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즐기기 알맞은 게임
코로나19로 위축된 타인과 활동, 소통 도울 수 있을 듯

돌연 나타나 게임 이용자와 영상 창작자 사이에서 큰 화제를 일으킨 게임이 있다. 영국 게임사 미디어토닉이 개발하고 미국 인디게임 배급사 디볼버 디지털이 8월 4일(이하 현지시각) 출시한 폴 가이즈(Fall Guys)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다시 퍼지며 사회적 거리두기 기조도 확산됐다. 외출하거나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못해 우울함(코로나 블루)과 답답함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폴 가이즈처럼 간편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서 코로나 블루를 해결할 대안으로 각광 받는다. 폴 가이즈는 동시에 60명의 사람들과 귀여운 젤리빈 모양 캐릭터로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콘텐츠를 담았다.

그래선지 폴 가이즈는 출시 직후 흥행 가도를 달린다. 일주일이 채 안되는 기간에 스팀에서만 200만장이 넘게 팔렸고, 트위치 시청 시간도 2300만 시간을 돌파했다. 23일 기준으로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 스팀 최고 동시접속자 수 17만명을 넘기며 전체 게임 중 4위다.

폴 가이즈 이미지 / 미디어토닉
폴 가이즈 이미지 / 미디어토닉

폴가이즈 시연 영상, 5라운드(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했으나, 10분 19초경 불법프로그램 사용자가 허무하게 우승을 차지해버린다. / 오시영 기자

파티게임과 배틀로얄 요소를 결합한 독창적 재미 제공
옛 예능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과 같은 콘텐츠 담아

폴 가이즈의 인기 비결은 독특한 게임성이다. 게임 내용이 단순하고, 폭력성, 선정성, 확률 뽑기가 하나도 없는데도 대박을 터뜨렸다. 제작진은 파티게임배틀로얄 장르의 재미 요소를 하나로 합했다.

이용자는 젤리빈같이 생긴 캐릭터가 된다. 달리고 달려 남들보다 빨리, 많이 맵의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이를테면 ‘시소’ 맵은 양 끝이 맵 끝까지 배열된 시소를 지나 목표 지점에 다른 사람보다 빨리 도달하면 된다. ‘꼬리잡기 팀전’ 맵은 팀을 4개로 나눠 다른 팀의 꼬리를 빼앗으면 된다.

특히 장애물을 돌파해 목표 지점까지 빠르게 도달해야 하는 맵은 한국 옛 예능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의 내용과 비슷하다. 한국 이용자들은 폴 가이즈를 ‘출발 드림팀 게임’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조작법 매우 단순하고 게임 내용이 건전해 가족, 연인과 즐기기 좋아
과금이 게임 승패에 전혀 영향 미치지 않는 ‘착한 비즈니스 모델(BM)’ 채택

조작도 매우 간단하다. 조작에 꼭 필요한 키는 상하좌우로 캐릭터를 움직이고(WASD), 점프하고(스페이스바), 다이빙하고(우클릭 or 왼쪽 시프트), 물건이나 다른 이용자 붙잡기(좌클릭 or 컨트롤), 시점 변경(마우스 이동)이 전부다.

왼손을 WASD키에 두고 한 손으로 모든 조작을 하면서 오른손을 마우스에 두고 시점을 실시간 변경하는 것이 원래 키 설정이지만, 캐릭터 이동을 방향키로 바꾸고 양손으로 키보드를 조작하면서 필요할 때만 마우스로 시점을 바꾸는 방식도 활용할 만하다.

앞서 말했듯 게임 내용이 매우 건전한 데다가 조작은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이 덕에 평소 게임을 잘 즐기지 않는 여자·남자친구나 형제·자매 등 다른 이용자에게 게임을 알리고 함께 하기도 다른 게임에 비해 쉬울 것으로 보인다.

게임 내용 자체는 간단하지만, 참여하는 이용자가 많은 덕에 변수도 많다. 이덕에 각 게임마다 이용자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게임 자체의 재미에 더해 친한 친구와 음성으로 대화 하면서 즐기거나 영상 창작자가 시청자와 게임을 즐기는 등 소통의 재미를 더하면 훨씬 재미있는 게임이다.

과금 요소도 간단하다. 상점에서는 게임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아이템은 전혀 판매하지 않는다. 젤리빈의 색상, 의상 등을 꾸밀 수 있는 아이템만 판다. 젤리빈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은 2가지 재화로 구매할 수 있다. 명성 재화는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경험치로 레벨을 올리면 얻을 수 있다. 크라운 재화는 게임에서 1등을 차지하면 얻는다.

