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과학’은 우리 주변과 옆집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하고 다양한 현상에 담긴 과학 원리를 소개합니다.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일상 속에 숨겨진 과학은 무엇인지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현대에는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의 목소리를 색다르게 바꾸는 기법들이 많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는 현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바꾸는 방법은 많지 않다. 이 중 가장 흔하고 대중적인 것이 ‘헬륨가스’를 통한 목소리 변조인데,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프로나 파티 등에서 목소리 변조를 통한 놀이 시 자주 쓰이는 헬륨가스 / 헬로모던
개그프로나 파티 등에서 목소리 변조를 통한 놀이 시 자주 쓰이는 헬륨가스 / 헬로모던
헬륨가스를 통한 목소리 변조는 흔히 ‘도날드 덕 효과’라고 불린다. 월트디즈니 만화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 ‘도날드 덕’처럼, 오리가 우는 듯하면서도 높고 우스꽝스러운 목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도날드 덕 효과는 평소 말하면서 경험하는 ‘생활 속 공기’와 헬륨가스 간의 밀도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가 주변에 존재하는 일상적인 공기는 질소(70%)와 산소(23%) 등으로 구성된다. 환경을 0℃와 1기압으로 통제했을 때 일반적인 공기의 밀도는 리터(ℓ)당 1.25g쯤이다.

반면, 수소 다음으로 가벼운 기체중 하나인 헬륨은 같은 환경에서 ℓ당 밀도가 0.18g쯤에 불과하다. 헬륨의 밀도가 일상 공기보다 7배이상 낮은 셈인데, 소리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진동수는 통과하는 기체의 밀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

헬륨가스 흡입 시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상의 이름으로 명명된 ‘도날드 덕’ / 픽사베이
헬륨가스 흡입 시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상의 이름으로 명명된 ‘도날드 덕’ / 픽사베이
일반적인 공기처럼 기체의 밀도가 높으면 소리가 통과해야하는 원자 등 장애물의 수도 많다. 이에 따라 소리가 기체를 통과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진동수가 낮게 나타나면서 저음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반대로 헬륨 같은 기체는 밀도가 낮아 기체 내 장애물이 비교적 적어, 소리가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소리가 빠르게 통과하는 만큼 진동수는 높게 형성돼 높고 새된 ‘도날드 덕’의 소리가 나오게 된다. 소리가 순수한 헬륨을 빠져나오는 속도는 일반적인 공기보다 3배쯤 빠른데, 이에 따라 소리도 3배쯤 높은 음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우리가 실제로 헬륨가스를 직접 흡입하고 말하는 목소리는 평소의 3배 만큼 높지는 않다. 실험실의 순수한 헬륨과 달리, 우리가 흡입한 헬륨가스는 인체 내부에서 질소와 산소 등 기존의 공기와 함께 혼합돼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리의 통과 속도도 순수한 헬륨보다 비교적 느려져, 평소보다 2배쯤 정도에 해당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