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로 모이는 돈이 상당하다. 네이버페이의 적극적인 포인트 지급 마케팅과 커머스 연계성 강화로 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페이의 선불충전금이 수백억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보유 자금의 안전성 보호를 위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파이낸셜
13일 네이버파이낸셜의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선수금은 720억원쯤에 달한다. 2019년에 430억원쯤에 비해 300억원이 넘게 증가한 셈이다. 선수금 계정 대부분은 네이버페이를 통한 적립한 이용자들의 충전금이다. 구매확인 버튼을 소비자가 누르지 않아 예수금으로 기록된 네이버페이 결제금액도 1조1173억원쯤을 기록했다. 이 역시 2019년 6300억원쯤에 비해 4000억쯤이 증가했다.

이는 공격적인 네이버페이 포인트 지급 영업과 커머스 활성화에 따른 선순환 효과로 풀이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네이버페이로 물품을 구매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증권 계좌를 개설하거나 신용카드를 만들어도 포인트를 준다.

이에따라 미래에셋증권과 제휴해 출시한 미래에셋증권CMA-RP네이버통장 잔고는 1조원을 돌파했다. 하루만 맡겨도 수익을 제공하는데다 네이버페이를 충전해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최대 3%가 포인트로 쌓인다. 여기에 강력한 포인트를 페이백하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까지 선보이면서 네이버페이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블로그에까지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추가해 범용성을 넓히고 있다.

빅테크에서 거래되는 자금 보호 조치 없어

네이버로 모이는 돈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빅테크를 통해 거래되는 소비자들의 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규제는 미비하다. 금융당국은 2020년 9월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전자금융업자가 선불충전금 등 이용자 자금을 보유할 때 신탁이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운용현황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충전금을 은행 등 외부기관에 맡기고, 계열사 사업 지원에 쓰일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법적 규제가 아니어서 해당 규제를 이탈해도 이를 강제할 방안은 없어서 규제책이 없는 상황이다.

2020년 11월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전자금융거래법)에는 빅테크에 모인 자금을 보호하려는 방안을 마련됐다. 그러나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시건전성 규제의 관점에서 종합지급결제사업자의 발행계좌 이용자 예탁금에 대한 안전성이 강화,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의하면 이용자예탁금은 자금이체업에 대해서는 전액 외부예치되나 후불결제가 허용되는 대금결제업에 대해선 50%가 외부기관에 예치된다. 또 이용자예탁금은 예금보호 대상이 아니다. 빅테크가 파산할 경우 이용자 예탁금이 보다 안전하게 이용자에게 지급되도록 하려면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안전성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고객 자금 관리에 안정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전자금융거래버버 개정안에 은행권이 반발하는 이유) 금융권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의 충전금이 예수금과 다를 것이 없고 리워드로 지급 되는 포인트 혜택 또한 이자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다 강력한 안전성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밑빠진 스노우에 돈 쏟아붓는 네이버

네이버 파이낸셜은 또 수익성 부진을 겪는 계열사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왔다. 스노우가 대표적이다. 올해 2월 네이버파이낸셜은 100억원의 차입금을 스노우에 지원했다. 2020년 10월에도 스노우에 300억원을 지원했다. 적자를 이어오면서 수익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스노우는 외부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사업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스노우 사활 건 네이버) 부진한 계열사 지원이 이용자의 적립금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계열사 지원금에 암묵적으로 확대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완전히 봉쇄하는 확실한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산분리가 유지되고 산업자본의 금융진출이 오랫동안 본격 제한되었던 것은 자신들의 사업이나 계열사 지원에 이용자들의 돈이 쓰일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한 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시대가 변하고 빅테크 사업자가 새로 등장하면서 규제의 유연성이 어느정도 필요한 때이긴 하지만, 많은 돈이 모이고 흐르며 금융의 주요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들에 대해선 안전성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고 함부로 모인 돈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