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SI World(Dow Jones Sustainability World Index)는 S&P가 시가총액 2500개 기업의 지속성과 환경에 대한 활동을 평가한 후 상위 10% 우수 기업을 선정하는 평가 지수다. 1999년에 처음 시작해 쥬리히의 지속투자(SI) 전문사인 RebeccaSAM과 함께 매년 수천개의 마켓리더에 대한 상세한 지속가능성 관련 연구를 통해 지수를 발표한다. 이후 주요 기업들은 연도 회계보고서 외에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그를 통해 기업이 지구환경, 소외지역 대상 활동들을 천명하고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결국 지속가능지수가 좋은 기업이 좋은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World 지수 외에도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한국, 호주, 칠레 등이 발표된다. 한편 20여개 분야별 리더를 선정하기도 한다. 2020년 한국 기업 중 현대건설과 현대제철, SK, LG전자가 해당 분야 리더로 선정됐다

한국 기업이 지속 가능성에 눈을 뜬 것은 2009년쯤의 일이다. 롯데는 2009년 DJSI에 가입했고, 2010년 한국기업 중 최초로 유통분야 리더로 선정됐다. 2010년 가입한 KT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으로 전세계 통신분야 리더 자리를 꿰찼다. 당시 KT 경영진은 회사를 변혁(transformation)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노력을 경주했었다. 2009년부터는 KOREA Index가 발표됐다. 국가별 인덱스를 갖는 몇 나라 안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30년간 투자자들은 재무적인 판단 외에 (지구) 환경(E), 사회적(S) 이슈, 지배구조(G) 등 리스크와 이를 해소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활동에 주목했다. 1990년대부터 다양한 ESG Index가 개발됐다. 기업의 미래는 본연의 경영 활동 외에 ESG의 영향도 받게 됐다.

근년 들어 SK의 최태원 회장은 ESG 경영을 천명하면서 국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를 대하는 정부·민간·개인의 판단과 생활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올해 7월 평균 동해안 해수면 온도는 22.2도로 40년 내 최고이자 지난 30년 평균 대비 2.7도 높았다고 한다. 같은 기간 전 지구의 해면수온상승이 0.3도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자연에서의 이런 큰 변화는 재앙의 전조로 볼 수 있다. 수산물 종이 변화할 수 있고, 수증기를 품은 저기압 발달에 따른 폭우 피해도 늘어난다. 수온 상승으로 적조현상이 발달하고, 어패류 폐사와 해안 침식 등 청정 동해 바다가 못쓰는 바다로 바뀔 위기에 놓였다.

플라스틱은 상아로 만든 당구공의 대체품으로 거듭된 연구 끝에 등장했고, 1900년대 전반 거듭된 연구를 통해 여러 형태로 나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고강도의 플라스틱은 물론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도 빛을 봤다.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 편리성을 더했다. 1955년 LIFE 잡지는 일회용 제품을 사용해 집안의 허드렛일을 줄일 수 있다는 ‘Throwaway Living’ 프로모션을 하기도 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플라스틱은 의류와 함께 환경 쓰레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천연 소재 기반의 플라스틱 연구를 서두르고 있지만, 이미 플라스틱은 태평양 상에 거대쓰레기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을 만드는 등 지구 상의 가장 골치 아픈 존재가 됐다.

최근 해양수산부의 연구 발표에 의하면, 한국 연안과 외해역의 해수, 해저퇴적물 등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물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30년 내에 해양쓰레기를 제로화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나온 정부의 미세플라스틱 관련 발표를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어패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보고에 일반 국민의 불안감은 크다.

정부 뿐 아니라 기업, 개인 모두 온실가스와 먼지를 배출하고, 쓰레기를 늘리는 등 한반도 인근의 온도를 높이고 환경을 어지럽히는 행위를 줄여야 한다. 정부의 환경계획, 에너지계획도 이런 방향에 맞춰져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의 ESG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ESG 실천도 중요하다.

LIFE에서 Throwaway Living을 캠페인 할 때와 달리 각 경제 활동의 주체는 기존보다 덜 써야 한다. 앞뒤도 안 맞는 판단으로 재생에너지 의존 에너지 계획을 발표할 때가 아니다. 에너지를 덜 쓰고, 공간을 덜 쓰고, 공유를 늘리고, 생산과 소비를 줄이면서도 유지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고 이를 캠페인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효율성, 안전성, 경제성 등 이점을 지닌 대표적인 공유 모델이다. 각자가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 클라우드 운영자에 의뢰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컴퓨팅 파워를 쓰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에너지와 공간을 덜 쓸 수 있고 온실 가스 발생도 줄일 수 있다.

공유오피스(Cowork)를 활용하는 것도 업무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면서도 공간 축소와 전기 절약의 방법이다. 정부는 늘어난 공무원 수에 맞춰 청사를 다시 건설할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꿔 청사를 늘리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2000년대 초 지속가능경영을 가장 잘한 것으로 평가 받는 BT(British Telecom)는 직원 10만5000명중 6만5000명이 소위 애자일워크(Agile Work)를 하면서 고정 좌석을 없앴다. 전국의 크고 작은 건물 300개를 처분한 적이 있다.

최근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주택도 그렇다. 도시의 밀집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평수를 개별 분양 받는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100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의 경우 일부 슈퍼리치는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우리가 쓰는 공간이 너무 넓다. 최근 정부는 청년 임대 주택으로 30평대를 내놓는다고 하는데, 청년이 십 수년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다고 하는 마당에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고 집값을 잡겠다고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슈퍼도시들을 보라. 인구를 강제로 지방으로 이전시키면 가능(?) 할 지도 모른다.

그 보다는 최근 역세권 청년들 주거 공간으로 등장한 Co-Living 개념의 주거공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 방은 침대, TV, 화장실 등 최소 용도로 쓰고, 주방이나 업무 공간, 카페, 체육시설 등을 공유해 쓰면 전체적인 공간 활용도가 늘어난다. 이 경우 개인 자산은 기존처럼 부동산에 묻어두는 대신 주식을 포함해 다양한 투자 활동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더 생산적인 일이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접근법도 달라져야 한다. 좀 더 글로벌한 시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호 대상들을 참여로 끌어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급하기는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하는 지원금을 분배하는 방식은 지속(SUstainable) 가능하지 않다. 추후에 변질되기는 했지만, 새마을 운동이 나름의 성과를 내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조 정신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생산 활동에 스스로 참여하고, 그 대가를 받는 식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최근 뉴욕에서 있었던 일이다. 식당이 모두 문닫고 폐업하던 당시, 한 남미 이민자는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의 종업원을 어쩔 수 없이 해고한 후 자신은 근근이 가게를 운영했다. 그는 장사가 안되 남은 음식을 포장해 길거리 냉장고(Community Fridges)에 가져다 두거나 보호대상자에게 직접 배달을 했다. 지역사회에 선행이 알려진 후 식당의 도시락 주문량은 하루에 수백인분 이상 늘었다. 식당 역시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속되지도 못할 정부의 지원이 개인이나 지역사회의 힘보다 얼마나 약한지 보여주는 일화다.

ESG를 펼치기 위해서는 우선 삶의 방식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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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