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인상과 출산율 하락 등으로 식물성 대체우유가 뜨지만, 식물성 대체우유 상품 중 하나인 ‘두유'는 큰 수혜를 보지 못한다. 귀리 등 두유를 대체할 다양한 식물성 음료가 두유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체우유는 귀리·아몬드·완두콩 등 식물성 원료에서 단백질과 지방을 추출해 우유처럼 만든 상품이다. 채식주의자가 자주 찾는 비건 시장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유당불내증 등 소화 문제를 이유로 우유를 꺼리는 소비자와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를 주축으로 급성장세를 보인다.

귀리를 사용한 대체우유 ‘오트밀크’ / 오틀리
귀리를 사용한 대체우유 ‘오트밀크’ / 오틀리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체우유 시장 규모는 최근 빠르게 확장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우유 시장은 2016년 83억원에서 2020년 431억원 규모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오랜시간 건강음료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두유'는 귀리를 사용하는 오트밀크와 비교해 더딘 성장세를 보인다. 유로모니터는 올해 국내 두유 시장 신장률을 전년 대비 2%로 전망했으나, 오트밀크 등 대체우유 시장은 2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체우유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3%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 것과 대비해 두유는 1% 이내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북미에서 두유는 -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두유가 글로벌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는 이유는 유전자변형(GMO) 콩 사용으로 인한 높은 알레르기 유발성 탓이다. GMO식품이 인체에 어떤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도 두유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 탓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두유를 제외한 대체음료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오트밀크 전문 기업 오틀리(Oatly)는 올해 9월 기준 회사 가치가 전년 대비 6배 커졌다. 네슬레는 5월 완두콩을 소재로 한 식물성 대체우유 브랜드 ‘운다(Wunda)’를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 론칭했다. 스웨덴 ‘스프라우드(Sproud)’도 글로벌 대체우유 시장 다양화를 이끌고 있다.

식물성 대체우유가 두유를 꺽은 해외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한동안 두유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대체우유 시장에서 두유 점유율은 9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오트밀크 등 대체우유가 시장을 형성한 것은 4년 남짓으로 아직 초기에 불과하다"며 오트밀크도 두유도 ‘건강'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판매되고 있는 만큼 해외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스타벅스와 코카콜라, 매일유업 등 대형업체가 앞다퉈 대체우유를 내놓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