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헬멧 제공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논의’만

글로벌 공유 전동 킥보드 운영 기업 빔 모빌리티가 국내에서 의무화한 헬멧 제공 여부를 놓고 논의만 거듭한다. 빔 모빌리티는 호주에서는 이미 사업자의 헬멧 제공 의무 관련 법규에 따라 잠금형 부착장치가 포함된 공유 전동 킥보드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 늑장을 부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를 타는 이용자는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헬멧 구비에 대한 의무는 사업자가 아닌 이용자에게 부과하지만, 헬멧 의무화 이후 소비자 사이에서는 안전과 휴대부담 등이 크다. 공유킥보드 사업자의 선제적인 헬멧 제공을 바라는 의견이 크다.

소비자입장에서는 이미 호주에서 잠금형 헬멧장치를 운영한 빔 모빌리티가 국내에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헬멧 장치를 서비스하지 않는 것을 두고 충분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운영중인 빔 전동킥보드(왼쪽)와 호주 캔버라 지역에서 운영중인 헬멧제공 빔 전동킥보드 모습. 호주에서는 헬멧을 제공한다. / 이민우 기자·캔버라 교통당국 페이스북
국내에서 운영중인 빔 전동킥보드(왼쪽)와 호주 캔버라 지역에서 운영중인 헬멧제공 빔 전동킥보드 모습. 호주에서는 헬멧을 제공한다. / 이민우 기자·캔버라 교통당국 페이스북
7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호주 캔버라 지역에서 사업자의 헬멧 제공 의무에 따라 공유 전동 킥보드에 헬멧을 포함해 제공해왔던 빔 모빌리티는 아직 국내 킥보드에 대한 헬멧 제공을 논의중이다. 한국 시장에 운영중인 3세대 전동킥보드 모델인 ‘빔 새턴’과 4세대 빔 새턴 플러스에는 헬멧 장치가 부착되지 않았다.

빔 모빌리티가 헬멧 제공 관련 기술이나 경험 등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내 시장의 안전 문제 법규 관련 대응에 늦었던 셈이다. 빔 모빌리티와 함께 캔버라에서 잠금형 헬멧장치를 포함한 공유 전동킥보드를 운영중인 뉴런 모빌리티의 경우, 도로교통법 개정 이전인 3월 한국시장에 진출하며 호주 시장처럼 잠금형 헬멧장치를 포함해 새로 설계한 모델로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빔 모빌리티 관계자는 "호주 일부 지역에서 기기에 부착하는 형태로 헬멧을 제공하고 있었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규정 변경이 이루어짐에 따라 전동킥보드 관련 규정 등을 준수하면서 헬멧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아직 논의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청계천변에 걸린 전동 킥보드 법규위반 단속 안내 현수막 / 이진 기자
서울 청계천변에 걸린 전동 킥보드 법규위반 단속 안내 현수막 / 이진 기자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에 따르면, 5월 13일 기준으로 개정된 공유 전동 킥보드 주행시 헬멧 착용 의무화에 따라 국내 공유킥보드 업계에서도 헬멧 제공을 준비하는 기업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헬멧 착용 의무화 법안은 1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이달 12일부터 본격적인 미착용 적발시 2만원 벌금을 부과한다.

헬멧 착용 의무화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국내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은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에서 헬멧을 함께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단법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서 5월 진행한 ‘전동킥보드 안전 헬멧 인식조사’에 따르면 성인 20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9.2%가 운영사에서 제공하는 헬멧을 착용하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안전 헬멧의 착용률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서도 ‘전동킥보드 운영사의 안전헬멧 제공’이 47.4%로 가장 높은 선택을 받았고, 개인 헬멧 사용 권장의 경우 13.7%에 불과한 응답을 받았다.

고영주 안실련 본부장은 "국내의 경우 자전거 도로 구축도 일정하지 않은만큼 전동킥보드의 경우 차도나 일반도로 주행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헬멧은 전동킥보드 주행에서 사고시 이용자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국내 전동킥보드 운영사에서도 이를 감안해 제공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