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독점 대해부]⑥ 네이버는 당신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

이은주 기자
입력 2021.10.20 06:00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오후.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앱을 열었다. 네이버 '스마트어라운드'에 접속만 하면 내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근처에 갈 만한 곳들을 네이버가 알아서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상위 리스트에서 리뷰가 500개 넘는 음식점이 눈에 띈다.

현재 위치에서 맛집은 300m 인근에 있다고 알려준다. 리뷰를 클릭해보니 실제로 자신의 영수증을 인증한 사람들이 ‘맛있다'는 칭찬 후기를 남겨줬다. ‘VJ특공대'에 나왔다는 사실도 별도로 표시돼있다. 연결된 블로그를 통해 가게 내부를 보고 분위기를 파악했다.

곧바로 걸어서 음식점으로 향했다. 역시 칭찬 일색이었던 후기 숫자 덕분이었을까. 음식점 안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대기줄도 길었다. 꽤 오래 기다리고 나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중 미리 디저트 가게를 찾기 위해 스마트 어라운드를 다시 켜고 ‘네이버 예약'으로 미리 예약을 했다. 동행인은 ‘네이버페이' 결제를 제공하는 카페를 선택해 미리 주문하고 결제를 마쳐 테이크아웃을 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스마트 어라운드' 서비스 화면 갈무리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위치정보 데이터에 기반해 네이버는 점점 더 ‘개인맞춤형'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검색-쇼핑-결제 과정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비 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까지 네이버식 편리함이 파고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 집중하는 쿠팡, 11번가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과는 축적하는 정보의 차원이 다르다.

네이버 마이플레이스에 접속하면 과거 어떤 지역에서, 어떤 시간에, 어떤 가게를 방문했는지 등 방문과 이용 내역 히스토리가 뜬다. 네이버는 내가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나보다 더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로그인한 후 ‘마이 플레이스'에 접속하면, 지난 3월 머리를 한 헤어샵 예약 기록 내역까지도 네이버는 모두 기억한다.

네이버 마이플레이스의 내역. 네이버 예약을 이용한 경우 관련 이용 정보들이 모두 누적된다.
미 하원 보고서 "아마존, 입점 사업자 데이터와 알렉사 고객 정보 활용해 자사 경쟁력 확충"

아마존은 수집한 고객 정보를 자신의 경쟁력을 향상하고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에 썼다는 혐의를 받는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리한 지난 2020년 미국 하원의 디지털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고객들의 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경쟁력을 높였다. 자신의 플랫폼에 입점한 사업자들의 정보에 임의로 접근한 것은 물론, 자사의 음성인식 기기인 알렉사(Alexa)를 통해 고객 성향을 파악했으며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사의 직접판매 제품을 추천하는 등 자기사업 우대에 활용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사업자인 페이스북도 이용자들의 데이터들을 샅샅이 확보해 광고 시장 영향력을 높였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상윤 고려대 ICT 연구원의 유럽 빅테크 경쟁법 동향 시리즈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신의 페이스북 앱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좋아요' ‘페이스북 로그인' ‘페이스북 애널리스트’등을 통해 연결된 제3의 웹사이트에서 확보된 데이터도 모두 가져갔다. 이용자가 접속하면 곧바로 이들의 정보가 페이스북에 제공되도록 하면서 이를 페이스북 계정과 통합시켰다. 페이스북이 수집하는 정보가 방대해질 수록, 맞춤형 광고 능력도 높아졌다.

