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애플·넷플릭스·구글(FANG)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등이 디지털세 합의 초안을 마련하면서다. 디지털세는 여러 국가에 진출해 막대한 디지털 매출을 올리고도 해당 국가에 고정 사업장을 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는 글로벌 빅테크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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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OECD와 G20이 참여하는 포괄적이행체계(IF)가 디지털세 합의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은 139개국 중 130개국이 지지했다. 최종안은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도출될 전망이다. 최종안이 나오면 2023년에 발효될 전망이다.

2023년 발효 전망…韓 손익 계산 따져야

일반적으로 기업은 자신의 고정사업장이 있는 국가에 세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세계 곳곳에 진출해 해당 지역에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매출을 올리고도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조세를 내지 않는 ‘꼼수'를 부렸다. 세율이 낮은 국가로 서버를 옮겨서 세금 지급 액수를 더는 방식이다. 이번 IF 합의안은 이러한 ‘꼼수'를 견제해야 한다는 국제적 문제의식의 발로였다.

IF 합의안은 고정 사업장 소재지가 어디든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필라1’과 조세 회피 목적으로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고정 사업장을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15%)를 도입하는 ‘필라2’로 요약된다.

필라1은 연 매출 200억유로(약 27조원) 및 이익률 10% 이상인 글로벌 기업이 대상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기업은 10% 이익률을 넘는 초과 이익분의 20~30%를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 지불을 해야 한다. 예컨대 A 기업이 20% 이익을 냈다면 10%를 제외한 10% 초과 이익의 20~30%쯤을 서비스를 판매한 해외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필라2는 특정 국가가 다국적기업의 자회사에 15%보다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할 경우 해당 기업의 최종모회사 소재지 국가가 미달 세액의 과세권을 갖는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손익을 추산해야 하는 관계로 바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해외 납부 디지털세의 사정권에 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로 회수되는 납세 액수 추산 전망이 이어지는 이유다. 기획재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한국 손익을 아직은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세 적용 가능 기업은 ‘채굴업'이나 ‘규제받는 금융업'을 제외한 전 업종으로 사실상 대부분 제조기업이 포함될 수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 과세권 확보에 의의

일각에서는 세금을 회피해 온 글로벌 테크 기업의 과세권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 애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주요 글로벌 테크 기업이 2019년 납부한 총 세금은 2367억원이다. 이는 2020년 네이버가 지불한 법인세 4500억원쯤의 절반쯤에 불과하다.

이들은 핵심 사업의 고정사업장 소재지를 세율이 높지 않은 다른 국가로 설정하거나, 해외 본사에서 광고 또는 판매권을 사와 되파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는 꼼수를 벌여왔다. 예컨대 구글은 핵심 수익원인 앱마켓의 수수료 수익을 싱가포르 소재 구글아시아퍼시픽 매출로 거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한국에서 마케팅, 홍보 활동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구글 코리아를 통해 1년 매출 2200억원쯤만 신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국내에서 앱 수수료로 버는 금액이 수조원인데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한국의 조세 수입의 유불리를 떠나 매출을 낸 지역에서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구조가 정착되는 것이 맞다"며 "국내 기업이 해외에 내는 금액 증감 변동과 별개로, 이는 형평성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