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터뷰] "이제 메타버스는 일하는 공간…메타버스에서 돈 번다"

서믿음 기자
입력 2021.09.10 06:00
왕따·노인 소외… 메타버스 시대에는 지금보다 '차별' 줄어들 것

영화 ‘져지 드레드'(1995)의 배경이 되는 2139년, 사람들은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세상의 삶을 영위한다. 고글을 쓰고 데이터에 접속한 상태로 누군가는 세계적 석학들에 둘러싸여 존경과 찬사를 받는 경험을 누리는가 하면, 누군가는 내밀한 성적 욕구를 실현하기도 한다. 시각, 청각, 촉각을 자극하는 기기의 발명으로 가능해진 일인데, 그 미래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메타버스(Metaverse) 이야기이다.

가상(meta)과 우주(unive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스마트폰 혁명 이상의 변화된 미래를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큘러스퀘스트와 같은 vr(virtual) 기기의 등장은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때마침 재택근무 열풍도 불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전면 재택근무를 선언했는데, 그 이면에는 메타버스 기술이 자리한다. 페이스북은 앞서 메타버스로의 전환 준비를 마쳤고, 기존 시스템을 5년 안에 메타버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잖아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입체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런 변화의 선두에서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메타버스 비긴즈』(굿모닝미디어)의 저자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팀장(사진)을 만나 메타버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 메타버스가 크게 관심받고 있다. 다만 그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메타버스를 쉽게 정의내린다면.

"가상과 현실 간 경계의 소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이스틱을 현란하게 움직이고 버튼을 잘 눌러서 복싱게임에서 1등을 했다 치자. 이 능력은 현실의 복싱능력이나 체력단련과 상관이 있는가? 아니다. 가상은 가상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분명한 경계가 있어왔다. 하지만 가상현실 복싱 게임은 다르다. 진화된 가상공간 안에서 실제와 같은 권투 훈련을 할 수 있고, 엄청난 칼로리가 소모되며 체력이 단련된다. 독일의 한 여성은 VR 복싱 게임 ‘The Thrill of the Fight’로 18kg을 감량했으며, 한 소년은 이 게임으로 권투 실력을 키워 (괴롭히던 아이와 싸워 이겨) 왕따를 벗어난 사례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이 게임이 자신의 인생을 구해줬다고 말했다."

- 또다른 예가 있을까.

"게임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 현실에서도 부자인가? 역시 가상은 가상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만들어 팔면 실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살 수 있다. ‘디센트럴랜드’에서는 가상의 카지노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 공고가 나고 실제 채용이 돼 4교대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메타버스가 돈을 쓰러가는 세상이였다면, 이제 돈을 벌러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가상과 현실 간 경계가 사라져간다는 의미는 결국,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곳이 바로 메타버스라고 생각한다."

-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닌 듯한데, 메타버스가 왜 지금 주목받는다고 생각하나.

"먼저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상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우리는 주로 가상을 텍스트와 영상 기반의 2D 웹사이트로 접해왔다. 물론 3D가상 공간도 존재했으나 소비 중심이거나, 고도화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가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핵심기술, 네트워크,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데이터 기술, 인공지능 기술,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융합하고 있다. 이러한 범용기술들이 복합적용돼 지능화된 3D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과거의 메타버스는 소비 중심이였다면, 이제는 유저들이 메타버스 안에 있는 스튜디오라 불리는 생산플랫폼에서 가상자산을 만들어 낸다. ‘생산’을 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되면서 더욱 강력해지고, 네트워크 효과가 생기고 있다."

- 현재 메타버스가 적용된 사례가 있다면. 완성도는 어느 정도인가.

"2016년에 설립된 자율주행차 기업 ‘웨이모’는 지난 5년간 다양한 환경변화 속에서 오프라인을 2000만 킬로 주행하며 데이터를 모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성능을 높였다. 다만 최근 웨이모는 최근 소개한 ‘시뮬레이션 시티’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하루에 3400만 킬로미터를 주행하고, 4만여 가지의 외부환경 변수를 학습하고 있다. 하루 만에 지난 5년보다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것이다. 이러한 지능화된 3D공간은 위에서 언급한 XR+D.N.A(가상융합 기술+데이터 기술, 네트워크, 인공지능)기술의 융합으로 만들어진다. 앞으로 기술은 더욱 성숙하고, 고도화되고, 융합될 것이다."

- 리니지나 크레이지 아케이트 같은 게임도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나? 대개 메타버스라고 하면 게임을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그렇다. 게임은 3D공간을 발전시켜 온 중요한 메타버스이다. 하지만 지금의 메타버스는 게임을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메타버스는 곧 일하는 공간이다. 직방의 직원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 출근을 하지 않고,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에서 일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5년내 소셜미디어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고 그 전에 영구재택근무 도입을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전 ‘호라이즌 워크룸’(가상 대면 플랫폼)을 발표했다. 이제 페이스북 직원들은 어디서 일을 하겠는가? ‘호라이즌’과 ‘인피니트 오피스’(가상 사무실 플랫폼)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 그밖에 메타버스에 관해 흔히 오해하는 내용이 있다면.

