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관심이 메타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쏠리고 있다.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요 브랜드는 가상자산사업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NFT 발행에 적극이다. 증강현실 같은 기술 발전이 맞물리면 자체 아이덴티티를 보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NFT화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적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나이키가 투자한 NFT 스타트업 아티팩트(RTFKT) / RTFKT 홈페이지 갈무리
나이키가 투자한 NFT 스타트업 아티팩트(RTFKT) / RTFKT 홈페이지 갈무리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NFT 시장 규모는 400억달러(47조9640억원)를 기록한 가운데 주요 패션·명품 브랜드가 NFT 열기에 올라타고 있다. 메타버스에 브랜드 ‘쇼룸'을 런칭해 마케팅 공간으로 삼는데 그치지 않고, 자사 브랜드 정체성을 입힌 NFT 발행을 준비하면서 부수익 창출에 나선다.

아디다스·나이키·언더아머 "NFT 발행"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NFT 사업에 가장 적극이다. 일회성 이벤트를 위해 NFT 프로젝트와 협업하는데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NFT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나이키는 지난해 NFT 스타트업 아티팩트(RTFKT)를 인수했다. 글로벌 대기업이 NFT 스타트업을 인수한 첫 사례다. RTFKT는 다양한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와 함께 디지털 신발 NFT를 만들어서 판매해 하는 스타트업이다. 나이키는 RTFKT와 함께 자사 인기 운동화를 NFT로 판매할 계획이다.

나이키 경쟁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언더아머 역시 지난해부터 NFT를 내놓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지난달 NFT 프로젝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과 협업해 NFT를 발매했다. 원숭이 캐릭터 작품에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을 입혀 NFT 3만개를 발행했다. NFT 1개당 가치는 765달러(약91만원)로 책정했다. 단숨에 2300만달러(2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자사 제품을 입은 아바타 NFT를 선보였다.

언더아머는 운동화 NFT를 내놨다. 전통 의류업체인 갭은 후드티셔츠 NFT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랄프로렌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와 제페토에서 디지털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도 ‘명품은 명품’

브랜드 팬덤이 더욱 공고한 명품 브랜드도 NFT 발행에 나서고 있다. 앞서 루이비통과 구찌, 영국 버버리가 NFT를 발행했다. 구찌가 지난해 4분5초짜리 패션 관련 동영상을 NFT로 발행해 크리스티 경매에 올린 결과, 2만5000달러(약 3000만원)에 낙찰됐다. 발망은 NFT 발행을 위해 바비(Barbie)와 협력했다. 발망의 옷과 액세사리로 꾸민 바비 인형이 총 3개의 NFT로 발행됐다. 돌체앤가바나·지미추 등도 NFT를 발행했거나 이를 추진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디지털 의류나 잡화를 판매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미국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은 지난 12월 로블록스에 ‘윈터 이스케이프’라는 가상 체험 매장을 냈다. 로블록스 내 ‘폴로 샵’에서는 디지털 의류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랄프로렌의 디지털 의류가 단 몇 주만에 10만개 이상 판매됐다.

펜디는 암호 화폐 지갑 제작 업체인 렛저(Ledger)와 협업해 디지털 지갑 ‘렛저 나노 X’를 선보였다. 펜디의 상징적 가방인 바게트 백의 직사각형 모양을 닮은 알루미늄 소재의 액세서리로 안쪽을 열면 암호화폐 하드웨어 월렛인 렛저 나노 X를 수납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들은 메타버스 등 가상 공간에서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브랜드와 관련된 다양한 가상, 실물 상품 소비가 일어날 것으로 주목한다. 자체 브랜드 정체성이 뚜렷한 만큼 브랜드 팬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가상공간에서도 소장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는 현재 한정판 스니커즈(운동화)시장과 엇비슷하다. 한정판 운동화는 해당 브랜드 애호가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실제로 운동화를 구입 이후 착용해 소비하지 않더라도 투자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한다.

파트리스 루베 랄프로렌 CEO는 "우리가 가상 세계에 참여하는 이유는 거기에 젊은 쇼핑객들이 있기 때문이다"이라며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는 것은 우리의 중요한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명품 NFT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560억 달러(66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