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450세대 규모 아파트에 거주 중인 최모씨는 최근 전기차 충전기 설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전기차 구입 후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달라고 아파트 입주자 회의에 안건을 올렸지만, 부정적 입장이 많았다. 회의에서는 450세대가 1세대의 충전기 설치를 위해 비용 지출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 최씨가 설치비를 부담하겠다고 주장했음에도 거절을 당했다.

최씨의 경우처럼 기존에 건설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관련 주민 갈등이 확산 추세다. 신축 아파트는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지만, 과거 건축한 건물 관련 법 적용은 2023년부터다.

전기차를 충전할 때는 완속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장거리 여행 등에는 급속 충전기 등을 사용하지만, 일반 주차할 때는 ‘집밥’으로 불리는 충전기 사용이 필수다.

하지만 충전기 설치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기존 내연차 차주들은 안그래도 부족한 주차 공간 문제로 어려움이 큰데, 상대적으로 비율이 극소수인 전기차 차주를 위한 전용 충전기 설치와 함께 주차 공간까지 내주는 것에 불만이 크다.

서울특별시내 아파트 내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 충전기 관련 다툼을 표현하는 이미지 / 이민우 기자·픽사베이
서울특별시내 아파트 내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 충전기 관련 다툼을 표현하는 이미지 / 이민우 기자·픽사베이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전기차 충전기 설치와 관련한 거주민간 갈등이 심화한다.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아파트 입주자회의 등 거주민 공동체를 통해 의결을 해야 하는데, 전기차 차주의 수가 적어 힘을 받지 못한다.

최씨는 "입주자회의에 강원도에서 시행하는 전기차 충전기 무상임대 사업에 대한 안내문까지 복사해 전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전기차 운행에는 완속 충전기가 꼭 필요한데 어쩔 수 없이 근처 급속 충전기를 오가며 충전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2월 ‘2021년도 전기차 완속충전기 무상 설치사업’ 공고를 내놓았다. 도 차원에서 공동주택과 전기차 보유 개인주택 거주자, 공공기관에 충전기 설치 관련 지원을 한다. 무상으로 스타코프 차지콘(충전기 무상임대)과 함께 콘센트 교체 및 설치비를 지급한다.

공동주택 관련 사업대상은 아파트 관리소장 또는 입주자대표회의다. 공동주택 거주민이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신청하려면 입주자회의에서 안건을 논의한 후 통과가 되어야 하고, 이후 사업공고를 올려야 한다.

정부는 새롭게 건설하는 건물의 주차장 전체 면적 중 0.5%를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구역으로 정했다. 2022년부터는 비율을 5%로 늘린다. 다만 기존 100세대 이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2% 2023년부터 의무설치 규정을 적용한다.

현재 존재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전기차 충전기 의무설치 시행까지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놓고 기존 입주민과 신규 전기차주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입주자회의에서 반대가 완강하고 큰 관심이 없어보여 사실상 충전기 설치를 포기한 상태다"라며 "더 이상 입주자회의와 소통은 불가능할 것같아 관리소장측에 전기차 완속충전기 무상 설치사업에 대한 내용만 전달한 후 마무리할 계획이다"라고 답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