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되고, 신사업 죽 쑤고" 사면초가 교보문고

이은주 기자
입력 2021.03.12 06:00
교보문고가 사면초가 형국에 빠졌다. 책 판매 시장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새로운 유통 채널은 물론 전자책 구독 서비스도 위협한다. 늘어난 책 직매입 수량만큼 재고 부담도 떠안게 됐다. 여기에 교보문고가 야심차게 기획한 자회사 핫트랙스는 수익을 줄이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교보문고 / 교보문고 화면 갈무리
책 판매 시장에서 신진 세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전자책과 책 구독 서비스, 책을 직접 파는 유통사 등이다. 전자책과 책 구독 서비스 대표 기업, 리디북스와 밀리의서재는 독서 인구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최근 쿠팡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직접 사 판매하는 체계를 갖췄다. 유통 공룡 쿠팡이 책 판매 시장에 미칠 영향력에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아직 기존 서점처럼 출판사별로 세분화된, 정교한 신간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책 판매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독서 인구가 대거 몰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쿠팡은 빠른 배송, 결합 할인과 포인트 등 수많은 혜택을 줄 수 있어서다"고 분석했다.

꾸준한 직매입 확대…교보엔 재고 부담으로

재고 부담은 책 판매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 받았다. 서점이 책 재고를 출판사에 떠넘겨 수익을 악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교보문고는 책을 직접 사 판매하는 직매입 비중을 늘렸다. 의도는 좋았으나, 기업에는 부담이 됐다는 평가다.

교보문고가 직매입한 책 가운데 판매되지 않은 물량은 재고 누적된다. 손상된 책은 비용으로 처리된다.

2019년 교보문고 감사보고서를 보면, 경쟁 서점보다 상대적으로 재고량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교보문고의 자산 3375억원 중 712억원(21%쯤)이 재고자산이다. 반면,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은 자산 1204억원 가운데 217억원(18%쯤), 예스24는 자산 2399억원 가운데 346억원(14%쯤)이 재고자산이다.

적자 기록 교보핫트랙스, 지원 부담은 당분간 지속

여기에 교보문고는 ‘교보핫트랙스’라는 부담을 안고 경쟁에 나서야 한다. 교보문고는 2020년 12월, 자회사 교보핫트랙스에 유상증자로 100억원을 출자해 지원했다. 교보핫트랙스가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탓이다. 이 지원액은 교보문고의 2019년 당기순이익 1억3756만원의 76배, 영업이익 56억2086만원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교보핫트랙스가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한, 고스란히 교보문고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9년 교보문고 감사보고서에도 이 사실이 드러난다. 교보문고는 2018년보다 2019년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2018년 49억5758만원에서 2019년 56억2086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018년 58억8921만원에서 2019년 1억3756만원으로 급감했다. 교보핫트랙스가 2019년 31억5572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이 영향이 교보문고의 영업외비용에 반영돼 순이익을 악화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교보핫트랙스는 1980년대부터 교보문고점으로 있었던 공간이다. 책 뿐 아니라 상품을 판매해온 복합지식 문화공간이라서, 단지 적자가 몇 년 났다고 해서 경영의 관점에서 정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교보문고가 건 승부수도 있다. ‘바로드림 오늘배송’ 서비스다. 서울 광화문, 잠실, 강남점 등 주요 점포 반경 5㎞ 안에 위치한 이용자가 책을 주문하면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시장 경쟁 심화와 자회사 적자 등 근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배송 서비스 정교화 이외에 회사 차원의 뚜렷한 성장 전략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채널 서적 판매 비중이 오프라인 채널을 넘어선 만큼, 온라인 채널 판매를 강화할 예정이다"라고만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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