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트럭 등 ‘생계형 차' 판매 감소
상반기 내수증가는 지난해 기저효과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잔뜩 위축됐다. 이 와중에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올해 성장세는 불황을 겪었던 2019년 대비 거둔 성과인만큼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9일 각사 자료 및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1~6월 국산차 내수 판매는 80만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12만823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늘었다. 이 기간 국산차 수출 등 해외판매는 223만3677대로 28.1%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 아래 해외시장보다 내수시장이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비교연도인 2019년의 경우 상반기 내수시장에 국산차는 75만5037대, 수입차는 10만9314대 등을 소비자에게 인도했다. 2018년 대비 국산차는 0.26%, 수입차는 22.2% 뒷걸음질친 숫자다. 기준연도인 지난해가 이미 잔뜩 힘이 빠진 상황이었던 것. 올해 내수 선전을 마냥 반가워할 수 없는 배경이다.

올해 자동차 내수 성장은 신차효과에 의존한 바가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지갑을 닫은 소비자들이 사전에 계약했던 신차는 인수를 하고, 기존에 나와있는 제품군을 새로 선택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국내 소비자들은 중국산 부품수급 문제로 국내 자동차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수입차는 물론 일부 국산 신차까지 주문 후 수개월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신차 희귀현상이 벌어지며 오히려 수요가 몰리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불황기 판매공식도 깨졌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더 잘 팔렸던 현대차 스타렉스(1만7542대, -26.0%) 및 포터(4만6062대, -13.2%), 기아차 봉고(3만944대, -0.2%) 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저렴한 가격에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경차 역시 마찬가지다. 기아차 모닝(2만211대, -16.1%)과 레이(1만3284대, -18.7%), 쉐보레 스파크(1만3876대, -12.0%) 등도 전년 대비 판매가 줄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3.5% 인하의 영향도 컸지만, 각사가 경쟁적으로 쏟아낸 신차 덕분에 내수가 버틸 수 있었다고 봐야한다"라며 "통상 신차를 개발하는 데 4~5년이 소요되고, 신차효과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유지하기는 어렵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향후 내수 시장이 괜찮을 것이란 보장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산차, 신차 효과 의존도 높아
수입차, 독일 브랜드 쏠림 심화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38만4613대를 판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0.1%)을 유지했다. 현대차 그랜저(7만7604대, 45.2%)와 아반떼(3만7605대, 16.8%), 제네시스 G80(2만2489대, 83.0%) 등이 성장세를 이어가며 브랜드 판매를 이끌었다. 그러나 ‘국민 세단’ 쏘나타(3만7973대, -21.4%)를 비롯해 코나(1만8577대, -13.5%), 투싼(1만3098대, -34.8%), 싼타페(2만6104대, -40.8%), 펠리세이드(3만1029대, -1.5%) 등 효자상품들이 대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아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6월 사상 최다판매 실적을 경신했다곤 하지만, 차종별 실적은 극명하게 갈렸다. 올 1~6월 기아차 내수판매는 27만8287대로 14.6% 성장했다. 2019년말 출시한 신형 K5(4만6824, 136.3%),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신형 SUV 셀토스(2만9149대, 신규), 3월 출격한 신형 쏘렌토(3만7867대, 41.9%) 등이 돋보였다. 반면 카니발(1만7331대, -48.8%), K3(1만3783대, -39.2%), 쏘울(712대, -83.2%), 니로(1만2154대, -18.5%) 등 다수의 제품군이 두자릿수대 감소세를 나타냈다.

르노삼성과 한국GM 역시 신차가 판매를 주도했다. 상반기 내수에서 르노삼성은 5만5242대로 51.3%, 한국GM은 4만1092대로 15.4% 성장세를 거뒀다. 르노삼성 XM3(2만2252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9545대) 등 신차가 신규수요를 창출한 결과다. 그러나 같은 기간 르노삼성 주력세단 SM6(5487대, -35.3%), 쉐보레 중형세단 말리부(3750대, -45.3%) 등 기존 라인업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쌍용차의 상반기 내수 판매는 4만855대로 27.0% 줄었다. 주력 SUV 티볼리가 1만292대에 머물며 1년 사이에 반토막(-49.2%)나는 등 신차부족과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상반기 수입차 판매상황도 유사한 구조다.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 공격적인 신차 출시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출고적체가 해소되며 판매에 속도가 붙었다. 2019년 ‘화재 리콜'을 겪었던 BMW(2만5430대, 41.5%)를 비롯해 ‘디젤 게이트' 이후 연기됐던 신차 인증이 속속 풀리는 아우디(1만71대, 293.4%) 및 폭스바겐(7405대, 317.2%)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반면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판매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도요타 (2804대, -55.6%), 렉서스(3597대, -57.0%), 혼다(!453대, -74.4%), 닛산(1865대, -5.2%), 인피니티(324대, -71.6%) 등 일본차 브랜드의 감소폭이 컸다. SUV 인기에도 지프(4209대, -11.7%)나 랜드로버(2371대, -43.6%) 등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반기 내수 시장 역시 신차효과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산차 수입차 할 것 없이 하반기에도 다양한 신차를 투입한다. 현대차 싼타페 부분변경과 신형 투싼, 제네시스 두번째 SUV GV70, 기아차 4세대 카니발, 르노삼성 SM6 부분변경, 벤츠 E클래스 부분변경과 BMW 신형 5시리즈, 폭스바겐 소형 SUV 티록, 볼보차 플래그십 세단 S90, 지프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 등 하반기에만 40여 종의 신차가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