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무의 테크리딩] 스테이블 코인(上)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입력 2022.01.09 06:00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서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화폐적인 성격이 있는 가상화폐는 결제·송금이 가능하지만, 하루에도 가치 등락이 커 화폐로 쓸 때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코인이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일반적으로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에 1:1로 페그(특정 국가의 통화에 자국 통화의 환율을 고정하는 제도)한 가상화폐를 말한다. 1가상화폐가 1달러가 되는 개념이다.

가장 쉬운 페깅 방법은 1달러를 예치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법정화폐담보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테더(Tether)다. 1테더를 발행하기 위해 1달러를 예치하고, 테더 보유자가 발행기관에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러로 교환해준다. 발행된 테더만큼 달러가 예치돼 있어 1달러만큼의 가치가 변동할 근본적인 요인이 없다.

법정화폐담보 스테이블 코인 ‘테더’ 이미지 / 테더 리미티드
하지만 거래소에서 테더가 거래될 때, 단기적인 초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그 가격이 1달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령, 극단적으로 단기에 테더로 송금해야 할 요인이 있어 테더를 구하려고 하는데, 충분한 유통 물량이 없는 경우 좀 더 비싼 가격에 사려는 수요가 있을 수 있다. 테더 가격은 1.1달러로 상승할 수 있다.

이때 가격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테더 리미티드(Limited)’다. 테더 리미티드는 달러 예치금을 받고 테더를 발행해주는 발행기관 역할과 가격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테더 리미티드가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시장 불균형을 해소해 테더 가격을 안정화하는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시장 참가자는 테더 리미티드를 통해 1테더를 1달러로 언제든지 교환할 수 있다. 만약 테더 거래 가격이 1달러를 벗어나는 경우, 시장 참가자는 테더 리미티드를 통해 자유롭게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따라서 시장가격은 자연스레 1달러에 수렴한다.

문제는 테더 리미티드가 탈중앙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테더 리미티드는 중앙화된 회사다. 테더 리미티드가 예치된 달러보다 더 많은 테더를 발행해도 통제할 방법이 없다. 이것이 테더의 투명성에 대한 의심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스마트 컨트랙트로 예치된 달러 만큼만 테더를 발행하도록 제약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테더 리미티드가 단기적인 시장 불균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시장의 자정 작용이 원활하지 않을 때, 테더 리미티드의 발권력이 시장균형을 달성하는 핵심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테더의 초과수요 영향으로 1테더 가격이 1.1달러 이상으로 상승했을 때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를 테더로 교환하는 매도에 나서지 않을 경우 테더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때 테더 리미티드는 예치된 달러와 상관없이 우선 발권력으로 테더를 발행해 매도하는데, 테더 리미티드가 얻은 달러는 테더의 초과 공급으로 가격이 하락할 때 시장에서 테더를 구매하는 자금으로 활용한다. 그 결과, 초과 수요로 추가 발행된 테더는 회수되고 테더 발행량은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해를 돕고자 1.1달러로 가치로 예로 들었지만, 화폐 시장에서 변동성이 10%나 되는 일은 용인하기 어렵다. 화폐 가치의 변동성인 1~2% 이내일 때는 시장 참가자가 보유한 달러를 테더로 교환해서 매도하는 유인 요인은 적어진다. 따라서 실제의 경우, 가격을 안정시키는 주요 역할은 초과 발권력을 가진 테더 리미티드가 대부분 담당하리라 판단한다.

초과 발권이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예치된 달러 가치 이상의 테더를 발행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를 규제하려면 회계 감사 등을 통해 테더의 발행량과 예치된 달러의 가치가 일치하는지 지속해서 체크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조차 회계 조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시스템 그 자체를 제3자가 아닌 기술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블록체인의 철학이 상당 부분 훼손되는 탓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은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을 도입하는 것이다. DAO는 자율적인 제안, 지분 투표를 통해 자신이 소유한 가상화폐의 생태계를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조직이다. 일반적으로 거버넌스 토큰 보유 지분만큼 더 많이 투표할 수 있고, DAO의 의사결정은 모두 스마트 컨트랙트(블록체인 화폐 거래의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당사자 간에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기술)를 기반으로 구현된다.