이용약관에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는 방식으로 그렇게 한다. 이용자들은 여러 서비스를 쓰기 위해 약관에 동의하는데, 약관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상 곳곳에서 막대한 개인 정보 수집하는 네이버…GPS는 기본, 단말기 주소록 접근까지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도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에 접근한다. 네이버는 ‘이용약관'을 통해 이용자의 데이터를 샅샅이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도 아마존 '알렉사'처럼 자체 AI스피커인 ‘웨이브'가 있다. 웨이브에는 네이버 AI플랫폼인 클로바가 장착되는데, 웨이브 사용을 위해선 인공지능 앱인 클로바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네이버 클로바 AI 스피커 ‘웨이브' / 네이버 화면 갈무리
그런데 웨이브를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클로바가 수집하는 정보를 보자. 네이버 클로바 이용약관을 보면, 이용자의 음성명령 언어 정보 뿐 아니라 단말기 주소록에 저장된 이름, 위치정보(GPS), 주문정보를 수집한다. 이같은 개인 정보 수집 항목에 동의하지 않으면 클로바도, 스피커도 이용할 수 없다.

웨이브 외에도 네이버는 책을 읽어주는 기능을 가진 클로바 램프, 클로바 클락(시계), 스마트홈 스피커인 클로바 웨이브 등 기기도 있다. 이같은 스마트 기기도 ‘클로바 앱'을 깔아야만 실질적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방대하게 수집한다. 그리고 클로바는 이용약관에서 "서비스 이용기록과 접속 빈도 분석, 서비스 이용에 대한 통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자체 서비스 이용약관을 통해 광범위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네이버 서비스 이용약관을 보면 네이버는 이용자의 위치정보, 기기정보, 서비스 이용 기록, 쿠키 정보 등을 수집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지나 음성도 수집한다. 그리고 그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 ‘기존 서비스 개선'과 ‘신규 서비스 요소 발굴' 등에 사용한다"고도 명시해놨다.


/네이버 클로바 서비스 이용약관 화면 갈무리
/네이버 이용약관 화면 갈무리
네이버 스마트어라운드, ‘개인맞춤형, 편리함 극대화’

이용자에게 수집된 데이터는 개인맞춤형 서비스의 토대가 된다. 이용자들에게 수집한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어라운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화면 하단 중심에 있는 녹색 ‘동그라미'를 한번 클릭만 하면 주변에서 갈만한 공간들을 몇 초만에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오프라인 소상공인의 자기 사업 네이버 정보 등록 서비스인 ‘스마트 플레이스'와 연동돼 노출된다. 스마트플레이스에는 업장의 메뉴, 가격, 영업시간 등 영업장 정보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남긴 리뷰 후기들도 통합적으로 제공된다. 방문자 리뷰는 네이버 예약, 주문, 영수증을 통해 이용자들이 직접 방문한 상점의 후기를 남긴 기록이다. 특히 영수증 기록에 기반해 후기를 남기는 영수증 리뷰는 지난 2019년 11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출시 1년 만에 데이터베이스(DB)화된 영수증 건수만 1억4000만 건을 기록했다.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 서비스 예시
이는 소비자의 ‘검색 습관'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 어라운드를 사용하면 현재 위치 주변의 맛집, 카페, 강좌, 쇼핑 등을 찾기 위해 따로 검색할 필요가 없다. 클릭 한번이면 이용자와 인접한 위치에 있는 장소들을 보여주는데다, 앞선 이용자들이 남긴 데이터들인 ‘방문자 리뷰'나 ‘블로그 리뷰' 등을 함께 제시하기 때문이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저서 『메가플랫폼 네이버』에서 이를 ‘검색활동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네이버는 이용자의 개인 정보와 현재 위치, 다른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장소 정보를 추천해 인터넷상 검색 활동을 실제 물리적 세계의 활동과 맞닿게 했다"며 "기존의 장소검색은 특정한 장소에 가기 전 사전탐색을 하는 성격을 띠었다. 이 서비스는 검색활동의 성격을 바꿔 현재 상황에 맞는 정보를 즉각 제공한다. 검색은 순간순간의 필요에 따른 것이기에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검색 활동 간 간극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스마트 어라운드에 대한 이용자 사용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오프라인 소상공인들은 스마트플레이스에 ‘등록'하고 ‘광고'하고 싶어한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 6월 검색결과 나타나는 ‘플레이스(장소 정보)’ 영역과 ‘네이버 지도’에서 자신의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플레이스 광고를 출시했다. 네이버 지도에서 ‘인사동 맛집'을 검색하면 광고비를 지출한 업체가 우선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광고에 몰려드는 업체들은 적지 않다. 네이버에 따르면 6월 플레이스 광고를 출시한 지 단 두달만에 3만3000여개 사업자가 광고를 했다.

