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살려줘" 한마디가 119 호출로 이어졌다.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가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자동으로 알린 것. 지난 1년간 누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노인은 23명에 달한다. AI 스피커를 활용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가 사회 취약 계층인 독거 어르신들의 정서와 안전을 지키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SK텔레콤과 바른ICT연구소는 20일 ‘행복커뮤니티 인공지능 돌봄(이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제공 1주년을 맞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의 성과와 이용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범수 바른ICT연구소장과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 / SK텔레콤
김범수 바른ICT연구소장과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 / SK텔레콤
바른ICT연구소는 작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 연령 75세인 독거노인 67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이용 패턴과 효과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95% 이상이 일주일에 3회 이상 AI 스피커 누구를 이용했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이용 전후 비교 시 행복감은 7% 높아지고 고독감은 4% 감소했다. 특히 인공지능 돌봄을 통해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해본 노인들에게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AI 스피커 주 이용 기능은 음악감상(95.1%), 정보검색(83.9%), 감성대화(64.4%), 라디오청취(43.9%)순으로 나타났다.

김범수 바른ICT연구소장은 "조사 대상 어르신 중 22.6%는 가족과 연락이 단절된 상태였다"며 "인공지능 돌봄이 어르신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가족 공백을 메우고 고독감을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돌봄 이용 현황 분석 / SK텔레콤
인공지능 돌봄 이용 현황 분석 / SK텔레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는 독거노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AI 스피커는 독거노인이 "아리아! 살려줘"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에 자동으로 알린다. 위급 상황으로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한다. 작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328건의 긴급 호출이 발생했고 23건이 긴급 구조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 줄어든 노인들이 우울증과 소외감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유용한 생활 정보를 안내하는 ‘소식 톡톡’ 서비스 이용률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약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치매 예방 프로그램 ‘두뇌톡톡’, ‘기억검사’ 등도 제공한다. 이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은 "두뇌톡톡을 8주간 매주 5일씩 꾸준히 이용한 노인들의 장기 기억력과 주의력·집중력이 향상되고 언어 유창성이 증진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6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돌봄 주요 기능 / SK텔레콤
인공지능 돌봄 주요 기능 / SK텔레콤
SK텔레콤은 현재 전국 14개 지자체의 약 3100가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노인요양 전문기관과 손잡고 노인장기요양 수급자 대상 B2B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했다. 오는 7월에는 B2C 서비스도 시작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돌봄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 AI 스피커를 활용한 돌봄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외로움 해소, 안전 제공, 치매예방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나갈 예정이다.

이준호 SV추진그룹장은 "인공지능 돌봄은 기업이 ICT 기술을 활용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며 "5G 시대 맞춤형 ‘인공지능 돌봄’ 고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우리 사회의 초고령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