따라서 테더 리미티드를 DAO로 구성하면 시장이 더 투명해질 수 있다. 가령, 테더 리미티드에 달러를 예치한 사람들에게 ‘테더 거버넌스 토큰(TGT, Tether Governance Token)’을 발행하고, 토큰 소유자에게 테더의 주요한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TGT 발행을 위해 예치한 달러를 테더 추가 발행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DAO를 통해 예치한 달러 대비 초과 발행 한도를 정할 수 있고, 시스템 운영상 필요할 경우 투표를 통해 한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참여자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에 초과 발행된 테더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동의하는 조치는 언제든 투표를 통해 반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념으로 만들어진 스테이블 코인이 바로 다이(DAI, 가상화폐 담보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이다. 다이를 만든 메이커다오(MakerDAO)는 담보 대출 수수료로 사용하는 메이커토큰(MKR)을 운영한다. DAI는 탈 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을 구현하기 위해 담보자산으로 달러가 아닌 이더리움(ETH) 코인을 사용한다. DAI는 시장참가자의 이더리움 담보 대출과 상환을 통해 DAI 공급량을 조절한다. 1다이의 가치를 1달러로 고정한다.

메이커다오의 메이커 프로토콜 스마트 컨트렉트 모듈 시스템 개념도 / 메이커다오
다이 발급은 볼트(Vault)라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예치 금고를 통해 이뤄진다. 시장참가자는 볼트에 이더리움을 예치한 후 다이를 받는다. 최소담보비율은 150%며, 발행한 다이의 150%에 해당하는 이더리움을 볼트에 예치돼야 한다. 예를 들어, 150달러 가치에 해당하는 이더리움을 볼트에 예치하면 100다이까지 받을 수 있는 식이다. 시스템으로부터 받은 100다이는 볼트 시스템에 부채가 된다. 만약, 100다이를 발행한 볼트의 이더리움 가치가 15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시스템은 담보권을 행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으로 100달러에 해당하는 ETH를 매도한다. 그리고 100달러로 시장에서 100다이를 매수해 시스템이 빌려준 다이를 상환받고 해당 볼트를 청산한다. 따라서 담보비율이 150%보다 어느 정도 여유 있게 다이를 발행해야 안정적으로 볼트를 운영할 수 있다.

동시에 볼트는 테더 리미티드와 같이 다이 가격 안정화 역할도 수행한다. 분산된 테더 리미티드라고 이해하면 된다. 볼트에 이더리움을 담보로 맡긴 볼트 소유자는 다이 가격이 1.1달러가 되면, DAI를 추가로 발행해 매도할 경우 10%의 차익을 누릴 수 있다. 반대로 0.9달러로 가치가 하락하면, 시장에서 다이를 매수해 기존에 발행한 다이를 상환하는 식으로 10%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기존에 발행한 DAI는 1달러 기준으로 발행한 것인데, 0.9달러 가격에 이를 상환하기 때문이다.

다이 가격이 하락할 때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은 외화부채를 상환하는 개념과 같다. 1달러를 1000원 가치로 빌렸다고 가정하자. 훗날 환율이 떨어져 1달러 가치가 900원이 됐을 경우, 달러를 새로 사서 갚으면 원화 기준으로 10% 싸게 달러를 상환하는 것이다. 다이 발행 역시 이더리움을 예치하고 다이를 빌리는 비슷한 개념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시장 불균형이 발생할 때, 다수의 볼트들이 차익거래를 위해 다이를 추가 발행하거나 상환하는 행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1다이 가격은 결국 1달러에 수렴하는 셈이다.

메이커다오는 볼트의 역할이 적극적이지 않을 때를 대비해 다이저축률(DSR, DAI Saving Rate)이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다이를 예치하면 그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다. 예금 이자와 같다. 시장에서 1다이 가치가 1달러 이하로 하락하면 DSR을 높여 예치 수요를 높이고, 반대로 1다이 가치가 1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면 DSR을 낮춰 예치 해지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다이 유통량을 조절해 가격 안정을 구현한다.

MKR 보유자는 메이커다오를 통해 다이 운영에 대한 의견을 안건으로 붙여 투표할 수 있다. 의사결정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구현된다. 이를 통해 DSR처럼 초기에는 없던 기능을 추가하거나, 수수료, 담보비율 등을 변경할 수도 있다. 이더리움 가격 변동성이 향후 훨씬 안정되면, 150%의 최저담보비율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DAO를 통해 최저담보비율을 120%로 낮춰야 한다는 안건을 제시하고 투표도 가능해진다.

