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판매 막힌 수제맥주, 소규모 업체 도산 위기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3.03 06:00
제주맥주가 코스닥 예비심사를 받았다. 주식 시장의 관심이 수제맥주 업계에 쏠린다. 제2, 제3의 제주맥주가 누가될 지 기대감이 크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24년 전체 맥주 시장의 6.2%인 3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주류업계는 수제맥주의 수익성이 낮아 경계의 목소리가 크다. 2020년 연매출 320억원을 기록한 제주맥주를 빼면 전반적으로 매출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비대면 소비 확대 추세에 따라 수제맥주 관련 온라인 유통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소규모 업체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수제맥주를 담고 있다. / 코리아세븐
2월 25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제주맥주는 3월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상반기 내 코스닥 상장을 마무리한다. 수제맥주 기업 중 첫 코스닥 상장 사례다. 2009년 코스피에 상장한 하이트진로 이후 12년만의 일이다.

제주맥주는 2020년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업소용 매출이 전년 대비 1.3배 증가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홈술족 증가로 가정용 주류 매출은 3배 늘었다. 제주맥주는 올해 1분기중 제주 양조장 증설을 통해 연간 맥주 생산량을 기존 300만리터에서 2000만 리터로 6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최근 수제맥주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제주맥주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수제맥주업체 세븐브로이도 지난해 ‘곰표 밀맥주'로 재미를 봤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곰표 밀맥주는 출시 6개월만에 150만개 판매고를 기록했다.

낮은 수익성에 대부분 수제 맥주 업체 ‘고전 중’

수제 맥주 업계의 고민은 낮은 수익성이다. 수제맥주 업계는 지난해 반짝 히트상품 등장 후 인기가도를 달렸지만, 설비 투자 등 비용을 고려할 때 수익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수제맥주 선두업체인 제주맥주도 2019년 기준 영업손실 90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 운영 중이다. 다른 수제맥주 업체의 상황도 비슷하다.

수제맥주 업체의 전체 매출 규모도 미미한 수준이다. ‘곰표 밀맥주’의 세븐브로이는 17억원, ‘말표 흑맥주’의 스퀴즈브루어리 8억원, ‘유동골뱅이맥주’의 더쎄를라잇브루잉 6억원 등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수제맥주업체 대부분이 초기설비투자 탓에 적자로 운영 상태다"라며 "흑자로 전환된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고, 흑자가 났다해도 겨우 적자를 모면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시장도 아직 작은 편이다.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3조8591억원이며, 이 중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쯤에 불과하다. 시장의 대부분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주류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맛을 찾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제맥주 수요가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낮다"며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수제맥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바로 수익성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수제맥주 ‘온라인 판매’가 수익성 개선의 키
수제맥주협회측은 수제맥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돼야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업체 수는 면허 기준으로 154개다. 이 중 협회에 가입된 곳은 42개 업체다. 대부분이 영세기업이라는 설명이다.

제대로된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수제맥주업체 입장에서는 주류 대기업이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탄탄한 유통망과 마케팅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수제맥주업체들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협회는 "영세업체 대부분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0~90% 감소했다"며 "온라인 판매 허용은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들이 비대면 시대에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이다"고 밝혔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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