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상균 비피유홀딩스 대표, "남들은 못 하는 새로운 시도가 우리의 강점"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드는 정도의 노력으로 초등학생도 쉽게 인공지능(AI)을 제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오상균 비피유 홀딩스 대표는 최근 IT조선 기자를 만나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비피유홀딩스는 인공지능 구축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개발하는 회사다. API는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사용하는 함수 코드 묶음이다. 개발자는 이를 활용해 하나의 명령만으로 운영체제(OS)에서 복잡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비피유홀딩스는 12월 말 AI 개발용 OS와 함께 ‘AEI 스킬 스토어(가칭)’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곳에서 개발자들이 AEI를 개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API를 사고 팔 수 있다. 상점이 활성화될수록 API 종류가 많아진다. 이를 조합해 만들 AI 경우의 수도 많아진다. 개발 난이도는 점점 낮아진다.

오 대표는 이런 상점을 선보인 이유를 최근 AI 기술이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널려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를 ‘고도화해야 할, 어려운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상균 비피유홀딩스 대표. /비피유홀딩스 제공
오상균 비피유홀딩스 대표. /비피유홀딩스 제공
그는 식당을 예로 들었다. 운영체제가 셰프, 개발자가 손님이라면, API는 웨이터 같은 역할이다. 손님(개발자)은 메뉴(API 인터페이스)를 보고 웨이터(API)에게 주문한다. 웨이터는 셰프(OS)에게 주문을 전한 뒤 셰프 요리(작업 결과)를 손님에게 전달한다. 이처럼 API는 운영체제와 개발자를 이어 개발 난이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오 대표는 "초등학생이 파워포인트로 발표자료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고 매우 놀랐는데, 이는 템플릿 등 필요한 기능을 시스템이 지원하기에 가능한 일이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핵심 아이디어만 있다면 원하는 AI를 누구나 PPT처럼 쉽게 구성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모티콘에 투영된 감정까지 분석, 19대 대선 결과 정확히 예측"

오 대표는 "남들은 못 하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이 비피유홀딩스의 강점이다"라며 "이를 통해 단순 AI보다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API 스토어나 ‘인공감성지능(AEI)’은 비피유홀딩스가 최초로 제안하고 구현을 시도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AI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답을 찾아 인간이 하는 작업을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한 분야에서 답을 찾을 때 독보적으로 뛰어난 AI가 있다면 다른 AI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비피유홀딩스가 개발하는 ‘인공감성지능(AEI)’은 다르다. AEI는 ‘울고 웃는 컴퓨터’가 아니라 AI 기능을 하면서도 사용자와 소통하고 개개인의 성향을 배우고 흉내내는 도구다. 말하자면 나름의 ‘개성’을 지닌 ‘나만의 AEI’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답을 내릴 수 있다.

오상균 비피유홀딩스 대표가 자사 서비스 ‘아이메이(aiMei)’를 시연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오상균 비피유홀딩스 대표가 자사 서비스 ‘아이메이(aiMei)’를 시연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비피유홀딩스는 AEI를 기반으로 다양한 API를 만들었다. 오 대표에 따르면 이들이 보유한 기술은 80여가지에 달한다. 대부분을 자체 기술이다.

비피유홀딩스는 해당 API를 연말에 출시할 AI 스킬 스토어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비피유홀딩스는 자사가 개발한 API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다수의 서비스를 무료로 출시했다.

예를 들어 검색엔진 ‘짐고(Zimgo)’는 검색 대상이 되는 소셜 미디어상 글을 문장 단위로 분석하는 타 인공지능과 달리 이모티콘까지 감정을 찾아내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취향에 꼭 맞는 결과를 찾아낼 수 있다.

짐고 소셜미디어 분석 엔진을 사용한 선거 예측 프로그램 ‘짐고 폴링(Zimgo Polling)’도 있다. 오 대표는 "짐고 폴링은 한국 19대 대선 결과를 1등부터 6등까지 정확히 맞췄으며, 6대 여론조사 기관보다 정확했다"고 설명했다.

비피유홀딩스는 이외에도 원하는 주제에 따라 블로그를 큐레이션 하는 ‘닐(Neil)’, 뉴스페이퍼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닐 퍼블리셔(Neil Publisher)’, 사용자에게 던진 질문을 바탕으로 자아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 ‘아이메이(aiMei)’ 같은 서비스도 선보였다.

오 대표는 서비스를 무료로 공개한 이유에 대해 "우리 상품은 서비스보다 기술 API 자체를 판매하는 기업"며 "이후 스토어를 통해 개발자들이 우리 기술을 활용해 인공지능을 만들도록 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비피유홀딩스가 무료로 공개한 서비스 중 일부. /구글 플레이스토어 갈무리
비피유홀딩스가 무료로 공개한 서비스 중 일부. /구글 플레이스토어 갈무리
"IoT 넘는 ‘Internet of Humanity’ 세상 만들고 싶다"

비피유홀딩스 사명은 한글 단어 ‘베풂’을 영어 약자로 표기한 것이다. 그만큼 ‘베풂’을 강조한다. 오 대표는 수익의 3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회사 창립 시점부터 세웠다.

소소한 나눔도 이어간다. 회사 주변 독거노인에게 주기적으로 요구르트를 배달한다. 비피유 직원이나 요구르트 판매원은 물론 오 대표가 직접 노인들의 말 상대가 되기도 한다.

AEI 기술로 사람들의 삶을 편하게 만드는 것도 비피유홀딩스가 말하는 ‘베풂’이다. 아리조나 대학과 함께 진행하는 ‘세바 프로젝트’는 의사에게 마니또같은 인공감성지능을 제공해 진료에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인공지능은 의사 곁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배운다. 이후 컨디션 등 요인 탓에 판단력이 잠시 흐려질 수도 있는 의사에게 조언한다.

오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우리는 AEI를 통해 사물 인터넷(IoT)를 넘어 주변 사물이 개개인을 이해하는 ‘인간성 인터넷(Internet of Humanity)’을 추구한다"며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기계에 소외되는 것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