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6000만원 이하 가격에 신형 전기차 벤츠 EQA를 선보였지만, 주행거리 등 성능 문제와 낮은 보조금 등으로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츠 전기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를 유인하는 좋은 도구가 됐지만, 낮은 주행 성능에 예약 취소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아이오닉5 등 기존 전기차와 벤츠 EQA를 선택지에 올려놓은 소비자들이 아이오닉5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벤츠의 6000만원 이하 전기차 벤츠 EQA 외관 사진 / 이민우 기자
벤츠의 6000만원 이하 전기차 벤츠 EQA 외관 사진 / 이민우 기자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 EQA 사전예약을 신청했던 구매자 중 다수가 주행거리 발표 이후 취소를 진행하거나 고려하는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환경공단 발표에 따르면, WLTP(유럽기준) 426㎞ 주행거리를 기록한 벤츠 EQA의 국내 주행거리는 302㎞에 불과하다. 국내 소비자들은 벤츠 EQA의 국내 공개시 못해도 300대 중후반 ㎞의 주행거리를 예상했지만 훨씬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상온 주행거리 외에도 저온 상황에서의 주행거리에 걱정을 더한다. 벤츠 EQA의 저온 주행거리는 204㎞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4계절이 있지만 최근 겨울은 상당히 춥다. 극심한 온도변화까지 고려할 때 한국 시장에 정착하기 어려운 셈이다. 과거 벤츠가 출시했던 전기차 벤츠 EQC도 171㎞수준의 저온 주행거리로 뭇매를 맞았었다.

벤츠 EQA의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의 67%수준에 머무른 결과 차량 구매자에게 제공되는 보조금은 618만원으로 책정됐다. 6000만원이하 전기차가 받을 수 있는 최대보조금은 800만원인데, 이보다 182만원이나 적다.

국고보조금이 낮아지며 지자체 보조금도 비례해 감소했다. 현재 인천시에서 받을 수 있는 최종보조금은 988으로 채 1000만원이 안된다. 인천시 외 다른 지자체도 비슷해 1000만원 이하 또는 1000만원을 소폭 넘은 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벤츠 EQA의 주행거리가 기대치에 못한 것과 관련해, 당초 저렴한 가격에 벤츠 전기차를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던 소비자들이 떠나는 대신 브랜드 충성도가 높았던 이들만 남을 것으로 전망한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벤츠EQA의 주행거리 인증에 실망해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은 대부분 아이오닉5 등 기존 전기차와 벤츠EQA를 조율하던 구매자들에 가깝다"라며 "국내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워 보조금 지급이 줄어들다보니 개인부담액이 커진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약취소의 경우 소비자들의 선택인만큼 기존 예약자 중에서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벤츠 브랜드는 높은 충성도를 지닌 고객층이 많아 가격적인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구매자도 있어 해당 영역의 예약고객들은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