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약 14년 묵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을 전면 개편한다.

금융위는 26일 대금결제업자에게 30만원의 소액 후불결제를 허가하고, 오픈뱅킹의 범위를 은행, 핀테크 기업 외 제2금융권(상호금융·저축은행·카드사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국내 디지털금융을 규율하는 전금법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도 전인 지난 2006년 제정된 뒤로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에 따른 최근 금융환경 변화를 적극 수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혁신방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먼저 ‘마이페이먼트’와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를 도입한다. 마이페이먼트는 고객자금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고객의 모든 계좌에 대해 결제·송금 등에 필요한 이체지시를 전달하는 업종이다. 이용자로부터 결제나 송금 지시를 받으면 금융회사 등이 이체를 실시하도록 전달한다.

전자금융업자를 거치지 않고 마이페이먼트 사업자를 통해 바로 송금과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수료와 거래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특히 8월 도입을 앞둔 마이데이터와 연계하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자의 모든 금융자산을 조회하고 이체까지 가능해져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도 생겨난다. 이는 하나의 금융플랫폼을 통해 간편결제·송금 외에도 계좌 기반의 다양한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종합지금결제사업자에 지정되면 일반 전자금융업자보다 넓은 범위의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 사업자가 이용자의 계좌를 직접 보유할 수 있어 급여 이체, 카드대금·보험료 납입 등 계좌 관리도 가능하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전자금융업자 중 신청을 받아 금융위가 지정하게 된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수준의 자금세탁·보이스피싱 방지 규제를 적용하고, 고객자금을 모두 외부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7개(전자자금이체업·전자화폐업·선불전자지급수단업·직불전자지급수단업·전자지급결제대행업·결제대금예치업·전자고지결제업)로 세분화된 전자금융업종은 3개(결제대행업·자금이체업·대금결제업)로 통합·단순화 한다.

결제대행업·자금이체업·대금결제업 등의 최소자본금은 현행 업종별 5억~50억원에서 2억~2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지급지시전달업은 3억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 국가도 여·수신 업무 등을 영위하지 않는 전자금융업의 특성을 고려해 최소자본금을 낮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자금이체업에 3억원, EU는 지급지시전달업에 7000만원의 규정을 두고 있다.

빅테크(대형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대비해 관리체계도 마련한다. 금융위는 우선 빅테크의 외부청산을 의무화해 빅테크가 보유한 이용자의 충전금이 내부자금화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빅테크의 전자금융업 합병·영업양수시에는 사전 인가를 받도록 했다. 이용자 자금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막을 계획이다.

해외 빅테크가 국내에 진출하는 것도 규제하기로 했다. 빅테크 관련 관리감독체계 개선 방안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추가로 발표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금법 개정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와 데이터3법에 이은 디지털금융의 법·제도 정비를 끝내게 됐다"며 "디지털 금융산업의 단계별 발전과정을 로드맵으로 제시함으로써디지털뉴딜 등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