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초 석유생산 시설인 울산CLX의 동력보일러인 벙커씨 보일러의 가동을 멈추고 친환경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한다고 14일 밝혔다.

벙커씨 보일러는 1962년부터 50년쯤 운영되며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와 석유산업 수출의 숨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ESG 경영 방향에 따라 2월 가동을 멈췄다.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지만 생산 공정에는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SK이노베이션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마지막 벙커씨 보일러 개선이 완료되는 7월에는 울산CLX의 8기 동력보일러가 친환경 연료인 LNG만을 사용하게 돼 그린 컴플렉스(Green Complex)의 ESG 현장으로 거듭난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의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 SK이노베이션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의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 SK이노베이션
동력보일러는 울산CLX의 전체 공정 가동을 위해 시간당 500~1000톤의 스팀을 공급한다. 엔진 연소를 통해 자동차가 주행하는 것과 같이, 동력보일러는 울산CLX 전 공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설비다. 그간 사용해 온 벙커씨 보일러도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개선으로 환경 기준에 저촉되지 않았다고 SK이노베이션은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는 사회적가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시기와 맞물려 나온 법령(2018년 8월부터 대기환경보전법 상 대기배출허용 기준이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세계적으로 중요한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현재의 배출허용 기준만을 충족하는 단기적 방안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연료 전환을 위한 설비 투자 검토를 진행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대기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벙커씨 보일러의 연료를 LNG로 전면 전환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울산CLX 내 총 8기의 벙커씨 보일러에 690억 원을 투자해 가스 버너 교체, 보일러 LNG 공급 라인 개선, 방지시설 설치 등 LNG로의 연료 전환 및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탈질설비 신설 작업을 진행했다. 기존 벙커씨를 사용하도록 설계된 연소설비들을 전면 교체하고, LNG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연소 공기 부족, 보일러 튜브 온도 상승 등의 제약 요소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향후 친환경 LNG로 연료 전환에 따라 기존 벙커씨 사용 대비 동력보일러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등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연간 이산화탄소(CO2) 16만톤, 질소산화물(NOx) 858톤 규모로 기존 배출량 대비 각각 25%, 72%쯤을 줄일 수 있다. LNG는 황이 포함되지 않아 기존에 발생하던 황산화물(SOx) 1010톤 및 미세먼지(PM10) 12톤은 100% 저감이 가능하다. 특히 이산화탄소 16만톤을 저감함에 따라 매년 나무 6만4000그루를 심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LNG 연료 사용은 연료 직도입으로 보일러 효율을 개선시켜 연료 사용량도 절감할 수 있다. 벙커씨 관련 부속설비 및 황산화물, 미세먼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설비인 탈황설비와 전기집진기 등의 설치가 불필요하다. 비용 감소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으로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재홍 SK에너지 울산CLX 동력공장장은 "회사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장 자체가 ESG 현장이 돼야 한다는 목표로 지난 50여년간 SK와 함께한 벙커씨 보일러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면서 "앞으로 울산CLX는 그린밸런스2030를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세계 석유화학 단지 ESG의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연주 인턴기자 yonj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