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실험실로 향한 두 요리사 “직접 만든 대체육 꺼내먹어요”

차현아 기자
입력 2020.02.21 06:00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 이용민 이사 인터뷰
국내서 서서히 관심 높아지는 대체육 시장
주방 박차고 나온 미슐렝 3스타 셰프
대체육의 인텔 되겠다 포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디보션푸드 사무실. 테이블 위에는 둘로 갈린 햄버거가 놓여있다. 한 쪽은 미국 대체육 제조 스타트업 비욘드미트가 만든 패티로 만든 햄버거다. 다른 하나는 국내 대체육 스타트업 디보션푸드가 만든 패티가 들었다. 대체육은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고기다. 실제 고기는 아니지만 맛과 질감, 향, 육즙까지 그대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겉보기에 패티 색은 조금 차이가 났다. 비욘드미트 패티가 진짜 고기 패티와 유사했다. 디보션푸드 패티는 조금 불그스름했다. 식감도 조금씩 달랐다. 비욘드미트는 씹을 때 일반 고기패티보다 부드러운 느낌이다. 특별히 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디보션푸드 패티는 고기 향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고, 질감도 고기와 유사했다.

대체육은 콩고기와도 다르다. 콩고기는 콩 성분을 그대로 다지거나 첨가하는 성분만 조금 달리해 고기처럼 구현한다. 실제 고기와 맛과 향에 차이가 있다. 반면 대체육은 재료를 완전 분자 단위까지 쪼갠 뒤 최대한 고기와 유사한 질감과 구조로 재탄생시킨다.

IT조선은 20일 디보션푸드 사무실에서 박형수 대표, 이용민 이사를 만나 대체육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 이용민 이사가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입점한 서울 송파구 먹거리창업센터 공용 주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IT조선
미슐렝 3스타 셰프에서 창업자로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는 요리사 출신이다. 분자요리 전문가다. 분자요리는 조리 온도와 방법에 따라 재료 분자 배열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에 따라 맛과 향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분석해 실제 요리로 구현한다.

그는 미국 시카고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셰프로 일했다. 이때 우연히 대체육을 접했다. 먹어보니 맛있었다. 몇 가지 재료를 조합해 충분히 고기처럼 구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시장 성장세를 보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셰프에서 창업가로 전환하게 된 계기다.

마침 박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이용민 이사를 만났다. 이 이사도 셰프 출신이다. 미국 대체육 제조 스타트업인 임파서블푸드와 협업해 연구를 진행한 경력이 있다.

2017년 두 요리사는 그렇게 부엌을 떠나 우리만의 고기를 만들어보자며 실험실로 향했다. 현재 디보션푸드엔 식품공학, 약학, 영양학, 조리과학 분야 전문가 5명이 모여있다.

(왼쪽부터) 비욘드미트 패티와 디보션푸드 패티가 든 햄버거. 디보션푸드 패티가 조금 더 붉지만, 실험실에서 갓 나온 시식용 패티여서다. / IT조선
대체육 안전성 논란에 "천연재료만 넣었다"

일각에서는 대체육 안전성 논란을 제기한다.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수십가지 화학첨가물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 고기 제조과정에 유해한 화학첨가물이 들어간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미 식품업계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착색제조차 유해성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실정이다.

디보션푸드는 이런 논란을 불식하고자 화학첨가물 대신 채소와 곡물 등에서 추출한 성분만 썼다.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도 사용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식품업계는 식품을 대량생산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화학첨가물을 써왔던 것 뿐이지 사실 천연재료도 화학첨가물과 기능은 같다"며 "조금 비싸지만 천연 재료 특성을 최대한 살려 건강한 대체육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개발엔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다시 고기를 만들어 또 테스트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했다. 균형을 맞추는게 중요했다. 고기 향을 내려 재료 하나를 더 넣었더니 질감 수치는 떨어졌다. 또 다른 재료를 넣었더니 질감 수치는 좋아졌지만 반대로 고기 향이 없어지기도 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그래프와 수치가 보여주지 못하는 식감을 미세하게 구현해 내는 작업이었다. 그래프 상으로는 고기 질감과 탄력이 유사한 수치에 근접했지만, 실제 입안에 들어갔을 때는 고기와 다른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이를 수치화하고 그 값을 고기 수준에 가깝게 만드는게 과제였다.

디보션푸드 패티가 들어있는 햄버거. 실제 고기 향과 맛, 질감이 살아있다./ IT조선
대량생산 예고에 쏟아지는 투자…대체육계의 인텔 되겠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육 시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최대 1400억달러(약 166조54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도축과정에서 불거지는 윤리적 문제와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파괴, 비건 인구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다. 실제 미국과 유럽 등에선 고기뿐 아니라 우유, 치즈, 심지어 계란까지 만들어 판다. 국내의 경우는 대체육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면서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에 디보션푸드는 대량생산을 준비한다. 3월 중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이를 기반으로 대체육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자체개발한 공정은 특허를 신청했다. 정부로부터 식품안전 인증도 받았다. 주요 식품업체와 협업해 대체육 식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내놓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란 소식에 현재 벤처캐피탈 100여개가 투자 의향서를 보내왔다"고 귀뜸했다.

박 대표는 식품업계 인텔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컴퓨터에 어떤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됐느냐가 기기 스펙인 것처럼, 해당 식품에 디보션푸드 고기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 일종의 품질 인증처럼 자리잡기를 바란다. 박 대표는 "디보션푸드 마크는 믿을 수 있는 원자재인 대체육이 ‘탑재'된 식품이라는 인증이 되는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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