기록만이 다이라가 브랜드 생명력을 유지시키고 있다.
다이라가가 미국에서 더 인기를 끈 까닭은 ‘볼트론’ 때문이다.
볼트론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東映)가 1981년작 ‘백수왕 고라이온’과 1982년작 ‘기갑함대 다이라가 피프티’를 ‘평행세계 이론’으로 서로 묶은 작품이다.
콘텐츠 배급회사 WEP가 멀쩡한 두 개 작품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까닭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콘텐츠 배급회사에게 원작 콘텐츠를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198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에 표절이 많은 까닭은 당시 ‘콘텐츠 저작권' 개념이 거의 없었고, 한국이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하청 기지였기 때문이다.
슈퍼 타이탄 15 내용은 놀랍게도 북한 공산당을 비난하는 ‘반공 영화'다. 주인공 로봇 슈퍼 타이탄 15는 북한 방언을 사용하는 ‘붉은별 군단'에 맞서 싸운다. 애니메이션에 ‘반공' 키워드가 사용된 까닭은 방송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다. 방송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는 반공 요소만 들어가면 심의 통과가 쉬웠다.
◇ 지구인과 우주인의 동맹관계 그려낸 다이라가 피프틴
애니메이션 다이라가 피프틴은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지구인과 지구와 우호관계에 있던 미라·사라 행성에서 선발된 15명의 파일럿이 15단 합체로봇 ‘다이라가'와 함께 바깥 우주 탐사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르베스턴 제국 내부에는 평화를 추구하는 온건파와 어지러운 정국에서 출세를 꾀하는 호전파(好戦派) 세력이 서로 대립하고, 주도권을 쥔 호전파에 의해 지구·미라·사라 행성연합과 전면전을 펼친다는 스토리다.
다이라가는 ‘기동전사 건담' 등 리얼로봇 붐 속에서 탄생했던 작품인만큼, 과거 로봇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였던 ‘권선징악' 프레임에서 벗어나, 가르베스턴 제국 내부의 갈등과 인간 드라마를 그려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다이라가가 지구인과 우주인의 동맹관계를 그려낸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평가하고 있다. 이전 작품인 ‘UFO로보 그렌다이저'와 ‘그로이저 엑스' 등에서 우주인은 지구로 온 망명자 혹은 적으로만 그려졌기 때문이다.
우주인과 지구인의 동맹관계는 다이라가 이후인 1984년작 극장판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超時空要塞マクロス 愛・おぼえていますか)’에서 그려진다.
참고로,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에서 ‘권선징악' 프레임을 깬 대표적인 인물은 나가하마 타다오(長浜忠夫) 감독이다. 나가하마 감독은 로봇 애니 콘텐츠에 적과 아군 캐릭터의 사랑, 갈등, 혈연, 숙명 등을 가미해 성인이 봐도 재미있는 로봇 애니메이션을 완성시켰다.
나가하마 로망로보 3부작 마지막 작품인 1978년작 ‘투장 다이모스'에서는 고향별을 잃은 바무 행성 여성 에리카와 지구인 남자 주인공 카즈야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나가하마 감독의 참신했던 도전이 1970년대 당시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졸업한 20대를 애니메이션 팬으로 복귀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 육·해·공 3개 팀으로 구성된 다이라가
15단 합체로봇 ‘다이라가'는 전투기로 구성돼 공중전에 특화된 ‘쿠우라가’ 팀과 해상전에 능한 ‘카이라가’ 팀, 육상전의 ‘리쿠라가' 팀 등 크게 3개 팀으로 분류된다.
주인공 ‘아키 마나부'은 쿠우라가 팀의 리더이자 로봇 다이라가의 메인 파일럿이다.
다이라가 로봇을 구성하는 15대의 머신은 우주항공모함 ‘라가 가드'에 탑재된다. 설정에 따르면 다이라가 로봇은 높이 기준 60미터, 무게 150톤에 달한다. 마징가Z의 크기가 18미터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편이다. 다이라가 로봇은 ‘광자 에네르기'라 불리는 미지의 에너지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