"‘메타버스는 갑자기 생겨난 개념이다’, ‘메타버스는 게임이다’라는 오해 외에도 ‘메타버스는 가상융합(XR)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가상융합은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핵심기술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고도화된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술한 XR+D.N.A의 융합이 중요한 개념이다. XR이 중요한 부분은 맞지만, 전체는 아니란 얘기다.

메타버스는 지나가는 트렌드인가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최근 확산 중인 플랫폼들과 새롭게 등장하는 플랫폼,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혁신과 투자를 보면 지나가는 트렌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메타버스는 밀레니얼제트(MZ)세대들의 것이다라는 말도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주목받는 게임과 소통 플랫폼에서 MZ세대들의 비중이 높은건 맞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일하는 플랫폼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MZ세대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다양한 B2B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 MZ세대들을 넘어서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스마트폰 혁명이 그러했듯, 메타버스 혁명도 노년층의 소외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물론 시니어 세대들의 메타버스 접근성이 떨어져 격차가 생길것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다만 저는 오히려 메타버스에서 시니어들은 더욱 편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이 전자정부 1등인데, 민원24 홈페이지에서 시니어 세대들이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을까? 2D웹사이트 기반의 복잡한 매뉴얼들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상 동사무소로 들어가면 어떨까? 가상인간이 행정서비스를 안내하고 말로 이야기하면 더 쉽게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채팅도 마찬가지다. 텍스트를 치는 일이 더 어렵지 않을까. 오히려 가상공간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훨씬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 B2B적으로 어떻게 접목돼 사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B2C에 비해 잘 안 알려졌을 뿐이지 굉장히 활발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게임엔진 기업 ‘유니티’는 건설, 엔지니어링, 자율주행 등의 B2B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최근 ‘엔비디아 옴니버스’(가상 공간 협업툴)가 발표된 후 BMW는 전 세계의 모든 공장을 가상공장으로 만들어 생산성을 30%를 높이겠다고 언급한바 있다."

- 메타버스가 그릴 수 있는 미래 사회 청사진을 소개한다면.

"무궁무진하다.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말이 낫고, 말보다 체험이 낫다. 교육효과도 높고, 군사적으로 위험한 훈련의 시뮬레이션에도 적합하다. 경우에 따라 왕따를 경험해보게 해서 계도하는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 메타버스가 초래할 어두운 이면도 있을 것 같은데.

"과거 포켓몬고 게임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공원 등 공공자산 훼손, 가택 침입 등 증강현실 관련 안전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증강현실 글래스를 착용하고 운전하다가 교통범칙금을 부과받은 적도 있다. 법원은 범칙금은 내지 않게 하였으나, 행위 자체가 불법인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또한 가상현실 속에서 성폭행을 당한 사례도 존재하고, 불법복제, 가상공간에서의 성인물, 저작권, 개인정보 이슈 등 어두면 면이 많이 존재한다. 빛이 강한만큼 그림자가 짙은 것이다. 혁명의 초입단계에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고 사업자들은 기술적인 조치로 문제를 최소화하고,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이슈를 충분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정보보안에 각별히 신경써야할 것 같다.

"그렇다. 이전에 정보 수집이 스마트폰 이용 양태 분석 등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면 메타버스는 생체정보를 비롯해 한 사람의 거의 모든 정보를 포함한다. 사람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당시 신체 반응은 어떠한지 등 민감한 정보가 가득 담겼다."

- 국내 메타버스 기술은 해외 선진국과 어느정도의 격차를 지니는가.

"‘옴니버스’ ‘메쉬’ ‘호라이즌’ ‘인피니트 오피스’ 등 최근 발표되고 있는 중요한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대부분 해외 선도국 기업들의 것이다. 기기 측면에서도 오큘러스 퀘스트2가 작년말부터 지금까지 460만대 넘게 판매됐으며, 아이폰의 초기 속도를 연상케하고 있다.

‘로블록스’ ‘포트나이’ ‘동물의 숲’ 등 이미 가입자 기반이 탄탄한 플랫폼도 모두 해외 선도국 것이다. 국내 플랫폼 중 제페토가 선전하고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플랫폼과 기기 경쟁력이 약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한국이 디스플레이 등 요소기술과 네트워크 경쟁력이 있고, 게임콘텐츠 경쟁력도 강해서 이들 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변신을 준비 중에 있어 기대가 되는 면이 있다."

- 메타버스 시대에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 기업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고도화된 3D가상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XR+D.N.A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 복합범용기술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상상을 하는 일도 중요하다. 단일 기업이 이 모든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 면이 존재하며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이 모여있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 기업 간의 연합이 이뤄지고 있나.

"지난 4월 기획재정부 메타버스 TF가 만들어질 때만해도 참가 기업이 20여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400개가 넘었다. 그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조심해야할 점은 이슈로 붐을 일으키는 데서 끝나면 안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메타버스 개념이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의지다. 바꾸고 변화하려는 의지.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될 때 누군가는 찻잔의 태풍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건 현 스마트 혁명의 전조였다. 지난해말부터 지금이 메타버스의 전조라고 생각한다. 현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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