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분야는 플랫폼 경쟁이 펼쳐지는 대표 분야 중 하나다. e커머스 전문기업 쿠팡의 성장과 공세는 전통 유통 기업들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커머스 영역과 시장 지배력이 늘어남에 따라 신세계 등 전통적인 유통 기업도 단편적인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서 벗어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적용 중이다.

플랫폼 환경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을 보유한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소셜 기업 등도 커머스 영역 투자 확대를 늘리며 e커머스 시장 경쟁력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구독형·회원제 배송 서비스가 정착되면서 보유회원수의 숫자가 곧 e커머스 시장의 경쟁력으로 변환되는 만큼, 플랫폼 기업과 유통 인프라를 보유한 전통적인 유통기업의 협력도 대두되는 추세다.

23일 IT조선에서 주최한 미래플랫폼포럼 2021에서 진행된 ‘e커머스 성장과 전통 유통 기업의 과제’ 토론회에서는 e커머스 분야가 유통시장에 가져온 변화와 이에 대응해 생존전략과 변신을 시도해야 하는 전통 유통기업의 전략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전 유통학회장이었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윤창호 신세계 SSG닷컴 SCM개발팀 부장·김경수 오토스토어 대표가 참석해 산학계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했다.

왼쪽부터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윤창호 신세계 SSG닷컴 SCM개발팀 부장, 김경수 오토스토어 대표, 김형원 IT조선 기자 / IT조선
왼쪽부터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윤창호 신세계 SSG닷컴 SCM개발팀 부장, 김경수 오토스토어 대표, 김형원 IT조선 기자 / IT조선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 효과, 오프라인 인프라와 온라인 시너지 발굴이 핵심

유통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다. 인수 의지를 보였던 네이버가 발을 빼면서 신세계의 단독 추진으로 귀결돼 초기 예측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오프라인 강자인 신세계와 e커머스 환경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닌 이베이코리아의 합병이 어떤 시너지와 여파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 교수는 "신세계가 이베이를 인수함으로써 규모가 커지겠지만 이것이 곧바로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조심스럽다"며 "관건은 신세계에서 이베이 인수 이후 오프라인 역량을 어떤 방향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에 따른 리스크 여부에 대해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세계적으로 불거지는 이슈는 독점화 논란이다. 미국에서도 플랫폼에 대한 반독점 관련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네이버가 이베이 인수전에서 물러나 신세계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는 만큼, 반독점 규제 리스크에서는 좀 더 자유로워졌다"고 분석했다.

윤 부장은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신세계가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존 오프라인 자산을 온라인에 접목하는 전략을 연구하고 개발하면 승산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베이코리아가 구성한 온라인 환경과 오프라인 강자인 신세계의 역량을 결합해 식품부터 일상용품 등 고객과 가장 근접한 니즈에 초점에 맞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풀필먼트 솔루션 솔루션, 자동화 영역 확대와 인력 의존도 해결 고려해야

최근 쿠팡의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에 따라 관심이 집중된 풀필먼트 솔루션의 자동화와 관리 영역에 대한 현황과 의견 교환도 오갔다. 국내 유통시장의 풀필먼트 솔루션은 속도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자랑하지만, 인력 의존도·활용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왔다.

왼쪽부터,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윤창호 신세계 SSG닷컴 SCM개발팀 부장·김경수 오토스토어 대표 / IT조선
왼쪽부터,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윤창호 신세계 SSG닷컴 SCM개발팀 부장·김경수 오토스토어 대표 / IT조선
윤 부장은 "신세계의 풀필먼트 솔루션은 크레인과 컨베이어 벨트를 통한 자동화를 사용하고 있다. 작업자가 직접 위치로 픽업하는 것이 아니라, 크레인이 작업자의 위치까지 상품을 이동시켜주는 형태다"라며 "거대한 물류센터를 전부 냉난방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자동화로 작업자의 동선과 반경을 감소되면 냉난방이 필요한 영역이 제한되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풀필먼트 솔루션 운영에서는 여전히 자동화보다는 인력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마존이나 독일 등 해외시장 대비 국내시장은 신세계 정도를 제외하면 보관 부분에서는 자동화를 시도한 곳은 없는데, 대다수가 배송이나 분류 영역의 투자를 집중하는 모습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인력 의존도 해결과 보관에 대한 자동화의 중요성이 높아진 시기가 온만큼, 국내에서도 아마존처럼 풀필먼트 솔루션 전 영역에 자동화를 도입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풀필먼트 확장, 눈높아진 소비자 기준 맞추려면 필연적

최근 대두된 마이크로 풀필먼트 솔루션의 확장에 대한 이야기도 제시됐다. 마이크로풀필먼트는 소비자와 근접한 도심지 등 지역에 작은 단위의 물류센터를 배치하거나 기존에 있는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점점 더 빠른 배송과 유통을 원하는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물류·유통업계에서는 마이크로풀필먼트 솔루션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윤 부장은 "유통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면 따라가야하는 만큼, 어떤 방법으로 소비자의 기준을 충족시킬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신세계도 촘촘하고 빠른 전국단위 유통망을 구성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의 네오 물류센터의 형태로 확장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물류센터와 풀필먼트 솔루션을 운영하며 보유한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기존에 상품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던 국내 소비층은 고령화되고 있으며, 이런 소비자들은 조금씩 자주 구매하는 쪽으로 경향을 바꾸고 있다"며 "마이크로풀필먼트 솔루션의 역할과 중요도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결국 기업에서도 마이크로풀필먼트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물류센터는 하나의 네트워크인만큼 지속적인 혁신과 진화가 필요하며, 이런 변화의 시기가 점점 앞당겨져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몇 주를 기다려도 이상하지 않았던 상품을 당일배송하는 곳도 존재한다. 결국 유통기업에서 목표하는 곳이 대부분 비슷한다는 것으로 초고속 배송을 위해 복잡한 체계를 단순화시키고 자동화를 확대하는 등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