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가 요즘 ‘롤’이나 ‘배그’ 등 온라인 PC 게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네요. PC 사양은 어떻게 맞추면 좋을까요?"

최근 지인으로부터 게이밍 PC 문의를 받았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스트리머의 게임 방송을 쉽게 볼 수 있고, 고액의 상금이 걸린 e스포츠 대회를 자주 경험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롤(LoL, 리그 오브 레전드)이나 배그(배틀그라운드) 게임이 큰 인기를 끕니다.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려면 게이밍 PC의 요구사용도 그만큼 높아진다. / PUBG 제공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려면 게이밍 PC의 요구사용도 그만큼 높아진다. / PUBG 제공
물론, 초등학생에게 처음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고사양의 PC를 선뜻 사주기는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배그 같은 고사양 게임을 어느 정도 돌릴 수 있고, 3년 정도는 업그레이드 없이 무난하게 쓸 수 있을 게이밍 PC를 구성해봤습니다.

CPU는 최소한 ‘6코어’로

6코어 구성의 인텔 i5-9400F(왼쪽)와 AMD 라이젠 5 3500. / IT조선 DB
6코어 구성의 인텔 i5-9400F(왼쪽)와 AMD 라이젠 5 3500. / IT조선 DB
기존에 초등학생들이 많이 즐기던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 등 캐주얼 게임은 일반 사무용 사양의 PC만 보유해도 충분합니다. ‘롤’은 내장 그래픽카드로도 손쉽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요구사양이 높진 않습니다.

하지만 ‘배그’를 즐기려 할 때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적어도 6코어급 CPU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CPU 코어 수가 넉넉할수록 게임 중 안정적인 그래픽 프레임 유지가 가능하고, 동시에 더 많은 프로그램을 실행해도 성능 저하가 적습니다.

요즘은 6코어급 CPU가 20만원 안입니다. 당장의 성능은 물론, 한 번 사서 3년 정도는 교체 없이 쓸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인텔 코어 i5-9400F~9600KF 또는 AMD 라이젠 5 3500~3500X 정도면 충분합니다.

메인보드는 기본에 충실한 보급형 제품으로도 충분

보급형 메인보드인 애즈락 H310CM-HDV/M.2(왼쪽)와 에이수스 EX A320M-GAMING. / 각 제조사 제공
보급형 메인보드인 애즈락 H310CM-HDV/M.2(왼쪽)와 에이수스 EX A320M-GAMING. / 각 제조사 제공
PC를 잘 아는 마니아급 사용자라면 메인보드를 선택할 때 전원부나 오버클럭 지원 등을 신경 씁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용 게이밍 PC를 구성하는 데는 그 정도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에서 고른 6코어급 CPU를 충분히 구동할 수 있는 7만~10만원대의 보급형 보드만 써도 충분합니다. 인텔 CPU를 선택하는 경우 H310 칩셋 보드를, AMD CPU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A320 칩셋 보드면 됩니다.

하드웨어 마니아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은 대부분 PC를 부품별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큰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3년 정도 쓰다가 완전히 새로 교체할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비싼 고급형 보드보다 적당한 사양과 성능의 보급형 보드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 1650’ 이상 권장

조텍 게이밍 지포스 GTX 1650 슈퍼 D6 4GB TWIN. / 조텍 제공
조텍 게이밍 지포스 GTX 1650 슈퍼 D6 4GB TWIN. / 조텍 제공
그래픽카드는 최신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데 매우 중요한 부품입니다. 그래픽카드의 사양과 성능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게임의 화질과 퍼포먼스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배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적어도 2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지포스 GTX 1650/1650 슈퍼’급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지포스 GTX 1650시리즈는 엔비디아의 ‘튜링’ 아키텍처 기반 GPU 중 가장 막내 격이지만, 이전 세대 퍼포먼스 급 성능을 제공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편입니다. 게임 그래픽 옵션만 조절하면 풀HD 해상도(1920x1080)에서 평균 60프레임 안팎을 유지할 수 있는 성능을 제공합니다.

그래픽 옵션을 좀 더 높여 더 좋은 화질로 즐기고 싶거나, 요즘 사용자가 늘고 있는 120㎐~144㎐급 게이밍 모니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래픽카드도 한 단계 윗급인 지포스 GTX 1660시리즈도 고민해볼 만합니다.

메모리는 최소 8GB, 이왕이면 16GB까지 추천

삼성전자 DDR4 8GB 모듈.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DDR4 8GB 모듈. / 삼성전자 제공
메모리도 넉넉할수록 좋습니다. 일반적인 사무용/인강용 PC라면 4GB 이상이면 되지만, 본격적인 게임용 PC라면 최소한 8GB 이상은 갖추는 게 좋습니다. 고사양 게임일수록 메모리도 그만큼 많이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인기 있고 많이 쓰는 ‘표준’ 제품인 삼성전자 DDR4 8GB 모듈의 가격은 현재 4만원 안팎입니다. 조금만 더 투자해 16GB까지 구성하면 적어도 3년 내내 메모리 부족으로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CPU 코어 수와 마찬가지로, 메모리 용량이 넉넉할수록 게임의 퍼포먼스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더 많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해도 여유가 있습니다.

SSD는 최소 250GB급…추천은 500GB급

게임의 그래픽이 더욱 사실적으로 진화하면서 게임의 설치 용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120GB급의 보급형 SSD의 경우, 윈도만 설치해도 전체의 삼분의 일쯤을 사용하기 때문에 게임 몇 개만 설치해도 금방 용량이 부족합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실제 게임이 차지하는 용량은 10GB 안팎이지만, 업데이트 및 패치의 설치를 위해 20G~30GB의 여유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최소한 250GB급(240G~256GB) SSD를 써야 게임을 설치하고도 어느 정도 여유가 남고, 패치 및 업그레이드에도 지장이 없습니다.

요즘은 SATA 방식의 500GB급(480G~512GB) SSD를 10만원 이내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PC를 좀 더 오래 쓸 생각이라면 SSD도 500GB급 제품을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만약 사진이나 영상을 저장할 일이 많다면 250GB급 SSD에 1T~2TB급 HDD를 조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NVMe 방식의 SSD가 SATA방식 SSD보다 우수한 성능을 제공합니다. 예산에 여유가 있다면 추천할 만하지만, 그보다는 용량이 한 단계 더 많은 SATA SSD를 구매하는 게 ‘가성비’ 면에서는 더 유리합니다.

지금까지의 구성에 적당한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를 포함하면 본체 기준 60만~8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배그’까지 즐길 수 있는 게이밍 PC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등까지 포함해도 100만원 이내로 맞출 수 있습니다. 최고 사양과 성능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몰래 PC방에 가지 않고 친구들에게 "나 집에서 배그 한다"라고 자랑할 정도의 사양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