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손을 내밀어 지역 매출 데이터를 확보하고, 지역화폐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각종 의무와 규제 강화에 더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압박까지 받는데다가 신규 수익원 창출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고심에 빠진 카드사가 빅데이터 기반 혁신서비스로 반전을 노리는 배경이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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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둔 카드업계는 이종산업 간 교류 확대를 통해 그간 접하기 어려웠던 데이터를 확보해 혁신서비스로 연결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통신사와 협력을 확대하거나, 게임사와 손잡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매출 데이터까지 손에 넣어 신규 서비스 발굴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급격히 팽창한 지역화폐 시장도 놓칠 수 없는 신규 수익원이다.

카드사·지자체 이해관계 맞물려 협력 확대

카드사와 지자체의 협력 확대는 상호 간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카드사는 지자체에 빅데이터 플랫폼, 금융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지역 매출 데이터를 얻어 혁신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지자체는 카드사의 카드매출 데이터와 빅데이터 분석기법 등을 인구·경제정책에 활용하거나, 지역민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금천구 전용 바우처 사업 추진을 알린 신한카드나, 경상남도와 데이터 교류 업무협약을 맺은 KB국민카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역화폐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다. 15조원 규모로 성장한 지역화폐 시장은 카드사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지역화폐는 발행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다.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역 화폐를 충전하면 10%에 달하는 금액을 선착순으로 적립해줄 정도로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드에 10만원을 충전하면 11만원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지자체들 역시 발행 규모를 늘리는 과정에서 대형 카드사 결제망이 필요했다. 기존 방식인 종이 상품권이나 모바일 상품권보다는 체크카드 형식의 지역화폐 선호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지역화폐 사업자로 선정된 카드사는 해당 지역에서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고, 지역 매출 데이터도 얻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지역화폐 연계 카드로 소상공인을 챙긴다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력은 시너지가 확실하다"며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에서 성장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을 업무 제휴에 포함해 금융사 서비스와 노하우를 습득시킬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금융사는 고객 접점을 늘릴 채널 중 하나로 지자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강화되는 규제와 수수료율 재산정은 과제

카드사가 이종산업뿐 아니라 지자체와도 협력을 강화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배경에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주 수익원인 수수료율 재산정 이슈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금융당국은 3년 단위로 적격비용을 산정한 후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한다. 내년에 갱신·적용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을 위해 금융당국과 카드 업계 간 논의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율을 더이상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수수료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가 소상공인 사업 활성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햇살론 카드 출시로 저신용자를 위한 혜택도 줘야하고, 소상공인을 위해 수수료율도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수익원 확보는 쉽지 않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부과하는 의무나 규제만큼 자율성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