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12시 20분, 눈발이 거세지는 와중에도 서울고등법원 서관 앞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다리는 취재진, 시위자, 시민들로 북적였다.

촬영기자들은 저마다 이 부회장 모습을 담기 위해 간이 사다리 위에 올랐다. 포토라인을 정리하려는 법원관계자와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는 촬영기자 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장을 기다리며 모여 있는 취재진 / IT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장을 기다리며 모여 있는 취재진 / IT조선
눈발이 조금 잦아들자, 오늘의 주인공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보다 일찍 법원으로 입장한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은 얼굴을 숙인 채 취재진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오늘 가장 먼저 공판장에 모습을 비춘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 / IT조선
오늘 가장 먼저 공판장에 모습을 비춘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 / IT조선
뒤이어 등장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실장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지만, 역시 취재진에 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장충기 전 사장과 비교해 조금 당당해 보이는 태도로 성큼성큼 공터를 가로 질러 입구로 들어갔다. 연신 셔터가 불을 뿜었지만, 눈하나 깜짝않는 모습이었다.

오늘 공판에 두 번째로 등장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실장 / IT조선
오늘 공판에 두 번째로 등장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실장 / IT조선
오후 1시 45분쯤, 검정색 카니발이 법원 앞에 도착했다. 검은 코트와 하얀 마스크를 착용한 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의 어떤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취재진 응답에 반응하지 않은 채 서둘러 공판장으로 향했다 / IT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취재진 응답에 반응하지 않은 채 서둘러 공판장으로 향했다 / IT조선
이 부회장이 공판을 위해 법원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모인 군중은 흩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얀 입김과 빨갛게 달은 얼굴에도 현장의 시선은 서관 정문에 고정됐다. 누구도 섣불리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선고 공판 결과를 묵묵히 기다렸다.

이윽고 오후 2시 30분쯤 ‘이 부회장 징역 2년 6개월 선고, 3년만에 다시 법정구속’ 소식이 주위에 퍼졌다. 몇몇 시위자와 취재진의 탄성이 뒤섞였다. 현장은 곧 등장할 삼성 측 변호인단을 기다리는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를 맡은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상고 계획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IT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를 맡은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상고 계획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IT조선
홀로 등장한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굳은 얼굴을 마스크 위로 드러냈다. 그는 피로한 기색으로 재판부 결정에 유감을 표현한 직후 취재진 시야를 황급히 벗어났다. 다가올 삼성그룹의 분주한 모습이 겹쳐보이는 발걸음이었다.

공판 종료 직후에도 현장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 구속 소식에 힘을 얻은 시위자부터, 바쁘게 연락을 돌리는 취재진까지 모두 이게 끝이 아님을 체감하는 분위기였다.

혼란한 틈을 타 현장에서 몇몇 돌발상황도 발생했다. 서울고법 서관 정문에 자리잡은 한 여성은 "대한민국이 이렇게 되니 좋으십니까 여러분"이라고 소리치더니, 주변에 있던 촬영 장비를 파손하고 도주하는 소동을 일으켰다.

자신을 사내 노조를 조직하다 삼성 SDI에서 부당해고 당한 노동자라고 주장한 이만신 씨 / IT조선
자신을 사내 노조를 조직하다 삼성 SDI에서 부당해고 당한 노동자라고 주장한 이만신 씨 / IT조선
스스로를 삼성SDI 부당해고 노동자라고 주장한 이만신씨는 취재진 앞에서 연거푸 "법이 삼성을 이겼다. 정의는 살아있다.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며 이번 공판 결과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민우 인턴기자 minoo@chosunbu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