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스쿠터는 탄소중립 시대 배달 등 운송 분야를 책임질 핵심 도구다. 전기스쿠터의 경쟁력은 배터리에 달렸다. 얼마나 빨리 충전해 멀리 달리느냐가 관건인 탓이다.

기존 충전식 전기스쿠터의 배터리의 완충 시간은 최대 4시간쯤이며, 완충 후 주행거리는 100㎞ 내외다. 도심지를 주행하며 다양한 지역에 배달·운송 등 역할을 하는 전기스쿠터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전기스쿠터 관련 교체형 배터리 표준 경쟁이 치열하다. 교체형을 쓸 경우 기존 전기스쿠터와 달리 배터리 소진 시 자유자재로 완충된 것을 교환해 장착할 수 있다. 배터리 교체는 전문 스테이션을 활용하면 된다. 교체형 배터리 대중화 전에 풀어야 할 숙제는 표준화다. 엇비슷한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전기스쿠터건 상관없이 장착할 수 있는 교체형 배터리가 나와야 한다.

DNA모터스(前 대림모터스)의 교체형 전기스쿠터 배터리 / 이민우 기자
DNA모터스(前 대림모터스)의 교체형 전기스쿠터 배터리 / 이민우 기자
15일 전기이륜차 업계와 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교체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스쿠터의 배터리 관련 표준은 아직 없다. 시장 표준이나 단체 표준 규격도 나오지 않았다. 전기스쿠터 생산 기업별로 각기 다른 규격을 사용 중이다.

환경공단은 2020년 배터리 교환형 충전 스테이션 시범사업을 통해 교체형 배터리 전기스쿠터의 시장성을 파악 중이다. DNA 모터스 등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교체형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스쿠터의 사업성과 필요한 여건 등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기스쿠터는 전동화 시대 배달·운송 분야를 책임질 이동수단이지만, 충전식 전기스쿠터는 내연기관 기반 스쿠터 대비 짧은 주행거리와 최대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완충 시간이 시장 확장의 걸림돌이다.

충전식 전기스쿠터를 대체할 수 있는 교체형 배터리 기반 전기스쿠터는 배터리 스테이션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배터리를 교환하고 운행에 나설 수 있다. 배달·운송 분야에 활용하기에 더 낫다. 다만 스쿠터별로 다른 규격의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사업상 제약이 클 수 있다. 스테이션에 보관 중인 배터리가 특정 전기스쿠터에 장착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전기이륜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교체형 전기스쿠터의 설계나 전압 관련 표준 규격을 선점하기 위해 산업부 등 관련 기관에 표준화 건의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표준화 과정을 선도하는 기업은 기술적으로 타사에 앞설 수 있는 만큼, 업계 내 표준화 규격 선점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임스의 배터리 공유 스테이션 브랜드 ‘나누'의 교체형 전기스쿠터 배터리 / 이민우 기자
에임스의 배터리 공유 스테이션 브랜드 ‘나누'의 교체형 전기스쿠터 배터리 / 이민우 기자
정부는 교체형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스쿠터와 배터리 스테이션 사업에 대한 의지가 크다. 관련 업계는 향후 교체형 배터리 전기스쿠터와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의 시장 확대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물류·운송계을 비롯해 일반 기업이 정부의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100’ 사업에 속속 참여하는 점도 교체형 배터리 전기스쿠터의 잠재력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교체형 배터리 전기스쿠터 시장은 국내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활짝 개화할 전망이다. 중국 등 스쿠터 활용이 많은 국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펼칠 수 있다. 한국이 만든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확장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고, 국내에서의 테스트베드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국내 전기스쿠터 제조기업 에임스의 로날도 호세 아리에타 수아레즈 매니저는 "전기스쿠터는 해외시장 수출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다"며 "볼리비아 등을 비롯한 남미시장과 중국시장에서 스쿠터의 이용 빈도가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업성이 좋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