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트렌드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친환경 등 미래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거칠것 없어 보였던 ‘K-산업’의 행보에 최근 비상등이 들어왔다. 중국의 원자재 무기화 우려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이외에 마땅한 대안 수입원이 없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원자재 무기화의 현실화 이전에 명확한 피해 정도를 분석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2021년 ‘요소 대란'으로 인해 산업계뿐만 아니라 농업계도 크게 흔들렸다. 요소 품귀로 인해 화학비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국발 리스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현장에서 확실한 원료 수급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1년 10월 중국 해관총서는 29종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변경한다고 공고했다. 이로인해 별도의 검역, 검사 없이 수출이 가능했던 요소, 칼륨비료, 인산비료 등 총 29종 비료 품목은 반드시 출입국검험검역기관의 검역을 거쳐 통관단을 발급받아야 수출이 가능해졌다.

겨울 밀 재배를 앞두고 비료 공급 부족 및 가격 급등에 시달리고 있던 중국이 자국에 우선적으로 비료를 공급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됐다.

농작물을 촬영하고 있는 드론/IT조선
농작물을 촬영하고 있는 드론/IT조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에 따르면 2021년 9월까지 중국이 규제한 29종 비료 품목의 수출액 합계는 77억9000만달러(9조2584억원)에 달한다. 이중 대한국 수출액은 2억8000만달러(3327억8000만원)로 수출대상국 중 10위를 차지했다.

비료 관련 품목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규제 조치로 인해 국내 비료・농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화학(무기질) 비료 생산에 가장 많이 필요하는 요소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비료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요소를 중국에서 수입해 온다. 중국에서 수입된 55만 톤(t)의 요소 중 22만t(40%)쯤이 비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 품귀 사태가 농사일이 끝난 농한기에 발생하긴 했지만 농사일이 바쁜 농번기를 대비해 비축분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요소는 석탄 발전을 통해 생산되는데 중국이 호주와 무역분쟁 및 탄소중립 이행 등을 이유로 석탄발전을 감축시켜 요소 품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어 농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내 비료 소비가 커진 것 역시 우려 지점이다.

중동에서도 요소를 수입할 수 있지만 거리가 멀고 가격 상승 요인이 많아 중국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요소 품귀로 인한 농번기 비료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무기질비료 원자재 소요량 84만9000t 중 88%에 달하는 74만5000t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인산이암모늄, 염화칼륨 등 미확보 물량 10만4000t은 이달 중 농협과 비료협회에서 공동 구매를 통해 2월 전 확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식품부·지방자치단체·농협은 농업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2년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의 80%를 보조하기로 했다. 농업인은 가격 인상분의 20%만을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농민총연맹은 "요소 등 비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수입도 전혀 되지 않고 있어 영농철에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가 요소수 문제뿐 아니라 화학 거름 원자재 부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신지식농업인회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원자재 값 인상으로 인해 농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며 "농업의 경우 가격 인상률이 낮기 때문에 경제적 부감은 크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이어 "확실한 원료 수급 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