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자산 심사위에 선정된 민간사업자가 불편한 까닭

조아라 기자
입력 2021.10.29 06:00
"금융정보분석원은 두나무 주식회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신고심사 결과 및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심사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고려하여 두나무 주식회사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수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내용이다. 이날 처음으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심사위원회(심사위) 구성이 알려졌다. 금융위는 신고 심사 업무의 공정성·객관성·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심사위를 구성했다고 했다. 심사위원은 총 9명이다.

자료만 봐서는 심사위가 사업자 신고수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짐작된다. 의결을 거쳐 일정한 정족수를 넘겨야 신고가 수리되는 절차가 그려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심사위는 법적 근거없이 구성됐다. 금융위가 임의대로 신고수리의 심사권한과 책임을 외부 민간 전문가에게 맡겼다는 얘기다.

금융위의 주장대로 심사위가 심사의 전문성을 해결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가상자산 영역은 신기술 사업이고 그동안 금융위가 접했던 사업군과는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어 외부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 사정은 이해된다.

문제는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이는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필수다. 심사위의 성격, 구성 절차, 권한과 책임, 운영에 관한 사안이 명시돼야 한다. 심사위원 선정 기준도 필요하다. 그래야 시장이 심사위의 활동을 예측하고 신뢰할 수 있다.

은행업·금융투자업 인가 심사와 관련한 평가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은행업감독규정과 금융투자업규정을 근거로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FIU)의 자문기구로 둔 제재심의위원회의 설치와 운용은 금융기관검사제재규정과 특금법 검사제재규정을 근거로 한다.

가상자산 신고수리 심사위는 예고없이 등장했다. 어느 수준으로 독립성과 객관성이 보장되는 지 가늠하기 어렵다. 심사위의 성격, 구성과 활동이 모두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서 이뤄진다.

이 가운데 두 명의 심사위원이 눈에 걸린다. 자료에 따르면 심사위는 ▲각 분야 대학교수 6명 ▲금융·자금세탁방지 연구원 1명 ▲IT기업 소속 1명 ▲IT협회 소속 1명으로 구성됐다.

심사위 선정 기준이 없다보니 심사위원과 사업자간 이해상충 우려도 커진다. 특히 민간기업과 협회가 특정 사업자와 이해관계에 있을 경우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 신고수리 심사 과정에 불신을 품고 불필요한 특혜 시비가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사위는 금융위의 ‘리스크 헷지(hedge)’ 수단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향후 신고수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전가할 조직이 필요했을 것이란 얘기다. 설령 자문단 역할에 그친다해도 자문위원회가 아닌 심사위원회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짐작된다.

이정문 의원은 "괜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금융당국이 해당 심사위원의 4대 거래소 소속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금융위는 하루 빨리 법적 근거를 마련해 명확한 기준을 세워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사위가 전문성을 확보하면서도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고수리의 최종 권한은 금융위에 있다. 금융위 주장대로 심사위가 자문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면 자문위원회로 명칭을 바꿔 시장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심사위가 맞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사위는 ‘합법 사업자를 가려내는 불법 심사위’라는 오명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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