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이동하면서 필요에 따라 안테나 간격을 조절해 전파가 송출되는 곳을 정확하게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불법 전파 사용을 탐지하거나 사각 지역을 보완하면서 깨끗한 주파수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이동형 전파 방향 탐지 안테나 가변 기술을 차량에 적용한 예 / ETRI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이동형 전파 방향 탐지 안테나 가변 기술을 차량에 적용한 예 /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세계 최초로 이동형 전파 방향 탐지 안테나 가변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존에 간섭 전파원 방향 탐지 과정은 고정형 장비에서 추정 영역을 찾은 후 이동형 차량이 가까이 이동해 정확한 위치를 찾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차량에 탑재된 이동형 안테나는 다양한 주파수 대역의 전파 신호를 찾고자 고대역과 저대역 안테나로 구성된다. 안테나 간 간섭을 줄이려면 한 개 안테나를 높이 설치해야 했지만 이 경우 차를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ETRI 연구진은 고대역 안테나와 저대역 안테나 간 간격을 조정할 수 있는 안테나 적층 기술을 개발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움직일 필요가 없거나 느린 속도로 운행할 때는 안테나 간격을 넓혀서 더욱 정밀하게 방향을 탐지하고 빠르게 이동할 때는 간격을 줄여서 기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본 기술을 적용하면 안테나 간격이 고정된 장비보다 2배 이상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차량 높이는 2.5m 이하로 기존 차량보다 이동이 수월한 만큼 전파원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탐지 범위도 통상 수십 ㎞로 넓다. 기존보다 부피도 줄이고 별도 기계장치를 추가할 필요도 없어 상용화에 유리하다.

이번 기술은 국가 전파 관리 업무뿐 아니라 구조·재난 상황에 쓰이는 차량, 항공기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악의적 위성항법장치(GPS) 방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전파원 위치를 찾아야 하는 민수, 국방 무기 체계를 구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본 기술을 국내 전파탐지 관련 업체와 방위산업체에 이전하면 기술을 국산화하고 세계 시장을 상대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손수호 ETRI 전파환경감시연구실 박사는 "소수 해외 업체가 독점하는 세계 전파방향탐지 시장에서 깨끗한 전파환경을 위한 차세대 이동형 방향탐지 관련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드론형 전파 탐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한다. 방향탐지 정확도 및 범위를 넓히기 위한 개발도 지속한다. 이 기술은 과학기술정통부의 전파모니터링 전문연구실 과제 지원으로 개발됐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