또한 메이커다오는 볼트의 청산가치 부족분을 보충하는 안전판 역할도 담당한다. 가령, 시스템이 담보자산의 가치 급락으로 강제로 볼트를 청산한다고 할 때, 가격의 급락 정도가 너무 클 경우 담보자산 전량 처분 후에도 담보로 발행한 다이를 모두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50달러 가치의 이더리움을 담보로 100다이를 발행했지만, 이더리움 가치 급락 여파로 전량 매도 후 90달러만 회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시스템은 발행한 100다이를 환수할 수 없다. 이때 메이커다오는 부족한 10달러 가치의 MKR을 추가로 발행한 후 다이로 MKR의 대가를 받는다. 이렇게 받은 10다이와 담보매도대금 90달러로 확보한 90다이로 총 100다이를 확보한다.

메이커다오의 프로토콜 개념도 / 메이커다오
일련의 과정으로 MKR 발행량이 증가하는데, 추가 발행된 MKR은 다이 발행 과정에서 받은 은행세(stability fee)로 충당할 수 있다. 은행세는 DAI의 발행 수수료와 같은 개념이다. 수수료의 수취는 볼트가 발행한 다이를 청산할 때 이뤄진다. 150달러 가치의 담보로 100다이를 발행하고, 이를 청산할 때 은행세가 5%라고 가정하면, 볼트는 시스템에 105다이를 반환한다. 이렇게 시스템에 축적된 다이는 일정 규모에 도달할 때마다 매도 경매에 부쳐지는데, 다이에 대한 대금은 MKR로 지불한다. 이때 받은 MKR을 소각하면 앞서 담보 부족으로 추가 발행한 MKR 초과분을 상쇄할 수 있다. 전체 MKR 공급량 역시 인플레이션이 아닌 안정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다이에는 채무한계(debt ceiling)가 있다. 가상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발행할 수 있는 다이의 한도를 뜻한다. 초창기 이더리움의 한도는 다이 7500만개였고, 베이직어텐션토큰(BAT, Basic Attention Token)의 한도는 다이 300만개였다. 이런 한도를 두는 이유는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할 때 담보를 원활히 청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더리움의 발행량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담보 한도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한도 증액이 이후 지속해서 이뤄진 결과, 이더리움-A라 부르는 담보풀 하나의 한도는 다이 150억개에 이른다. 하나의 가상화폐만 담보로 인정할 경우, 해당 가상화폐보다 다이의 전체 가치는 더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가상화폐를 담보로 인정해야 한다.

담보자산의 다양화를 위해 첫번째로 편입한 담보자산은 BAT지만, BAT는 이더리움보다 변동성이 매우 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초창기 한도를 이더리움보다 훨씬 낮은 다이 300만개로 설정했다. 이후 다양한 가상화폐가 담보물로 추가 편입됐으며, 최근에는 이더리움은 55%, USDC 18%, 비트코인(BTC)은 14%, USDP 10%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의사결정은 모두 메이커다오의 투표를 통해 이뤄진다. 메이커다오 활동에는 거버넌스 토큰인 MKR을 보유하고 있으 사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관련 생태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필수다. 투표를 주관하는 것은 스마트 컨트랙트인 치프(Chief)가 한다. MKR 보유자는 메이커다오 안건 투표를 위해 치프 컨트랙트가 보유한 MKR을 예치하고, 투표 토큰인 IOU 토큰을 받는다. IOU 토큰으로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안건 중 찬성하는 것에 투표할 수 있다. 정해진 기간에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안건이 통과된다. 안건이 통과되면 일정한 유예기간을 거쳐 자동으로 스마트 컨트랙트에 반영된다.

현재 테더의 시가총액은 93조원, 24시간 평균 거래대금은 52조원이다. 다이의 시가총액이 11조원이고 평균 거래대금이 3867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테더의 규모가 훨씬 크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담보로 발행된다는 점과 스테이블 코인 분야를 이끈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 테더 시장을 키운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이가 가상화폐의 근본 철학인 탈중앙화에 더 가깝고 이를 근간으로 더 높은 운영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과 함께 테더를 제치고 주요 거래 수단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다이가 더 성장하려면 몇 가지 숙제가 있다. 다이는 이더리움 기반 ERC20 토큰이기 때문에 거래할 때마다 발생하는 이더리움의 높은 ‘가스비’ 부담이 있다. 또한 솔라나, 클레이튼과 같은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향후 이더리움은 이더리움2.0으로 성공적인 전환해야 하며, 블록체인 간 통화 교환이 가능한 브릿지 스마트 컨트렉트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으로 탈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leehakmoo@gmail.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을 분석한 신성장 산업 분석 전문가다. 공학을 전공하고 비즈니스를 20년간 분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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