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9년 서점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 오프라인 서점들의 신규 출점을 까다롭게 한 것이 핵심이다. 대형 서점이 새 사업을 펼치는 것 혹은 사업을 넓히는 것을 5년간 금지했다. 생존 위기에 처한 소형 서점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소비자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정부는 도서정가제를 실행했다. 역시 의도는 ‘상생’이었다. 정체된 독서 인구, 급성장하기 어려운 도서 시장 속에서 소형 서점들이 도태돼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대 의견을 압도했다. 가격 할인 경쟁에 참여하기 어려운 소형 서점을 보호하려면, 대형 서점의 지나친 영업 경쟁을 제한해야 한다고 봤다.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정부가 기대한 도서 시장 상생의 취지는 잘 이어지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골목 서점 곳곳을 취재하면서 마주한 것은 도서 업계 양대 리더 교보문고와 알라딘에 대한 소형 서점들의 의구심과 경계심 뿐이었다.

서점 관계자들은 대형 서점의 출점은 한시름 덜었지만, 새로운 우려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독과점의 결과 교보문고가 원하는 가격으로만 책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공포, 오프라인 도서 판매 수요를 조용히 흡수하고 있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 두 기업이 만든 우려다.

소형, 지역 서점들은 도매 부문에서 몸집을 급격히 불린 교보문고를 경계한다. 교보문고는 2020년부터 도서 도매 시장에 진출했다. 정부의 생계형 적합 업종법은 대형 서점들이 ‘새로운 사업’을 개시하는 것을 5년간 금지했다.

그러나, 교보문고는 1980년부터 작은 서점과의 상생을 위해 도매업에 진출해왔다.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기존 사업인 것이다. 법률에 저촉되지 않은 만큼 교보문고는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도매 사업을 펼쳤다.

도서 시장은 교보문고가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도매 시장을 빠르게 과점했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도소매를 겸업하는 교보문고가 도매 시장 과점 상황을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파다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보문고의 영향력은 커진다. 결국 작은 서점들은 가격 협상도 하지 못한채, 교보문가 ‘부르는 가격대로’ 책을 납품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이들이 온라인 서점에서 나아가 오프라인 서점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반발감이다. 알라딘은 앞서 예로 든 대형 매장 출점 제한 규제에 따른 영향도 받고 있지 않다. 알라딘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중고서점’은 ‘서점업’이 아닌 ‘고물상’ 업종으로 분류된다. 이에 알라딘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총 네 곳의 중고서점 매장을 열었다.

알라딘은 각종 할인 정책, 상품 마케팅 능력을 앞세워 온라인 서점 업계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기에 중고서점을 앞세워 오프라인 서점으로까지 진출하려는 모습에 도서 업계의 반발이 상당하다. 많은 자본과 각종 홍보 능력을 가진 기업형 중고서점이 진출하면, 자연스레 기존 오프라인 서점의 책 수요를 상당 부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작가들은 흔히 서점, 출판업을 ‘낭만 비즈니스’라고 표현한다.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기보다, 그저 책을 읽는 이들이 좋아해서 만들고 파는 낭만적인 사업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에 큰 자본을 가진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 리더 기업이 들어왔다. 정부는 리더 기업과 작은 서점이 상생하라며 각종 정책을 마련했지만, 정작 리더 기업들은 정책의 빈틈을 파고드는데 여념이 없다.

리더는 주변을 품어야 한다. 품격을 갖추고 상생을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화합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독점과 편법이 좋은 결과를 낸 적이 있었나. 도서 업계 리더, 교보문고와 알라딘이 새겨들어야 한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