게임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게임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1등 제외하면 경쟁 요소 따로 없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다수 유입된 이용자 지키려면 추가 콘텐츠 반드시 선보여야

아직까지는 매치 1등이 크라운 재화를 얻는 것을 제외하면 따로 경쟁요소를 마련하지 않아서 매 판 과몰입하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이용자를 붙잡아 방해하거나 감정 표현으로 도발할 수 있지만, 게임 특성상 화가 난다기보다는 그냥 귀여운 느낌이 든다. 간발의 차이로 경쟁에서 탈락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소규모 개발사에서 만들었고,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게임인 탓에 개선할 점도 다수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콘텐츠 부족이다.

기본 매치를 돌리고, 60명이 랜덤 맵에서 게임을 즐기는 콘텐츠, 캐릭터 외형을 커스터마이징하는 콘텐츠가 게임의 전부다. 많이 게임을 즐기다 보면 다소 질릴 수도 있다. 또한 맵에 숙련된 이용자가 지나치게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탓에 신규 이용자가 지쳐 떨어져 나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물론 폴 가이즈가 ‘간단함의 미학’을 살린 덕에 진입 장벽을 큰 폭으로 낮춘 것은 사실이나, 유입된 이용자를 잡으려면 추가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 특성이 아기자기하고, 타일을 기반으로 한다면 맵을 만드는 난이도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 규모가 작으므로 개발사가 직접 게임 모드나 맵을 추가하는 것보다 게임 이용자가 직접 플레이할 게임 모드와 맵을 만들 수 있는 모드를 추가하면 좋을 듯하다.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 막을 수 있는 방안 제시해야
다양한 협업으로 이용자 꾸준히 유입하는 것이 유리할 듯

4명 남은 상황에서 허무하게 핵으로 우승을 차지하러 날아가는 불법프로그램 사용자(빨간색 동그라미)의 모습 / 오시영 기자
4명 남은 상황에서 허무하게 핵으로 우승을 차지하러 날아가는 불법프로그램 사용자(빨간색 동그라미)의 모습 / 오시영 기자
또한 불법프로그램(핵) 사용자를 막는 것도 시급하다. 게임 출시 이후 단 3일 만에 핵 사용자가 등장했고, 현 시점에도 게임을 하다 보면 핵 이용자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배틀로얄게임에서 불법프로그램은 흥행 가도를 달리는 게임의 발목을 붙잡는 대표적인 요소로 꼽힌다. 애 써서 5라운드까지 게임을 즐긴 후 최후의 1인을 위한 경쟁을 하려는 타이밍에 한 사람이 갑자기 날아가서 1등을 차지해버린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매우 부정적인 게임 플레이 경험을 갖게 된다. 게임을 계속 즐길 동기가 점점 약해지는 것이다.

장기 흥행을 위해서는 흥미로운 협업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폴 가이즈는 출시 초부터 핫라인 마이애미의 ‘닭 가면’, 엔터 더 건전의 ‘총탄’, 하프라이프, 팀포트리스2 협업 스킨 등을 출시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 한 게임성을 지닌 덕에 다양한 콘텐츠와 협업할 때마다 해당 콘텐츠의 팬을 대거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TS와 협업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 폴 가이즈 소셜미디어 게시물 / 트위터
BTS와 협업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 폴 가이즈 소셜미디어 게시물 / 트위터
이에 더해 폴 가이즈 제작진은 17일 게임 공식 소셜미디어에서 세계적인 가수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정말 좋아하는 BTS와 협업을 추진하고 싶은데,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1만2000회 리트윗됐고, 좋아요를 2만7000개 받았다.

타 플랫폼 출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폴 가이즈는 PC, 플레이스테이션4(PS4)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게임 사양이 높지 않고, 즐길 때 필요한 버튼 수가 적기 때문에 닌텐도 스위치나 모바일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플랫폼에 출시한다면 상승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개발사 미디어토닉도 타 플랫폼 출시에 호의적이다. 과거 "게임은 다른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편이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다니엘 아흐마드 니코 파트너스 선임 분석관은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빌리빌리가 폴 가이즈 모바일 버전의 중국 현지 퍼블리싱 권한을 따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플랫폼 확장 소식은 없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