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디젤차 배기가스 저감에 이용되는 액체 형태의 촉매) 수출 금지 여파로 디젤차 이용자들이 비상에 걸렸다. 요소수가 없으면 엔진조차 걸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요소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가 비상공급대책을 발표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 펼쳐진다.
요소수 대란 사태 후 유로4 이하 등급의 구형 디젤차가 잠깐 관심을 받았다. 요소수를 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부 차주들은 요소수 대란 후 중고차 가격이 올랐다고 반색한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 실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형 디젤차를 구입할 경우 당장 요소수 공급 파동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글로벌 친환경 정책에 반하는 차량이라는 인식 탓에 수요가 적다.
디젤차는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 유무와 관계없이 최근 완성차 시장·정책의 친환경차 기조와 동떨어진 차량이다. 퇴출 1순위라는 지목을 받는다. 특히 노후 경유차는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발생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만큼, 잘못하면 벌금까지 내야 한다. 완성차 기업은 발 빠르게 디젤 엔진 모델의 퇴출을 선언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제로 확 줄었다. 온라인 중고차 거래플랫폼인 AJ셀카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전기차 전체 중고 거래량은 2020년 동기 대비 270%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차는 20%쯤 증가했다. 하지만 디젤차 거래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세금·주차요금 감면 등 혜택과 긴 잔존 수명으로 선호 대상이지만, 디젤차 등 내연기관차는 향후 벌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 시내 중고차매매단지 한 관계자는 "올해 디젤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요소수 공급 이슈보다는 연초부터 지속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며 "신차가 나오지 않는 탓에 디젤차 말고도 휘발유나 LPG 등 다른 중고차들도 가격이 과거보다 올랐다"고 답했다.
내연기관 중고차 구매 의사가 있는 고객도 요소수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디젤차보다 휘발유 등 다른 연료를 쓰는 차량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차의 우수한 연비와 저렴한 경유 가격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구매 문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중고차 업계 후문이다.
경기도 중고차 시장 관계자는 "디젤차 인기가 시들한지 꽤 됐다. 요소수를 넣고 안 넣고 할 것 없이 찾는 고객이 거의 없고, 오히려 디젤차를 제시하면 차라리 휘발유·LPG를 보여달라고 한다"며 "찾는 고객이나 구매 문의가 체감상 전년과 비교해도 거의 절반 아래로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