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연내 2G 서비스 종료
과기정통부는 암묵적 ‘승인’

SK텔레콤이 이번주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2G 서비스 종료 신청서를 낸다. 과기정통부는 과거 KT가 2G 가입자를 전체 가입자 수 대비 1%쯤으로 줄였던 전례를 고려하지 않을 계획이다. 오히려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속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어서 SK텔레콤의 연내 2G 종료가 유력한 분위기다.

5일 통신정책을 총괄하는 이태희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2011년 11월 KT의 2G 서비스 종료 당시 정부가 제시했던 조건은 전체 가입자 중 1% 미만이 2G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이런 조건을 동일하게 제시할 수는 없다"며 "SK텔레콤이 2G 종료와 관련해 이용자에게 고지를 잘 하고 있는지, 이용자 보호 계획을 적정하게 세웠는지 등을 중점으로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 2G폰 ‘와플’. / 조선일보 DB
LG전자 2G폰 ‘와플’. / 조선일보 DB
SK텔레콤은 빠르면 금주 중 2G 서비스 종료 신청을 한다. 당초 10월 말 신청서를 낼 계획이었지만 6일 티브로드 기업결합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만큼 제출 시점을 늦췄다.

전기통신사업법 제19조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가 운영하던 사업을 폐지할 경우 폐지 예정일로부터 60일 전 해당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과기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통업계는 SK텔레콤이 10월 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연내 2G 서비스를 종료하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연초부터 꾸준히 2G 서비스 종료를 고지한 만큼 과기정통부가 검토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당사는 2월 말부터 보도자료, 홈페이지, 문자메시지, 광고 등을 통해 2G 이용자에게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며 "지금은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만 받으면 되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18년 12월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8년 10월 29일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낸 뒤 2018년 12월 7일 과기정통부의 승인을 받았다. 전체 소요 시간은 40일도 채 되지 않는다. 2G 이용자에게도 이미 고지를 한 만큼 12월 중으로 과기정통부의 2G 서비스 종료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이 2G 서비스를 종료하려는 것은 통신망 유지·보수 시 필요한 핵심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큰 영향이 크다. 2G 장비의 생산은 2005년을 전후로 중단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종료 신청서를 받는 대로 통신망 유지·보수와 관련한 현장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며 "통신 사업자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신속하게 검토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바람대로 과기정통부가 2G 종료와 관련한 심사 속도를 높일 환경도 마련됐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조기 종료에 대해 긍정의 시그널을 내비쳤다.

최 장관은 10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 2G 조기 종료를 통한 공공자원의 효율적 운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변재일 과방위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사업자와 협의해 2G 서비스 조기 종료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법원도 최근 2G 서비스 유지가 회사는 물론 국익 차원에서 손해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신상렬 부장판사)는 10월 30일 2G 서비스 이용자 633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이동전화 번호이동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네이버 카페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소속 회원은 2G 서비스 종료 후 011·017 등 기존 01X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