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와 EV6 등 올해 출시된 전기차들이 한국서 처음 겨울을 맞았다. 강추위 속에서 제원만큼 성능을 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다. 전기차는 동력원으로 엔진이 아닌 배터리를 쓰기에 추운 겨울 난방효율이 낮고 주행거리도 상온보다 짧아진다. 저온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따로 측정하지만, 기준 온도보다 낮은 추위에서 운전자 기대만큼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겨울철 위험한 도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전기차 전용타이어 대신 사계절용 타이어 등으로 교체를 고려하는 전기차 소유주도 늘어난다. 운전자 사이에서 겨울 주행에 적합하다고 고평가를 받는 브랜드 타이어 제품은 아직 국내에 사이즈를 전부 도입하지 않은 상탱미에도 일찌감치 높은 구매문의를 받는다.

폐열 활용으로 배터리와 난방 효율을 향상시키는 히트펌프를 탑재한 기아 전기차 EV6 / 이민우 기자
폐열 활용으로 배터리와 난방 효율을 향상시키는 히트펌프를 탑재한 기아 전기차 EV6 / 이민우 기자
23일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표기된 국내 출시 전기차의 상온 1회 충전 주행거리와와 저온 1회충전 거리를 비교해보면, 다수 전기차의 저온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상온의 80~90%쯤이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동력으로 삼는 전기차는 특성상 내연기관차와 달리 강한 열원인 엔진이 없다. 전기차 동력으로만 난방을 부담해 외부 온도가 낮을수록 난방에 쓰는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져 주행거리에서 손해를 본다.

전기차 대부분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저온에서 급격한 에너지·전력 감소를 보이는 것도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외부 온도에 비례해 리튬배터리 온도가 낮아지면, 배터리 내부저항이 크게 증가해 리튬이온의 활동성이 떨어진다. 자연히 전기차의 주행거리도 감소한다.

최근 전기차가 배터리 열관리와 난방 효율을 높이는 히트펌프로 저온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방어하고 있지만, 1월 등 겨울 강추위에서는 검증이 더 필요한 상태다. 국내 저온 1회 충전 주행거리는 -6.7℃에서 히터를 최대한 사용해 측정되는데, 올해 1월 서울 최저기온은 -18℃ 이하로 내려갔다.

-6.7℃ 미만 기온에서 외부와 전기차 내부 간 온도차이가 커진다. 낮은 외부 온도에 대항해 전기차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만큼, 전기차 난방에 소모되는 전력 부하가 커진다. 높아지는 전력·배터리 부하에 따라 운전자가 느끼는 체감 주행거리도 더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

겨울철 주행 성능을 인증받은 미쉐린의 크로스 클라이밋2(CC2) 타이어 / 미쉐린코리아
겨울철 주행 성능을 인증받은 미쉐린의 크로스 클라이밋2(CC2) 타이어 / 미쉐린코리아
빙판길 등 겨울철 주행에 대비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겨울용 타이어 등으로 변경하는 차주도 늘어난다. 전기차는 전용이 아닌 타이어를 사용 시 더 큰 소음과 전비 하락을 겪지만, 전기차주들은 겨울에 적합한 타이어로 교체에 나선다.

국내 운전자 사이에서 타이어 미교체로 발생한 겨울철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최근 출시된 전기차 다수가 사륜구동 미적용시 후륜구동이라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후륜구동은 사륜이나 전륜 등 다른 구동방식보다 눈길 등 겨울철 주행에서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여겨진다.

겨울 주행 성능 평가가 높은 타이어는 벌써 인기몰이 중이다. 올해 국내 출시된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2(CC2) 타이어는 국내 판매 사이즈도 다 들어오지 않았지만, 호환되는 CC2 타이어 구입을 타진하는 전기차 소유주도 상당하다. CC2가 사계절 타이어지만 타이어랙 등 국내외서 안정된 겨울 주행 성능을 보유했다고 평가받은 영향이다.

미쉐린코리아 관계자는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2는 국내에 38개쯤 사이즈를 제공하는 것을 계획으로 삼고 있으며 현재 절반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며 "나머지 제공되지 않는 사이즈는 올해 순차적으로 입고예정으로, 점차 물량이 확대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