미국, 고객 데이터 이동권 보장한 '서비스 전환 활성화를 통한 경쟁과 호환성 증진 법률' 추진

빅데크 기업들이 고객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는 행위가 이어지면서 ‘데이터 독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독과점은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은 서비스 가격을 올리진 않지만,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맞춤형 광고를 강화해 수익을 창출한다. 또 빅테크 기업들이 확보한 데이터는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한 신규 기업에는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편리한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이용자들의 의존도 심화된다. 사용이 지속될수록 데이터도 누적되기 때문에, 쉽게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기 어려워진다. 서비스 ‘전환비용'이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 다른 기업들의 신규 진출은 어려워진다. 궁극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 받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독점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하원이 2021년 6월 말 통과시킨 5개 패키지 법안 중 ‘서비스 전환 활성화를 통한 경쟁과 호환성 증진 법률'(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s Switching(ACCESS) Act)은 데이터의 중요성과 이와 관련한 전환비용에 주목해 플랫폼 간 데이터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보장하는 방식으로 거대 플랫폼을 규율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이용자가 다른 SNS로 이동하면 친구 목록, 사진, 메시지 등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전환비용이 매우 작다면 이용자들이 새로운 매력적인 사업자로 쉽게 옮겨갈 수 있지만, 비용이 클수록 시장지배력은 공고해진다. 네트워크 효과가 큰 산업에서 전환비용의 존재는 경쟁에 더욱 해로울 수 있다. 이용자 동의를 전제로 다른 서비스로 데이터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해야 데이터 독점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8년 5월 유럽에 도입된 데이터 보호법안인 GDPR(General Protection Regulation)과 일맥상통한다. GDPR에도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독일 "페이스북 ‘실질적 동의' 받지 않은 데이터 수집으로 지배력 강화했다"

빅테크 기업이 이용약관을 통해서 이용자 데이터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독일이 가장 앞서 있다. 독일 연방카르텔청은 지난 2016년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실질적 동의'를 받지 않으면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들을 과도하게 구축해 경쟁을 제한했다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연방카르텔청은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페이스북의 이같은 정보 수집에 대해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일 뿐만 아니라, 경쟁 제한적 행위라고 판단하면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용자들에게 ‘실질적 동의'를 받도록 했다. 지나치게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과 병합 행위에 대해선 별도의 자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독일 연방대법원도, 영국 경쟁당국(CMA)도 이같은 결정에 동조했다.

한국은 '빅테크 데이터 독점' 조사·연구 미진...최근 관련 법 개정안 발의

국내에서는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 독점을 통해 시장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와 조사도 미진한 상태다. 한 경쟁법 전문가는 "국내는 특정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해서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에 대한 선행 연구들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021년 4월 처음으로 페이스북코리아의 데이터 독점 혐의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을 뿐이다. 공정위는 개인 정보 동의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는 최근에야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021년 9월10일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 독점이 다른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혁신을 막는다고 보고, 데이터 독점을 막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은 이용자 수, 매출액 등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가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경우 정보를 공유해 사업자 간 데이터 격차를 완화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이용자는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시청서비스(OTT) 등 플랫폼 서비스 간에 데이터를 이전할 수 있어 서비스 선택권이 넓어진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는 자신과 관련된 거래, 광고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가질 수 있어 명확한 광고 효과 측정을 통해 인터넷 내 광고 협상과 관련한 정보 비대칭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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