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인터뷰] 김현우 리화이트 대표
"시장도 스마트폰으로 보는 시대잖아요. 세탁앱을 통해 기존 세탁소를 스마트하게 바꿔준 스마트폰이 고맙습니다."
일부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플랫폼은 기존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과 갈등을 빚으며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택시업계와 대립하는 타다의 경우 검찰까지 나서는 등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기존 골목 상권과 상생하며 오히려 칭찬을 듣는 플랫폼 기업도 있으며, 세탁 기업 ‘리화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리화이트는 지역의 세탁소와 이용자를 중개해 주는 모바일 서비스다. 앱을 통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주변에 배달이 가능한 세탁소 목록을 확인하고, 원하는 서비스와 배달 가능한 시간을 선택하면 해당 세탁소가 시간에 맞춰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해 준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 미국의 ‘워시오'는 세탁계 우버로 불릴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창업한 지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리화이트는 폐업은 커녕 창업 이후 매년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간다.
리화이트는 세탁공장을 세우지 않고 이용자 근처의 세탁소와 연계해주므로 별도의 물류 시스템을 가동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2017년부터 편의점 GS25와 제휴를 맺어 동네 세탁소와 편의점을 연계한 'GS25 편의점 세탁서비스'를 일부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2019년 5월 서비스 지역을 수도권(1700개 매장)으로 확장했다.
김 대표는 "기존 세탁 O2O 서비스 기업은 별도의 세탁공장을 세워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그렇게 하면 서비스 커버리지에 한계가 있다"며 "만약 서비스 지역을 넓히면 물류가 중요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세탁보다 물류가 주는 식으로 서비스가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원들이 직접 경력이 오래된 세탁소를 섭외하고 이용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국내에서 리화이트가 유일하다"며 "품질 저하가 발생하는 세탁물 취급 공정의 자동화 전략이 아닌, 상생을 활용한 물류 이동 전략으로 원가 절감과 함께 수익 증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진입장벽은 높이고 이용자는 늘리고"
김현우 대표가 세운 회사는 리화이트가 두 번째다. 첫 창업은 소셜 데이팅 앱 ‘큐핏'을 만들었을 때다. 그는 엑시트(투자금 회수)에는 성공했지만 이렇다 할 수익을 남기지 못했다.
그는 "첫 회사를 엑시트한 후 느낀 교훈은 고객모수가 작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다"며 "최대한 사업을 키워도 회사가 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발 주자들이 들어왔을 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다 보니,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도 얻었다"며 "그래서 다음 창업 아이템을 고민할 때 전 국민이 쓰는 서비스로 해야겠다는 대전제를 고려해 아이템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의(衣)’를 두번째 사업 아이디어로 선택했다. 비즈니스와 관련한 영감은 세탁소를 자주 찾는 아내에게서 얻었다.
김 대표는 "아내는 의상 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하는데, 평소 옷이 너무 많아 세탁소에 주기적으로 맡기러 갈 때마다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세탁 시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며 "그때 당시 국내에서 O2O 플랫폼이 막 성장하기 시작했는데, 세탁소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시장을 바꿔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화이트 서비스가 점차 자리를 잡아간 후에는 세탁소에서 먼저 전화로 문의를 하는 경우가 잦다. 서비스를 이용 중인 기존 세탁소의 입소문 덕이다.
김 대표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먼저 연락을 해온 곳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며 "처음에는 사장님들조차 ‘될 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해보자'는 식의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주변에 소문도 알아서 내주고 먼저 관심 있다고 연락을 주는 분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현재 리화이트에 등록된 세탁소는 420개쯤이다. 김 대표는 2020년 훨씬 더 많은 세탁소를 가맹점으로 받을 예정이지만,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친다고 귀띔했다.
그는 "세탁소를 운영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한데, 리화이트는 자격증을 취득하신 분을 우대해 가맹점으로 등록한다"며 "세탁소 사장님들 역시 실력이 좋지 않은 곳을 추천할 경우 본인들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추천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국에 있는 일부 세탁 장인분들도 현재 가입을 하셨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진짜 세탁을 잘 하시는 분들은 세제를 직접 만들어서 쓴다"며 "수십 년의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옷마다 세제 배합을 다르게 하는 노하우를 지니셨다"고 말했다.
꼼꼼한 회원사 관리와 각별한 세탁물 품질 관리에 대한 노력 덕분에 리화이트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김 대표는 "2015년 창업 이후 매년 매출이 2배 이상씩 늘었다"며 "2018년 거래액은 15억원 정도였지만, 2019년 편의점을 활용한 거점형 세탁 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30억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꿈꾸다
김 대표는 편의점과의 제휴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신규 테스트도 계속 이어간다. 이용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주유소와 제휴를 하는 등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세탁소가 이마트 내에 입점한 세탁 프랜차이즈더라"며 "고객이 마트를 온 김에 옷을 차에 싣고와서 맡기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주유소에서 세탁물을 수거하는 제휴 모델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주유소에 드라이브 스루가 있고, 이를 통한 세탁물 위탁이 유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유소가 위험 지역으로 분류가 돼 있기 때문에 무인락커를 통한 세탁물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업가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보다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명감도 가졌다. 그는 "리화이트는 세상을 깨끗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다"며 "세탁기는 가사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줘 사회구조를 바꾼 위대한 발명품인데, 이와 유사하게 리화이트 비즈니스를 통해 집안일과 관련한 일을 줄여주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리화이트는 세탁일 외에 집안일과 관련된 일로 모델을 확장해 보려 한다"며 "향후 고객들의 세탁물 데이터를 분석해 커머스(옷의 교체주기 알려주기 등)에 활용하도록 돕는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에 꼭 필요한 서비스로 자리잡고 싶다"고 말했다.
리화이트는 2020년 빨래방을 이용하는 고객의 불편사항을 개선하는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빨래방에 방문했을 때 기계가 다 돌고 있어 헛걸음하는 경우를 없애기 위해 빨래방 기계 작동 현황을 앱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 빨래방이 급성장하는 추세다"며 "빨래방을 직접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빨래방 세탁기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추진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플랫폼에 적용한 리화이트는 현재 5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했다. 신규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통해 2022년 이용자 수를 100만명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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