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걱정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입니다."

9일 발족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감시위)에 대한 삼성 관계자 말이다.

외부 조직인데다가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기구로 활동 영역과 범위에 대해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속된말로 예상치 못했던 문제까지 잡아낼 수 있다는 우려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자료 조선일보 DB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자료 조선일보 DB
이날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의 발언은 역할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위원장직 고사 이유로 ‘진정한 의지에 대한 의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저의 역량 부족’ 등을 언급한 후, 수락 배경으로 ‘실패를 하더라도 뭔가를 하는 편이 낫다’ ‘실패도 성공에 이르는 과정의 일부’라고 자리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만났고,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자발적으로 준법감시위의 독립·자율을 '확약'하며 삼성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도 언급했다.

삼성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실패’라는 단어를 세번이나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뭔가를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삼성측에서도 김 위원장의 수락으로 감시위가 발족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위원회 운영 기본원칙과 향후 일정 등을 발표했다. 외부 위원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사장을 역임했던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 내부에 속하지 않고 별도 외부 기구로 설치된다. 삼성전자·물산·생명·SDI·전기·화재 등 주요 7개 계열사들이 협약을 맺고 위원회에 참여한다. 참여 계열사는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으로,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 운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