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은 19세기 초기(1801년 ~ 1833년) 제작 작품들의 경매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유하려 한다.

19세기 초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1999년부터 2021년까지 총 45명의 작가의 762작품이 799회에 걸쳐 경매에 출품됐다. 지난 칼럼에서 다룬 18세기 초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37명의 작가의 157작품이 163회에 걸쳐 경매에 출품됐고, 18세기 중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총 30명의 작가의 71작품이 77회에 걸쳐 출품됐다. 18세기 후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총 21명의 작가의 36작품이 35회에 걸쳐 경매에 출품됐음을 감안하면 19세기 초기 제작 작품들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매우 많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18세기에 초에 제작된 작품들이 거래빈도가 높고 제작 년도 기준 18세기 뒤쪽으로 갈수록 거래빈도가 떨어졌기다는 점이다. 국내 경매 시장에서는 18세기 전반기 제작품들의 유동성이 후반기 제작품들의 유동성보다 높은 패턴과 정 반대로 19세기 제작 작품은 거래량이 폭등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부터 2021년까지 거래된 이 작가들의 작품 낙찰가 평균은 약 2500만원이다.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은 1817년 제작됐고 2016년 12월 14일 제142회 겨울경매에서 6억4000만원에 낙찰된 화산관 이명기의 '행려풍속도' 이다. 일본 오사카 소재 소장가가 소유하고 있던 작품이 국내로 돌아와 관심이 쏠렸던 경매이다.

김홍도의 라이벌로 알려진 조선 영, 정조 시대의 이명기는 도화서 화원으로 초상화에 탁월했다. 이명기의 초상화는 단순한 음영표현에서 벗어나 입체화법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같은 특징들은 선묘를 중심으로 하여 부분적으로 입체감을 살려 음영을 표현했던 영조대의 화원 진재해(秦再奚)·변상벽(卞相璧) 등의 화법을 습득, 발전시켜 자신만의 독자적 표현양식으로 구축한 것이라고 한다.

이 무렵 (18세기 말, 19세기 초) 제작된 거의 모든 문·무신(文武臣) 초상화에서 이명기의 필법으로 추정되는 특징이 나타났다. 그의 초상화법이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 초상화법의 정형이 됐고, 후배 화원의 모범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행려풍속도는 한 선비가 여행을 하며 관찰한 풍경을 병풍에 그린 작품이다. 이명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초상화와 고사도이기에 이명기의 풍속도 병풍은 매우 희귀하다. 또한 작품의 마지막에 ‘단원의 뜻을 따르다’라고 적혀 있어 이명기의 김홍도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2016년까지는 이명기가 1756년에 태어나 1813년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817년에 제작된 행려풍속도가 경매에 나오면서 이명기의 사망연도가 몰년 미상으로 바뀐 계기가 됐다.

다음 표는 위 작품들의 작품의 연간 총 낙찰액 추이를 나타낸다.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위 표를 보면 19세기 초기 제작 작품들은 1999년부터 2021년까지 거래되기는 했으나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그리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자주 거래된 두 번의 시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경매 전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가 발표되며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의 차이가 클수록 작품의 가치에 대한 예측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컨센서스 밴드의 크기는 전문가들이 판단한 작품 가치의 불확실성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표는 위 작품들의 컨센서스 밴드 추이를 나타낸다.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같은 기간 동안 최대 추정가를 최소 추정가로 나눈 컨센서스 밴드는 1.1에서 2.2 사이에서 변화했다. 다른 작품군과 비교했을 때 19세기 초기 제작 작품들의 컨센서스 밴드는 평범한 수준이다. 이에 19세기 초기 제작 작품들의 가격을 추정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지는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19세기 초기에 제작된 작품의 경매데이터를 이용해 예술품 거래 데이터 분석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도 칼럼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논의하도록 하겠다.

이번 칼럼을 위한 데이터 분석과 해석을 도와준 아트파이낸스 그룹의 데이터분석 담당, 류지예 팀장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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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